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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킴 Mar 29. 2021

추억 일기 : 탄생과 성장 26

철인과 원더우먼


나에게는 처형이 2명이고 동서도 2명이다.

동서同壻의 사전적 의미는?

<壻>를 찾아보니 1) 사위(딸의 남편), 2) 벗(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 등의 뜻이다.

나에게는 손위 동서이니 형님이고 처형이니 누나인 셈이다.

실제로 네 분의 면면을 보면 한결같이 좋은 품성과 부드러움을 지녔다.

모든 것이 장인 장모님의 교육과 가풍 덕분이고 와이프도 한 뿌리이니 이 또한 나의 복이다.

그중 첫째 동서와 처형은 처가의 첫 번째 기둥들인데 두 사람의 첫 만남에도 강렬한 불꽃이 있었다고 한다.

네 개의 눈에서 충돌하는 강한 전류는 사랑이 출발하는 동력이라고나 할까!

하기야 파도가 없는 결혼이 어디에 있겠는가?

큰 동서와 큰 처형은 슬하에 2녀1남을 두었고 사랑과 관심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 젊은이들로 성장했다.


처가에는 5명의 자손들이 있으니 다섯 편의 멜로 영화가 만들어진 셈이다.

와이프는 셋째 딸이어서 두 언니들의 애정사와 결혼하는 과정을 지켜봤을터.

와이프의 입장에서 첫째 언니 결혼은 집안의 경사에 앞서 분명 신기함이 먼저였을 것이다.

새 식구를 맞이하는 설렘이 온 집안에 가득 찼을 텐데 분주했을 그림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결혼하여 군의관으로 강원도에서 근무할 때 집사람이 며칠씩 체류하며 첫째 조카의 육아 도우미로 일조를 했다고 하므로 와이프는 처녀 시절부터 기특한 구석이 있었나 보다.

첫 조카의 탄생은 와이프에게는 또 어떤 의미 이었을까?

나중에 자신의 아이를 출산하면서 느낄 수 있는 흐뭇과 뿌듯의 선행 학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큰 동서와 큰 처형을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맛과 운동에 대한 기억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


맛에 대한 첫 번째 기억.

첫째 동서가 해남에서 개원한다고 축하하러 찾아가서 맛본 찰 진 홍어회.

촉촉함이 넘쳐 쫄깃함이 입안 구석구석을 맴돌던 홍어회와 오독거리는 잔뼈는 초장을 만나 살과 뼈가 함께 입안에서 녹아져 내렸고 건강한 바닷물을 헤치고 살아온 홍도의 기운이 한 조각의 드라마로 알싸하게 각인되었다.


마라톤 전도사인 둘째 형님의 권유로 함께 나섰던 서울마라톤에서 동서 세 명의 아름다운 완주도 전설이 되었고 자랑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될 만할 것이다.

그 후 큰 형님은 철인의 길로 들어서 철인 3종 등 스트롱맨으로 변신하여 뭍에서 바다에서 맹활약하였고 큰 처형도 원더우먼이 되면서 운동이 생활화된 부부는 건강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오래전 다들 한 술 한다던 처가 식구들이 모여서 전원이 대취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마셨던 빈 병들은 마치 전투에서 돌아온 정복자들의 전리품처럼 어마어마 했었다.

지금은 다들 장년의 길로 들어섰으며 당시의 주량은 어렵겠지만 패기만큼은 아직도 짱짱하니 이 또한 삶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두 번째 맛의 기억은 홍돔(紅鯛)과 해삼(海蔘).

도미의 하얀 속살의 끝자락을 붉은 테두리가 마무리를 하였고 색감과 식감의 조화가 탁월하여 눈과 혀가 같이 자진모리 장단을 맞춘다. 참고로 큰 동서는 전통 북과 드럼에도 일가견이 있다.

도미는 그 옛날부터 거친 명량수도를 헤치고 올라온 바다 고기의 철인이 아닌가 싶었다.

아마도 그 옛날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일본군을 수장시킬 때도 이러한 물살이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해삼이 왜 바다의 인삼인지 알려면 입을 앙다물고 싶어야 진솔한 맛을 느낄수 있고 은근하게 몽실거리며 올라오는 인삼향이 입안에 제대로 퍼진다.

두 사람이 함께 마라톤을 완주하여 신문에 기사가 올라와 주변에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부부의 인생은 누가 먼저라고 정할 것도 없이 일상의 고단함이 느껴질 때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페이스 메이커가 아니던가.


세 번째는 민어.

수년 전 민어를 먹으러 오라는 큰 동서의 부름을 받들어 둘째 동서와 기차에 올랐다.

누군가는 비행기를 예약하면서 여행에 대한 흥분이 시작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던데 나는 비행기보다 기차가 먼저 생각난다.

회도 좋지만 특히 부레는 생선이 아니라고 해도 통할 정도로 쫀득쫀득한 하리보 스타일의 젤리 식감이고 민어의 속살은 복숭아가 익어가면서 보여주는 연분홍 빛깔이다.

식재료 중에 연분홍의 유혹은 민어가 상급이 아닌가 싶소.

그리고 탕인데. 마치 설렁탕을 연상시키는 뽀얀 국물과 고소한 뒷맛은 정말 일품이었고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맛의 여운을 남겼다.

민어탕은 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끓어야 맛이 깊어지는데 속 사정도 모르는 내가 빨리 먹자고 재촉했다가 은근한 맛을 칠 뻔했다.


음식에서는 끈기가 있는 자가 곧 미식가인 것이다.

자고로 음식은 서둘러서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더군다나 재촉하면 깊은 맛이 달아나고 허기만 채워지면 은근한 맛을 남겨 두기가 어렵다.

갑자기 어느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서 몇 자 남긴다.

<세월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것.

민어 몇 마리 돌아왔다고 기다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민어의 복숭아 빛 속살은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아! 눈에 밟히는 민어의 복숭아 빛 속살이여.


두 분이 함께 한 마라톤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완주한 것처럼 앞으로도 밀당을 잘하는 부부가 되시기를 바라옵고 30년 넘게 해로하셨으니 앞으로 30년만 더 옆구리쯤 거리에서 동반자로 함께 하는 삶 속의 완주를 응원합니다.


여담)

. 해남군 우수영 관광지 일대에 해상 케이블카가 곧 완공된다고 하니 장안의 미식가들은 참고하시라.

. 해상 케이블카는 해남군 우수영과 진도군 군내면 녹진 타워에 승강장 등이 건립된다.

. 임진왜란 당시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전승지 이기도한 명량해협은 해남과 진도의 경계를 흐르는 길이 2㎞의 수로이며 유속이 빠르고 바닥이 거칠어 급류가 서로 부딪혀 우는 소리를 낸다고 하여 울돌목이라고 불리는데 물살의 속도가 최대 11노트(시속 22㎞ 안팎)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유속을 자랑한다.

GO대리 1668-2052 (2052=20분 안에 오리다)
소중하게 모시겠습니다 *마일리지/책임보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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