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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Apr 15. 2024

유독 아픈 손가락은

기도가 필요한 아이였습니다.

당분간은 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응급실에 다시 가서 며칠 입원을 했습니다. 어린 2호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갔던 날이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왜 불안한 예감은 꼭 들어맞는 건지 아이가 기침을 시작하고 열이 나기까지 하루가 걸리지 않았고, 열이 나고 응급실에 뛰어 들어가기까지도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침을 시작하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방전될 것 같지 않은 에너지를 가지고 뛰어노는 아이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작은 기침으로 시작된 감기가 증상이 나타나고 이틀이 채 되기도 전에 폐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무서웠어요. 지난번처럼 내가 어떤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아이를 아프도록 방치한 게 아닌가 싶어 기억의 태엽을 되감고 또 되감아 돌려보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전까지는 너무나도 멀쩡히 형아와 함께 건강하게 뛰어노는 3살 아기였습니다. 어느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 또한 사고니까요.


이번 일로 알게 된 사실은 우리 2호는 호흡기가 약한 아이로 태어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온 가족이 함께 앓았던 독감이 폐렴으로 번지고 순식간에 증세가 악화되어 폐에 찬 물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했어야 했나 봅니다.


두 번째로 응급실에 갔을 때 의사들도 청진기로는 폐렴이 아니라고 했어요. 하지만 혹시 모를 감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습니다. 결과는 초기 폐렴이었어요. 그래서 항생제 투여가 시작되었고, 기관지 확장제를 써도 호흡이 안정되지 않자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확장제를 흡입시켰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호흡이 안정되기 시작했는데 열은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열은 집에 가고 싶은 우리의 발을 병원에 붙잡아 놓았고, 예상했던 퇴원은 하루 더 늦어져서 3일째 되는 날 집으로 무사히 올 수 있었습니다.


신을 믿으면서도 때로 부정하며 살고 있던 나는 병원에 있는 내내 간절히도 기도했습니다. 제발 좀 도와달라고… 잘 회복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2호가 태어났을 때를 가만히 되돌아보니 이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내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태어난 다음날 시행된 청력 검사에서 무반응을 보였고, 결국엔 스페셜 리스트에게 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던 아이였거든요. 그때도 검사를 하는 병원으로 데려가는 내내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었습니다. 도와달라고.


신에게 저는 얼마나 철없는 이기주의자로 보였을까요? 자기가 필요할 때만, 딱 그 순간만 간절히 찾아대고는 입을 싹 닦고 잊어버리는 그런 이기주의자 말입니다. 하지만 염치없어도 저는 찾아야만 했습니다.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그런 순간에는 기도라는 동아줄이라도 잡아야만 불안해서 떨리는 마음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무언가에 기댈 수 있으니까요.


두 아이 중 유독 아픈 손가락인 2호. 이 연약한 손가락은 엄마의 기도가 필요한가 봅니다. 엄마의 간절한 기도를 하루하루 먹고사나 봅니다. 그렇다면 해줘야지요. 아이가 혼자서 건강히 설 수 있는 그날까지 내게서 필요한 것들을 잘 꺼내어 지켜줘야지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게 사랑하는 아이들을 허락해 주신 신과 나에게 찾아온 고귀한 생명들의 안부를 바라며 기도하는 하루를 살포시 내어 놓습니다.


#30년후의그대에게

#아픈손가락 #기도가필요해 #응급실 #아프지말아요

#작가앤 #나크작 #앤크작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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