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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조 Jun 05. 2017

신자유주의, 사회적기업, 문화예술에 대한 나의 생각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에 대한 정리

유자살롱 공동대표였던 아키가 페북에 언급한 걸 보고 제가 예전에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의 살아남기 문제에 대해 몇 자 적었던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는 사업의 전략 측면에서만 짧게 썼는데, 그 사이 생각도 좀 변했고 문제를 오래 고민하다 보면 결국 문제를 만드는 큰 구조와 마주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1. 제가 성인이 된 후 지난 17년간,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을 하나만 이야기하라면 저는 ‘연결의 강화’를 꼽겠습니다. 교통과 통신의 엄청난 발달로 세상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빠르게 더 자주 연결되고 있고, 여기에서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2. 거리, 국경, 언어를 넘어 세계를 하나로 묶을 만큼 연결이 늘어난다는 것은 삶의 진로 혹은 일상의 소비에서 선택의 폭이 엄청 넓어지는 혜택을 가져왔지만, 입장을 바꿔, 선택받기 위한 경쟁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해졌습니다. 어느 분 표현처럼 소비자로서 유토피아인 동시에 노동자로서는 디스토피아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3. 30년 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준으로 일을 구한다고 했을 때 잠재적 경쟁자가 국내에 한정되었다면 지금은 동남아시와와 인도, 중국에 있는 수억 명의 청년들이 경쟁자입니다. 전문성을 좀 쌓아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하는 것은 똑같죠. 지겹게 나온 이야기지만 예전과 경쟁 규모가 다르다는 걸 모르고 요즘 젊은이들에게 노력 부족 이야기하는 게 헛소리인 이유죠.


4. 중요한 건 일자리 부족도 노력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일자리가 중국, 동남아, 인도로 넘어갔고 우리가 무너지는 동안 그 나라에는 중산층이 자라났습니다. 드라마를 좀 보태자면 그 나라의 가난했던 사람들이 집도 생기고 차도 사고 행복해졌겠죠. 이걸 노력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그들이 다시 가난해져야 할까요?


5. 우리가 생산성이 확실히 높거나 우리만 가진 기술이 없는 한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높이면 산업 자체가 다른 나라로 이동해버리는 시대입니다. 우리보다 임금이 낮은 나라들과 경쟁한다는 건 정책으로 대응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일자리 갈등은 심한데 답은 찾기 어렵죠. 이는 우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좀 더 고민을 했을 서양도 브렉시트와 트럼프와 우경화를 겪는데, 같은 이유입니다.


6.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사회적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일까 고민해봅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제도를 더 낫게 바꾸는 것도 크고 중요한 일인데, 그렇게 해도 감당이 잘 안 되는 불리한 변화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왕 쓰는 김에 사회적기업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7. 연결이 강화될수록 사회적인 것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태환경과 사회 구성의 변화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걸 느끼게 되면 여러 선택에 앞서 사회적인 걸 고려하게 되죠. 이런 인식의 변화가 곧 수요의 변화고, 시장은 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듭니다. 모든 기업은 크던 작던 사회적으로 변해갈 겁니다.


8. 특히 환경과 관련된 인식과 시장이 제일 빠르게 변한 거 같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소비로 연결되는 분야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합니다. 친환경과 재활용은 ‘가치’를 소비해 줄 수 있는 중산층의 소비와 연결됐기에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었죠.


9. 가난도 심각한 문제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이나 전문적 투자를 통해서 새로운 제품과 구조를 만들어야 가능하죠. 공정무역처럼 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10. 성격은 다들 다르지만 보통 이런 곳들 한 데 묶어 사회적기업이라 부르죠. 이 표현은 아직 사회적인 움직임이 낯선 시대여서 보통의 기업과 구별하기 위해 쓰이지만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되면 점점 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11. 일자리 제공부터는 좀 이야기가 다릅니다. 생존에 필요한 소득을 지원하기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건데, 이런 방식이 발달한 곳은 대부분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한 국가들입니다. 민간에서 이렇게 일자리라도 만들지 않으면 지역사회가 망가지기 때문에 비영리단체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거죠.


