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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pener Nov 15. 2020

감사 회복 프로젝트

굳어진 내 마음에 억지 부리기

드디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해가 바뀐 것은 꽤 지났으나 이제야 생일이 되었으니, 제대로 꽉 찬 한 살을 더 먹은 것이다. 며칠 전 병원에서 알려주던 내 나이도 다음에는 서른여덟에서 서른아홉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그렇게 올해 내 나이만큼의 내가 너무 좋아졌다고, 나도 이렇게나 좋은 불혹이라며 떠들썩하게 주장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꽉 찬 불혹은 아직도 일 년이나 더 남았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이렇게 나를 좀 더 돌아보고 불혹에 걸맞은 내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은 정말 참 다행이다. 내가 아직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생일을 맞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생일이 누구나 맞이하는 연례행사라고 해도 보통 기대와 셀렘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이것도 마흔 번 가깝게 반복하다 보니 보통의 날과 별반 다를게 없어진다. 이번 생일도 당일 정시에 맞춰 날아온 온오프라인 쇼핑몰의 마케팅용 축하 쿠폰을 보고서야 오늘이 그날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축하인사에 적합한 이모티콘과 메시지로 답하면서 나도 참 큰일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정작 본인은 관심조차 없는 생일을 이렇게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것은 정말 감사할 일인데, 어느 순간 기계적으로 답례인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 나이에 지금의 나인 게 참 다행이고, 정말 감사할 일이다. (꽉 찬 불혹이 일 년이나 남다니!!)

고마운 일은 당연하다 여기고, 일상의 감사할 일도 애써 떠올려야 할 만큼 내 마음이 굳어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만큼 반복적으로 여러 경험을 한 나이가 되면 고마움에 대한 반응이 무뎌지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시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고마운 일을 당연히 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굳어진 내 마음을 유연하게 풀어내는 근본적인 치료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작은 일이라도 지금보다 더 마음을 더하도록 노력하기
(내가 마음을 쏟는 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이 더 보일 것이고, 감사의 이유가 된다 )
명상하기
감사가 담긴 일기 쓰기
운동 등 건강관리 (육체가 건강해야 감사할 여유도 더 생길 테니까)


내가 생각하는 치료법이나 적고 인터넷에서 감사의 방법들도 찾아봤다. 그리고 이를 하나하나 실행하기에 앞서 나 자신과 하나 더 약속했다. 머리로라도 고마운 일이라 생각이 들면, 내 마음에 억지를 부려서라도 감사하기로 말이다. 마치 심장이 멈춘 사람에게 재세동기(심장 충격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내 마음이 움직이도록 응급처방을 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굳어져 움직이지 않아도, 이것은 고마운 일이야 그러면 안되라고 여러 번 다시 되새김질을 하고, 혹 마음이 준비가 되지 않더라도 꼭 작은 것이라도 감사의 표시를 먼저 해 보려고 한다. 이러다 보면 나아질 것이고 나아져야만 한다. 그리고, 아직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의미 같아 다행이다.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 잃어버린 감사는 꼭 회복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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