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건 없어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너에게
"네~ 서울대입구역 7번 출구로 갈게요~"
뭐에 홀린 건진 모르겠다.
2019년 8월, 나는 어떻게 연락이 닿은 건지도 기억이 채 나지 않는 어느 부동산 중개인과 약속을 잡았다.
관악구 일대의 빌라를 돌아보기로 한 것.
"회계사시라고~"
...
"어떻게 어린 나이에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어요?"
...
"나중에는 오피스텔 같은 것도 투자해서 월세 받으면 되겠네요"
말이 돌아보는 것이지, 결국 그 중개인이 추천한, 모든 부동산 투자전문가가 말리는 '신축빌라' 투자를 내가 하게 되었다.
결국 그 해 9월에 나는 공동주택분양계약서를 쓰고 있었다. 당시 계약금은 5백만 원이었고 총 매매대금은 2억 55백만 원이었다. 2억 4천5백은 전세자금으로 대체하고 남은 잔금 5백만 원은 잔금일인 10월에 지불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내 생애 최초의 주택구입을 이 신축빌라에 갭투자함으로써 날려버렸다.
자기 자본은 천만 원이 투입된 이 투자를 통해 분양받은 해당 물건은 신림동에 위치해 다행히 세를 내놓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내놓고 얼마 안돼 신혼부부 세입자가 바로 구해지게 되었다. 부동산에 잘 검색도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한 물건을 딱 한 번 가보고 분양받게 된 결과는 돈에 있어서만큼은 내게 조급함이란 벌을 주었다.
남의 말을 듣고 자기 확신 없이 매입하였기 때문에 나는 투자를 한 후에야 내 투자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당시 빌라가격이 오르지도 않았기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밤새 잘못된 선택이란 의심이 확신이 돼서 골칫덩이를 빨리 처분해버리고 싶었다.
이에 투자를 한지 일 년 만에 2020년 가을부터 신림동 일대 부동산에 부동산을 내놓게 되었다. 그렇지만 입지가 좋지도 않은 물건을 도통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에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있었지만 공부를 충분히 한 상태가 아니어서 더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차있었다.
그러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안 건지 ‘우리 공인중개사사무소’(가명) 곳에서 연락이 와 부동산 내놓은 거 본인들이 팔아줄 테니 컨설팅 명목하에 용역수수료만 주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또 그에 대한 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하고 물건을 처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지금 컨설팅 계약서를 보면 내가 정말 무지하고도 조급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매도가격은 내가 산 가격보다 1,500만 원 높았지만 난 컨설팅 용역수수료란 명목하에 3,700만 원을 주는 계약이었기에 결국 차액인 2,200만 원의 손해를 떠 앉은 것이다. 2019년도에 처음 샀을 때 갭을 천만 원 뒀으니 총손해는 부동산중개보수, 취득세 등을 제외하고도 3,200만 원이나 되었다. 엄청난 손해였다.
이러한 손해를 미리 계산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 나는 내 월급으로 그 정도는 금방 메꾸지 라는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빨리 파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 같다. 남들이 투자의 원칙으로 이야기하는 '원금손실은 절대 보지 말 것'이라는 원칙은 이미 내게 버려진 후였다.
한편, 처분하고 나서 빌라를 광고했던 중개소 2-3곳에서 추후 연락이 왔었다. 양도세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양도세 신고까지 스스로 마치고 이성을 찾은 상태에서 든 생각은 '만약 조급한 마음이 없었다면 32백만이라는 큰 손실은 없었을 텐데'였다. 현재 비슷한 위치의 비슷한 연식의 물건은 매매가 2억 8천, 전세가 2억 6천 가량이다. 더는 검색을 해보지 않으려 한다. 마음이 조급해도 행동은 조급하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운 첫 투자 실패 기였다.
이후 내가 부동산 책 백 권 읽기 전까지 부동산의 '부' 자도 넘보면 사람이 아니라고 다짐하며 다시금 올 기회를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매와 청약에 관한 책, 그리고 내가 했던 부동산 갭투자 관련한 책도 읽어보았다.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교대에 사람들이 잔뜩 모인 세미나에 가기도 했다.
그러다 2021년 초봄, 그때의 나로서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 어느 튜터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