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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Jul 09. 2024

나라는 촛불 하나로 수천 개의 초를 밝히는 삶

나만의 스타일


일요일 오후에 줌 미팅이 잡혀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온라인 미팅이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시간이 난 굉장히 설렜다.




그동안 회사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 미팅할 일은 많았다. 일에 관해서는 해야 하는 얘기가 정해져 있으니, 잘하겠는데 내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건 잘 못했다. 늘 그래왔다.


"나를 어디까지 오픈할 것인가?

내 개인사를 저 사람이 관심이나 있어할까?

내 얘기가 재밌을까? 듣다가 지루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생각 때문에 내 얘기를 할 때면 요약에 요약을 더해서 앞 뒤 댕강 다 잘라버렸다. 사실만 전달하기 바빴다. 그러니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가 쉽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장점이 있다면, 말을 할 때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은 안 한다는 거다. 잘 안 해봤으니 말을 예쁘게 포장해서 하는 것도 내게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언젠가, 아마 20대 후반쯤으로 기억한다. 어떤 대표님이 내게 그랬다. 

"왜 영업을 잘 안 하세요? 말하는 거 보면 상대방에게 신뢰감줄 것 같은데요."

속으로 놀랐다. 

'나처럼 별로 말주변 없는 사람에게 영업을 추천하다니. 내 말에서 신뢰감이 느껴지는구나.'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했지만, 30대를 거쳐 40대 초반까지 나이를 먹으면서 느낀 점은, 무조건 말이 많고 잘하는 게 좋은 건 아니라는 거다. 그 당시 분위기는 띄울 수 있고, 대화로 가득 채울 수 있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겨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누군가를 기 빨리게 만들 수도 있다.


40대의 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책을 읽고 여러 개의 독서 모임을 통해 생각을 표현한다. 아직 훈련이 더 필요하다. 나의 강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누구를 만나든, 내가 의미 있게 생각하는 만남이라면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 내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하며, 그리고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단 한 가지라도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면 즐겁고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상대방에게 아깝지 않은 좋은 시간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말에 있었던 줌은 내가 요청한 미팅이었다. 나보다 먼저 많은 경험을 쌓고 있는 분에게, 나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시간이었다.

특별하게 준비는 안 했는데 첫인사가 끝나자마자, 내 얘기를 술술 풀어갔다. 앞으로 내가 꿈꾸는 일도 자신 있게 밝혔다. 처음 보는 이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하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신기했다. 내 소개와 스토리텔링은 이제 어렵지 않다. 

서로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대답하면서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사실 더 얘기할 수도 있었지만, 한 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이 있어서 아쉬웠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배우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승이 제자에게서 배울 수 있다. 멘토가 멘티에게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상담받으려고 요청했지만, 오늘 그분도 오히려 나의 얘기를 통해 울림과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고 본다. 내 얘기를 듣고 '감동'받은 부분이 있다고 표현했으니 말이다.


이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내 얘기를 잘 꺼낸다. 오히려 어떨 때는 너무 속상하고 관계에 지칠 때는, 일부러 너무 가깝지 않은, 나와는 직접적으로 닿지 않는 거리의 단톡방에 들어가서 툭하고 털어놓는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가볍다. 

아주 중요하거나 감추고 싶은 몇 가지 비밀 빼고는 사실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내 마음과 몸 밖으로 꺼내버리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꼭 가깝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내게 조언을 해 줄 수도 힘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힐링받고 치유받는 힘은 크다. 함께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딱딱한 교재나 양서를 통해서, 이미 성공한 훌륭한 사람을 통해서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와 비슷한 혹은 나보다 반발짝 앞서나가는 그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게 더 쉬울 수 있다. 내가 그랬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아니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있지 않을까?



나는,

상대방이 툭 하고 자신의 얘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나와의 소통을 통해서 그들의 마음속에 한 가지라도 남는 게 있으면 좋겠다.

나도 그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싶다.


"나라는 촛불 하나로 수천 개의 초를 밝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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