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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Sep 09. 2024

고 녀석 아이스크림 취향 한 번 독특허네

스프링클이 그리 좋더냐~

언제부터였을까? 1호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스프링클을 찾기 시작했다.

한 때(물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잠시 멈춘) 베이킹을 아주 즐겨했던 나는 다양한 모양의 스프링클을 가지고 있다. 일반 마트에 가도 종류가 많지만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부활절 같은 휴일이 다가오면 늘 빠지지 않는 특별 쇼핑 목록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사다 모은 스프링클은 서랍장 한 켠을 고스란히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행사일 마다 아이와 베이킹 놀이를 할 때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 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얼마 전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서진이네 2’를 시청하면서 디저트인 튀밥 아이스크림을 보았다. 작은 튀밥 알갱이가 아이스크림과 함께 입안에 들어갔을 때 바사삭 부서지면서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어이스크림과 함께 완연한 반대편의 식감이 만나는 순간은 얼마나 매력적인 느낌일지. 마치 먹어보지 않아도 상상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추운 아이슬란드에서도 디저트 품목에서 아이스크림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점도 참 신기했었다.


신기해하면서 보다 보니 내겐 아주 익숙한 그것도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3명의 남자 중 두 남자도 코가 시린 한 겨울에 늘 상 아이스크림을 찾곤 하니까.


순간 머리의 뚜껑이 벗겨질 만큼 화가 나는 일이 생겨도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입 안에 머금는다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어느새 화도 스르르 함께 녹아버릴 것 만 같다. 이 극강의 달달한 부드러움 플러스 입안에서 바사삭 와그작거리는 달달함의 초강자 스프링클이 들어간다면? Sweet tooth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 디저트 앞에서는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할 것 같다.


우리 1호는 사탕보다는 초콜렛을, 초콜렛 보다는 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하는 아이다. 아마도 유튜브였던 것 같다. 어떤 아이가 아이스크림 위에 스프링클을 솔솔 뿌려서 먹는  장면을 보던 1호의 눈이 빛났었다. 영상을 보기 전에는 스프링클에 별 관심이 없었던 아이가 불현듯 나에게 스프링클을 찾아달라고 했다. 자기도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서 먹어보고 싶다고. 스프링클이 올려진 아이스크림을 처음 입안에 넣어 맛보고 난 뒤 그날부터 아이에게 아이스크림과 스프링클은 세상 친해져 버린 단짝이 되었다.


아이가 뿌려먹는 스프링클의 가짓수는 점점 다양해졌다. 요즘은 딱딱하지 않고 잘게 부서지는 아주 얇은 스틱 형태를 띤 녀석이 최고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일곱 살 인생에 어찌 힘든 일이 없을 수 있을까? 자기도 나름대로 학교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왔겠지. 그리고 마음껏 드러누울 수 있는 편안한 집에 돌아와서 마치 젖은 빨래를 방바닥에 펼쳐놓은 것처럼 세상 나른하게 쉬고 싶겠지. 그러다 문득 행복감에 취하고 싶은 마음에 머릿속이 아찔할 정도로 달달한 차가움을 맞이한다면 이만한 천국이 어디 있을까? 7살 아이에게 이만한 위로가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다.


마치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원해지는 맥주 한 캔을 들이 키는 바로 그 기분이 아닐까? 과하지만 않게 즐길 수 있다면 세상에 이만한 위로가 더 있을 쏘냐 싶다.


매일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행복함이 잠시 고개를 빼꼼히 돌려버린 날에도 나를 위로해주는, 마치 1호가 먹는 스프링클 아이스크림 같은 무언가가 있다면 하루의 힘듦이 조금은 옅어지지 않을까?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도 좋지만 가끔은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스트레스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자신만의 스프링클을 솔솔 뿌려서 먹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은 나를 옭아매고 있는 그 불편함을 달달함으로 솔솔 덮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해봐야겠다. 나를 위한 스프링클 찾기.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최고 달달이를 찾아보는 것 말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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