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초록2

가만히 있어도 번아웃은 온다.

by Solbini


아, 정말 못해먹겠다.

나날이 불안한 인생은 언제쯤 화창해지려나 싶다.


보라빛을 띤 하늘이 검게 물들어 가는 짧은 시간동안

내가 한 것이라고는

유튜브 쇼츠를 15개쯤 돌려보고

트위터를 주욱 아래로 당겼다 놓아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지저분한 책상에 털썩 고개를 놓아 멍하니 앞을 쳐다본 것이 전부다.


한 달 동안 자격증 3개를 몰아치듯이 공부했더니

남은 단 하나의 자격증은 왜 이렇게도 하기가 싫은지.


커튼을 치고 하루종일(그래봤자 5시간 정도?) 공부를 하니

뭘 위해서 해야하나 싶고

그만둘까 싶기도 하고

분명 한국말인데 왜 이렇게 못 알아먹겠나 싶어 짜증도 난다.


일할때는 공부만 하고 싶더니

공부하니깐 일하고 싶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꿈이고 뭐고, 그냥 다른 일을 찾을까 싶다가

이제까지 해둔 것이 아까워 해야겠지 싶다가

그럼에도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나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렇게 또 다시 사람이 참 복잡하다.




그러보고면 꿈을 이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세상이 작았던 어린시절, 나는 뭔가가 특별할 거라고 생각했던건

비단 나만 느꼈던 감정이 아닐 것이다.


뭐든 이루어질 것만 같았고

하다못해 견디고 견디면 어느샌가 막연히 행복해질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니

인생에 태풍이 한, 두번이면 다행인 거였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열정도, 넘어져 일어나는 끈기도

지나온 어딘가에 두고 온 듯.


그것과 함께한 온기가 미지근하게 손에 남았나,

아니, 애초에 있었나 싶기도 하고.


언젠가 가졌을 실체 없는 막연한 기대는

이도저도 아닌 체념이 되어버린지 오래인데

그 와중에 세상은 구체적인 행복을 찾아 달리는 사람들 천지라서

나는 다시 미간을 찌푸리고 스스로에게 짜증을 한가득 내며

먼지구덩이를 뒤져 다 망가진 행복을 찾아야한다.




별일없는 보통의 하루가 소중해지고

그 소중함이 때로는 지루함으로 변하기도 했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온 세상과 심지어 나조차 나를 비난한다.




근데 뭐, 조금은 솔직해지기로 하자.


한 번 태어난 인생,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며

죽어라 노력하는게 축하받을 일이라면


어차피 이미 후회 가득한 순간들을 지나온 인생이라서

어쩔 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거지.


내가 열심히 사는 누군가를 너무 열심히 산다고 욕하지 않는것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도 좀 느린 사람 욕하지 말자.


욕하면 진짜 못된거다.



특히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콘센트 코드를 뽑으라고 재난문자가 오는데

몇 천만원짜리 기계도 콘센트를 뽑아 열기를 식히라는 마당에

콘센트 뽑으라고 문자보내는 사람도 쉬어야지.



이런 억지스러운 자기합리화 조차 없으면

먼지구덩이 뒤져가며 남들 다 가지는 행복 찾는것도 지쳐서 못한다.


어쩔 땐, 내 행복보다 남 행복 찾아주는게 더 쉬워진 일이 되어버린 날들에

그냥 잠깐만 쉬어도 우리, 욕하지 말자. 인간적으로.

또한 더더욱 스스로를 욕하지 말자.



쉬는게 더 어려워진 오늘은

쉬는것마저도 번아웃이 온다는 걸

다들 겪어보지 않았는가, 어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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