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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현 Oct 12. 2024

여전히 그 날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 흐르지 않는 슬픔도 있다

혼자가 됐다. 끝이 없는 바다 한복판에 힘 없이 떠 있는 느낌이었다. 주변의 풍경은 어떤지, 낮과 밤이 몇 번 바뀌었는지 돌아볼 새도 없이 시간은 흘렀다. 동생이 멀고 긴 여행을 먼저 떠나간 뒤 느끼는 감정이다. 두려운 감정이 끊임없이 머리속을 맴돈다. 보고싶어도 볼 수 없다. 어제까지의 그 일상들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정신이 약해지면 몸도 약해진다. 아무이유 없이 그냥 아팠다. 매 순간 내 숨이 곧 끊어지지 않을까 무서웠다. 사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매일 고민했다. 그러나 나의 비극과 시간은 별개였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끊임없이 흘렀고, 세상은 내 슬픔보다 더 평화로웠다.


나는 여전히 2020년 6월 7일에 살고 있다. 

그날 내가 동생을 조금 더 챙겼다면, 그날 내가 밖에 나가지 않았다면, 그날에 내가 무엇이라도 했더라면 지금 이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동생에 대한 얘기를 할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가족들은 남보다 못했고, 산 사람은 살아야되지 않곘냐는 그 말이 가슴을 찢었다. 여전히 나는 그 시간을 살고 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기억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그리움을 꾹꾹 담아 동생에 대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먼 시간이 지나 동생 얘기를 할 사람이 없어지더라도 내가 추억할 수 있도록. 동생보다 늦게 여행을 떠나게 되겠지만, 내 인생의 유일한 친구이자 나를 의미있게 만들어준 너를 잊지 않았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전히 흐르지 않는 슬픔속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을 그리워하며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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