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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은주 May 09. 2024

생태 복지란 무엇인가

둘째 날, 기후 위기와 생태적 삶에 대한 고찰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육 두 번째 시간.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님께서 <생태복지>란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다. 환경과 철학의 오묘한 만남. 그 어느 때보다 환경이 중요해진 시기에 적절한 조합이라고 본다. 환경을 지켜나가는데도 철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시대를 기후 위기의 시대라 한다. 자원이 고갈되고 녹지대는 사막화되어가며 극지방은 얼음이 녹아내리는 등 인간 사회를 위협할 만한 심각한 상황들이 지속되고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환경 오염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복지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에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며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등으로 인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생존과 직면한 문제들에 더 이상 복지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기후 위기는 '우리들의 지속가능한 삶'의 문제인 셈이다. 


요즘 많이 듣게 되는 생태발자국이란, 인간의 경제 활동에 소비되는 여러 가지 자원을 '생산적인 토지' 면적으로 환산한 값으로 경제 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토지와 소비에 따른 폐기물 흡수를 위해 필요한 토지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기 위한 토지와 소비하며 만들어낸 쓰레기들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토지 면적을 뜻한다. 지구는 1987년부터 자정 능력을 초과했다고 여겨지는데 오늘날 인류는 지구 1.7개의 생태 용량을 사용한다고 한다. 전 세계가 한국인처럼 자원을 생산, 소비한다면 앞으로 지구가 3.5개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생태 발자국이 클 수밖에 없는데 재활용도 제대로 하지 않는 미국은 무려 다섯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어느 나라가 되었든 현재 인류가 지구 환경을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는 일에 도움이 안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 생태 복지에 대해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자. 

생태 + 복지 = 생태계와 함께 하는 환경친화적 인간 복지

이런 공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생태 복지의 지향점은 다섯가지이다. 인간 복지와 생태계 복지를 함께 이뤄나가며 사전 선 대응 방식으로 자연 재해를 예방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다양한 개체를 존중하고 미래 세대에 물려 주기 위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인간 복지는 결국 '행복'에 관한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기본적인 물질적 풍요가 있고, 선택과 행동의 자유, 좋은 사회적 관계와 안전망 그리고 건강이 있다. 이를 위해서 건강한 생태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생태계로부터 직접적인 물적 자원들을 공급받고(식량, 섬유, 연료, 물 등) 여러 문화 서비스도 제공받는다. 여기서 잠깐 행복에 관한 재미난 이론을 소개하자면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나 물질적인 것에서는 행복감이 오래 가지 못한다. 새로운 것을 구입하고 소비할 때마다 행복감은 잠시 올라가지만 이내 곧 적응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올라갔다 내려가는 디딜방아처럼 말이다.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감응을 얻게 되는 활동은 뇌 한구석에 기억화되어 두고두고 행복감을 되감기 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여행이나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종교 활동이 그러하다.


여기서 잠깐, OECD 41개 국가 중 우리나라의 행복 지수는 얼마나 될까? 2021년 기준 31위에 올랐다고 한다. 국민소득을 무척이나 높아졌는데 행복지수는 몹시도 낮은 수준이다. 돈과 행복 지수가 비례하는 것은 아닌듯, 우리나라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워라밸이 중요하다. 하지만 휴식하고 노는 데도 여간 돈이 드는 게 아니다. 이 돈을 벌려면 또 일을 해야 하고. 악순화의 구조를 끊기 위해선 자연으로 발길을 돌리면 된다. 자연에서 노는 건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환경친화적인 인간 복지를 이루려면 결국 경제와 생태가 동시에 살아나야 하는데 이는 몹시 어려운 일이다. 개발과 자연 환경 보전을 동시에 외치는 일과 다름 없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태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해답이 숨어 있다. 경제는 자원을 상품화 하면서 폐기물이 남게 되는 일방향적 구조임에 비해 생태계는 자원과 폐기물이 순환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면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면 이것이 다시 비료가 되어 나무에 영양분으로 흡수되는, 폐기물이 발생되지 않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의 원리는 경제에 접목시키면 자원으로 상품을 만들고 발생된 폐기물로 또 다른 상품을 만들고, 그 부산물을 또 다시 재활용하고.. 이렇게 쓰레기 제로화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러한데, 사실 지금처럼 복잡한 산업 구조와 화학 제품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이런 단순한 이론이 적합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어느 정도 부합되는 산업이나 상품들도 있겠지. 무조건 생산만 해대고 재활용 없이 쓰레기만 양산하기 보다는 이런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시도되어야 하리라 본다. 


생태적 삶에 관한 고찰도 필요하다. 누구는 혼자 자연에 갇혀 사는 자연인의 삶이, 윌든 소로우의 생태적 삶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모든 이들이 실천해 나가야 할 생태적 삶의 모델은 건강한 생태계의 모습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생태계는 지속가능한 원리로 움직인다. 생태계 안 모든 생물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공생과 상생의 협력 관계를 가지며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고갈되지 않는 태양 에너지를 근본으로 하며 다양한 종이 그물처럼 촘촘히 얽혀 있고 개체와 군집 사이에 힘의 균형이 오고 간다. 이런 원리를 우리 삶과 제도에 적용시키면 지속가능한 생태적 삶을 꿈꿀 수 있다. 


소극적 생태주의 : 작은 것이 아름답다. 

하나 뿐인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되도록 자원과 에너지를 적게 쓰고 쓰레기를 줄이면서 살아가자

예) 장바구니 이용하기, 텀블러 쓰기 등


적극적 생태주의 : 순환하는 것은 아름답고 풍요롭다.

생태계의 원리에 따라 살아간다면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생태사회가 가능하다. 

예시) 인분을 생태 순환 시스템으로 만든 돗통시 등


어떤 방법이 인간과 자연이 지속적인 조화를 꾀하는데 더 도움이 될까. 두 가지 모두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 가지 방법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면 공유 경제나 지역통화와 같은 단순히 개발과 환경 보전 한 쪽 편만을 드는 것이 아닌 모두가 공감하는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들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인구 문제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생태 복지를 이루기 위한 작은 실천들을 한 걸음씩 내딛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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