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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Jul 25. 2024

나를 닮아 걱정인 아들, 나랑 달라 예쁜 딸

부모와 자녀가 함께 노력하고 성장하는 삶



찬이가 학교 갈 준비 하다가 내 방으로 들어와서 안아 달라고 했다.

"갑자기 왜 안아달라고 해?"

"엄마가 오늘 한 번도 안 안아줬잖아."


매일 아침, 아이들 깨우면서 껴안고 뒹굴거린다. 아이가 먼저 일어나도 한 번씩 안아주며 아침 인사를 한다.

오늘은 내가 깨우기 전에 찬이가 먼저 일어났고, 분주했던 나는 모닝 포옹을 깜빡했다. 윤이는 안아주며 깨웠다.

찬이는 아침밥 다 먹고 씻고, 옷 입고 학교 갈 준비 하다가 대뜸 내게 안아달라고 했다. 준비하는 내내 내가 자기를 안아주지 않은걸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초2 찬이는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기억한다.

주말에 친구랑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면서 나가겠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쪽 부모도 아직 아이만 따로 공원에 내보내지는 않을 텐데... '

그 친구 안 나올 거라고 얘기해도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남편이 찬이랑 함께 공원에 갔다. 그럼 그렇지... 결국 그 친구는 나오지 않았다.

'약속을 하면 기억하고 지키는 게 맞지만, 참...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

찬이가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되었다.


몇 달 전,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갔는데, 그 친구가 보고 싶다고 잊을만하면 내게 얘기한다. 

'초2 남자아이가 이렇게 정이 들었다고?'


남아공에서 잠시 한국에 들어와서 단 며칠밖에 못 본 동갑내기 친구와도 마지막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날에, 울먹거리더니 결국 눈물을 보이며 울었다. 찬이가 우는 모습을 보니 그 마음이 어떤지 잘 알아서 나도 덩달아 울었다. 찬이가 놀랐나 보다. 나중에 내게 따로 물었다.

"엄마는 근데 왜 울었어?"

"네가 우니까 엄마도 슬퍼서 울었지."라고 둘러댔다.


찬이는 캠핑장을 가면 몇 분만에 그곳에 있는 또래친구를 다 사귀어버리는 친화력을 갖췄다. 조용한 성격도 아니고, 활발하고 학교 활동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세심함이 넘친다. 남자아이가 이렇게 정도 많고 여려서 어쩌나 걱정이다.

근데... 어쩜 나랑 이리도 똑같을까.

정 많고, 세심하고, 융통성 없는 것까지 나랑 빼박이다. 누굴 탓하겠나. 나 닮은 내 아들인걸.






아침에 요거트 담은 그릇을 내 방으로 들고 들어가려다, 그릇을 손에서 놓쳤다.

거실 복도에서부터 방 안까지 사방팔방 요거트가 다 튀었다. 다행히 그릇은 깨지지 않았다.

"쿵"

"아아!!"


그릇 떨어지는 소리와 내 얕은 기합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달려왔다.

"엄마 괜찮아요?"  

내 실수가 민망했다.

바닥이랑 벽이랑 다 닦고 있는데, 윤이가 내 뒤에서 말했다.

"엄마가 다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일곱 살짜리 딸 입에서 나온 소리를 듣고 놀랐다.

"어? 엄마 괜찮아. 안 다쳤어."

잠시 후 다시 윤이가 내게 다가와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엄마, 괜찮아요?"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과 말 한마디가 참 이뻤다.

'나는 안 그랬는데. 나는 어렸을 때도 커서도 내 엄마에게 그렇게 이쁘게 말 안 해줬던 것 같은데. 너는 어쩜 이렇게 말도 이쁘게 잘하니.'


내가 외출하려고 하면 얼른 현관에서 신발을 내가 신기 좋게 돌려놔주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행동은 어디서 배운 거지.

'너, 내 딸 맞니?'

남편을 닮은 건가?  남편 어릴 때 모습을 못 봐서 알 수는 없지만, 시부모님 얘기를 들으면 남편이 예의 바르고 말도 이쁘게 했다던데... 인정하기 싫지만 아마 남편을 닮은 것 같다.



나를 닮지 않아서 예쁜 딸.

그리고 나를 닮아 걱정인 아들.

 

정반대의 두 아이를 생각하다가, 부모님이 떠올랐다.

나와 내 여동생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본인들의 장점만 닮고 단점은 닮지 않기를 바라셨을 거다.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롭고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알면서도 그저 잔소리로 치부해 버린 경우가 많았다.


이제 내가 엄마가 되었고 나도 부모님처럼 아이를 바라보며, 어떤 부분은 이쁘고 어떤 부분은 걱정하는 마음이다. 

'예쁜 건 사라지지 않게! 그리고 마음은 단단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본인의 몫이 가장 크겠지만,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이니까.

부모의 말투와 행동을 스펀지처럼 쭉쭉 빨아들이는 그 아이들 앞에서 나와 남편은 바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이도 성장하지만, 부모로서 나도 끊임없는 노력과 성장이 필요하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꾸 틈나면 내게 오은영 박사의 인스타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는 남편.

'그래.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니까, 이렇게 배우고 적용하고 노력하면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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