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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May 18. 2023

마음 샌드로 전하는 마음

남편은 가정적이지만 다정한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아니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를 자주 말해주면 좋겠다는 나의 요구에


'윌 배달 시켜달라고 해서 미안해요.


윌 배달 시켜줘서 고마워요.


나의 건강을 생각해 준 당신을 사랑해요' 


뭐 이렇게 이야기했더란다.


묵묵히 내 말을 다 듣고 따라주는 편이지만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를 듣기는 쉽지 않다.



이런 내가 가장 서운했던 것은


어린아이를 키운다며 휴직했을 때, 남편이 회식하던 날이었다.


하루 종일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와 지내며 아기 띠 매고 밥을 먹는데


'어른 사람'들이랑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는 회식은 정말 부러웠다.


그때는 남편을 따라 연고도 없는 고장에서 지낼 때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머리로는 이해한다지만 회식날이 되면 뾰족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말로 날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인가?


그건 또 아니더라.


그래서, 회식하는 날은 나도 맛있는 거 하나만 사다 달라고 했다.( 역시 먹는 게 참 사람 치사하게 만들고 그렇다)


그거 하나면 '너와 저녁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너와 맛있는 거 먹고 싶었어.' 이런 모든 의미를 포함한 말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뒤로 매번 저녁을 먹고 오는 때는 집 앞 카페에서 맛있는 음료 한 잔, 예쁜 쿠키 하나 이렇게 들고 오더라.


정말이지 그 음료 하나가 집밥만 먹은 나에게 무척이나 힐링이었다. 감쪽같이 뾰족했던 마음도 둥글어지는 마법의 음료이다.


똑같이 밥 먹고 늦게 와도 화 안 내는 부인이 신기한지 꼬박꼬박 종류별로 맛있는 음식을 사 왔다.


그게 둘째가 태어난 해쯤이니, 그 뒤로도 쭉 어딘가를 다녀오거나, 들렀다 올 일이 있으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온다.


어떨 때는 예쁜 케이크나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빵, 아이스크림, 저녁 메뉴 하나 더 포장해오기 등등 종류도 참 다양하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다 컸으니 남편의 회식이나 부재가 그렇게 힘들거나 속상하지 않은데도


오늘도 제주도에 출장 다녀온 남편이 손에 들고 온 마음 샌드 하나로


'고생했어'라고 전하는 마음을 나 혼자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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