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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Jul 05. 2024

기억을 믿지 마세요. 기록하세요

추억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

오늘 응답하라 1988을 보다가 이런 장면이 나왔습니다.

바둑 천재인 최택 6단의 아버지를 방송국에서 인터뷰하는 장면이었는데요. 기자가 아버지에게 묻더라고요. 태몽과 태어난 시각 그리고 돌잡이는 무엇을 잡았는지. 이때 카메라에 잡히던 아빠의 얼굴에는 당황과 슬픔이 뒤섞여 보였습니다. 엄마 없이 혼자 아이를 키워왔던 아버지의 마음에 담겨 있는 속상함이 표정에 고스란히 배어 나왔거든요. 기억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선우 엄마를 앞에 두고 속상함에 기울이고 있는 소주잔을 비우면서 말했습니다.


그때 또 느꼈습니다. 기록해야 하는구나.


드라마를 보다가 남편과 우리 아이들 태몽은 뭐였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남편이 그러더군요. 1호의 태몽은 정확히 기억한다고. 자기가 콩을 수확하는 꿈을 꾸었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꿈은 2호 때 꿈이었어요. 그래서 2호의 태명이 ‘콩이’였다는 걸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아이쿠야’ 하더라고요. 정확히 기억한다던 태몽은 아이가 둘 밖에 없었는데도 틀릴 정도로 사람의 기억력은 지극히도 주관적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주관적이고 뭔가가 약간 왜곡되어 아리송한 기억일지라도 내가 기록을 해놓으면 훗날 조금이라도 당시의 상황에 가깝게 다시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1호는 이번주 일요일에 그레이드 심사를 앞두고 여섯 살이 느낄 수 있는 긴장의 최고조를 찍고 있으며 2호는 작년과 비슷한 감기를 앓았지만 한 살 더 큰 만큼 조금 더 잘 이겨내기도 한 주였습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1호의 방학 기간 중에 찾아올 자기의 7살 생일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매일매일 속삭이기도 하고요. 기차 덕후 형제를 위한 생일 선물로 원하는 기차 세트를 사다 놓았는데 서로 싸우지 말라고 2개를 사서 다음 달에 있을 2호의 생일도 은근슬쩍 보내려는 부모 마음도 있고요. 혹시라도 2호가 서운할까 봐 장 보러 갔다가 몰래 추가 생일 선물을 사서 옷장 속에 감춰두기도 한 엄마도 있습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일주일이 참 재미있게 흘러갔네요. 기록하지 않았으면 나중에 기억도 못할 정도로 흐릿흐릿한 그저 그런 일주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날들인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당신 덕분에 오늘이 소중했다고. 웃음으로 기록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주어 너무나도 고맙다고…

혹여라도 잊을지도 모르니 잘 기록으로 쌓아보겠다고 30년 뒤에 이 글을 볼 나에게 약속합니다.


#30년후의그대에게

#기록 #추억 #잊지말자고 #약속 #오늘도고맙습니다  

#작가앤 #나크작 #앤크작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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