12. 이건 따라할 게 아닙니다. 세금으로 낮은 수준(생산성)의 일자리를 유지시키는 ‘일자리 제공’은 권장하는 게 아니라 피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삐삐 만드는 일을 계속 유지하면 잠깐 일자리 유지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 전체가 뒤쳐집니다. 우리는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의 목표를 일자리로 하고 인증 기준으로 내세우는 정부는 정신 차려야 합니다.


13. 협동조합은 사회적 효과를 고민하기 오래전에 이미 효율성과 경쟁력을 위해 나온 전략입니다. 고용과 분배의 사회적 효과가 큰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에서 효율성을 가질 수 있을 때 가능한 전략이죠. 자꾸 본질과 효과를 오해하고 사회적 효과를 위해 비효율을 감수하는 일부의 협동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4. 우리는 이것들을 전부 섞어서 보통 사회적경제라고 부르지만 하나하나 구분해서 제대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더 중요한 건 초연결 시대에 무한경쟁으로 중산층과 선의 같은 사회적경제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입니다. 어떤 소셜벤처들처럼 기술로 대응할 수도 있고 임팩트 금융 같은 새로운 제도도 필요할 겁니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는데,


15.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분야 이야기를 하자면 또 다른 차원의 사회 변화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술 발달이 가져오는 자동화와 디지털화죠. 문화예술은 이 두 가지가 더 치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16.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혹은 단체들은 예술가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지만 사실 대부분은 콘텐츠(창작) 산업의 영세 자영업자 혹은 프리랜서의 생존 문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17. 예술가는 사회적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창작물 파는 사람이죠. 창작물이 사람의 수작업과 장인정신을 통해 만들어지던 시대에는 보통의 삶과는 전혀 다른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예술이라 부르는 혼이랄까요. 그러나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된 지금은 창작의 핵심이 시스템과 기술로 많이 옮겨갔습니다. 노력을 기술이 해결해 주면서 예술의 경계가 흐려졌죠.


18. 기술이 발달할 수록 창작과 유통에서 개인의 노력이나 창의성이 아니라 시스템과 자본이 결과를 좌우하게 됐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에는 저항이 따랐죠. 여전히 인간성을 동경하던 사람들이 (보통 인디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의 비인간성과 대항했고 또 하고 있지만, 이제는 압도적인 효율성의 차이로 시스템과 경쟁은 무의미해졌으며 그 안에서 얼마나 주류인가 비주류인가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19. 콘텐츠 생산의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고 사라지면서 인간이 담당하는 부분은 점점 핵심만 남게 되고 그 안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교육과 장비가 발달하면서 새로운 사람이 진입하기는 더 쉬워지고 있죠.  


20. 유통에서는 디지털화가 판을 완전히 바꿔놨죠. 디지털로 유통되면서 단가도 떨어졌고, 유통기한도 형태도 없이 책상과 손바닥 위에서 소비가 되면서 경쟁이 엄청 치열해졌습니다. 순수예술이나 디지털화될 수 없는 것들도 결국은 관객을 두고 경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기도 소비자로서 유토피아, 노동자로서 디스토피아죠.


21. 유통 시장의 정당한 분배도 중요하고 사람들이 창작자와 작품에 대해 가지는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걸 바꾼다고 뒤집을 수 있는 판은 아니라고 봅니다.


22. 또 하나 중요한 건 이런 자동화와 디지털화는 곧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다른 분야도 덮칠 거라는 거죠.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지만 변화의 본질은 비슷합니다.


마지막으로,


23. 심각해지는 여러 문제들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울해지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저 역시 답을 찾는 중입니다. 그래도 일단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가 시작이겠죠.


24. 원론적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들이 대응하는 것을 보면 유연한 코워킹이 되는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것,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 가치를 찾는 것, 최신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등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건 역시 돈?ㅋ)


25. 저보고 유자살롱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작은 공연장을 가지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해보고 싶어요. 단순히 낭만적이어서는 아니고 음악감상과 여행처럼 디지털화 될 수 없는 것을 다루니까요. 새로운 경험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숙박과 음악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면서 일거리를 나누고, 음악과 교류가 끊이지 않는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으면 여러 가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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