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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조 Dec 22. 2016

애플, 디자인, 조니 아이브

애플의 디자이너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이 글은 작년(15년 3월)에 The New Yorker에 올라온 조니아이브의 인터뷰를 읽고 기억에 남는 구절들을 정리해본 것이다.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아래 영상을 보고 생각이 나서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브런치에 옮겨 놓는다.


이 영상은 이번에 애플에서 내놓은 디자인 책의 홍보 영상이지만 애플의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냥 봐도 좋지만 조니의 인터뷰를 읽고 보면 훨씬 보이는 게 많다.



아래는 내가 읽었던 조니 아이브 인터뷰 번역. 항상 좋은 글을 많이 번역해주셔서 잘 읽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굉장히 긴 글이라 두고두고 천천히 읽어야 한다. 2년 전 글이라 이제는 조금 식상해진 이야기들도 있지만, 애플과 조니 아이브에 대해 잘 알 수 있고, 무엇보다 디자인 특히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아주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다. 이 글을 가지고 해석하며 공부하는 학습 모임을 하나 만들고 싶을 정도다.



아래는 내가 인상 깊게 본 구절들이다. **이 있는 구절은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추가한 부분이다.


현관을 지나고 나서 아이브는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저희가 얼마나 실용적으로 일하는가가 정말 특별한 점이라는 것 말이에요. ... 방이 끝나는 부분에는 유리 벽이 있고, 그 뒤로는 모델과 프로토타입 부품 생산을 위해 플라스틱과 금속의 모양을 내는 2.4m 높이의 CNC 밀링 머신이 3대 있다. 아이브는 2000년대 이 공간을 설계할 때, 소음 및 먼지 문제가 허용하는 한, 스튜디오 안에 CNC 머신을 최대한 통합하길 원했다. “이 기계들은 실제 제품을 만드는데, 이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그는 내게 말했다. 밀링 머신은 스튜디오를 작업장으로 바꿔준다; 이는 나쁜 산업 디자인이 실제 재질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무시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아이브의 관점을 강화해준다. 


디자인 팀이라고 하면 조용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화면 붙잡고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바로바로 깎아서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은 디자인의 비결이었다. 위 영상에서 이 모습을 볼 수 있다.


애플 제품이 편리함을 목표로 할지라도 그런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노력 – “상당한 수준의 고민”, 새 재질에 대해 몇 년간의 연구, 아시아 공장에 가공 경로를 강제하기 위한 몇 달 같은 노력들 – 이 인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무언가 제조를 해 본 사람이면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이 단순히 재료의 원가와 인건비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제품의 가격에는 그것을 만들기까지의 수많은 연구와 익숙하게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들어간 노력이 반영되어있다. 재료 원가만 가지고 가격의 정당성을 찾는 사회에서는 절대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다.


팀 멤버들은 매일 12시간 일하며, 친구들과는 일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각 프로젝트에는 수석 디자이너가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성과를 나눈다. (그 아이디어는 누가 냈을까? “팀이 냈다”) 아이브는 자신의 역할이 두 극단적인 디자인 리더십 사이에 위치해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모든 창의성의 원천도 아니고, 동료들의 모든 제안을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팀 모임은 간이식당에서 매주 두세 번 열리는데 아이브는 허심탄회함을 강조한다. “저희는 어떤 것보다도 제품을 중시합니다.” (**집단 내의 경력, 나이, 서열에 의해 결정 과정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가 우선한다는 이야기) 


좋은 디자인의 또 한 가지 비결, 소통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구를 접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작업장이 있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거든요.” 그는 내게 말했습니다. 그는 “여기에 있는 모든 것들이 – 고속도로, 다리, 도요타 자동차 – 만들어진 것이고, 수많은 결정의 결과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는 전문 금속공이었다. 현재는 퇴임한 그의 아버지 마이클은 디자인 및 기술 담당 중등학교 교사로, 나중에는 디자인 교육에 대한 정부 조언자로 일했다. 


스티브 잡스도 기술자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 역시 기술자 아버지를 둔 사람으로서 엄청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도구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고 개발하는 감각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우리가 미래의 교육을 고민할 때 꼭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조니의 대학생 시절) 아이브는 “멋지고,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그의 포트폴리오는 놀라웠는데, 그 이유 중 일부는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산업 디자인을 “컨셉, 렌더링, 모형 그리고 모든 창의적인 것들”로 알고 있기는 하지만, 브루너는 산업 디자인이 “무언가를 생산해 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브는 탁상 전화의 모형을 가져왔고, 그걸 분해해서 내부 부품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보여줬다. 모형의 외각 두께는 실제 완성된 전화의 두께와 동일했다. “학생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일입니다.” 브루너가 말했다. 


실제 생산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쉽다. 완벽주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 그리고 그는 재질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한 선에서 다른 선으로 나아가는 더 우아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매 제품마다 잡스와 아이브는 모서리를 갖고 “몇 시간씩” 토의했다. (**둥근 모서리에 대한 질문에 대해..) 


모서리 하나도 그냥 나온 게 없다. 사실 선이야말로 디자인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정말 그 휘어지는 지점과 움직이는 방향이 조금만 달라져도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작은 차이에서 아름다움과 아름답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로버트 브루너는 통상적으로 디자인은 제품 출시의 “연속된 이벤트에서 (중간에 낀) 세로줄”을 차지해 왔다고 말했다. 애플에서는 “긴 가로줄로 디자인이 모든 대화에서 일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에게 디자인이란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를 결정하고 다듬는 어떤 중간 과정이 아니다. '왜 만드는가?'부터 '사람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까지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이며 모든 생산 과정 내내 기준이 된다.


애플 제품은 “모방하기 힘든 형태로 제작됩니다.” 마올라 안토넬리의 말이다. “그게 천재적인 부분이죠. 형태적인 효과뿐만이 아닙니다.” 2007년 로버트 브루너는 처음 MacBook의 “유니바디” 하우징을 보고는 – 알루미늄 블록을 깎아서 만든 하우징 – “놀랄만한 통찰력”이라 생각했다. 애플은 “이게 본인들이 제공하고 싶은 경험이라고 결정하고 나서 1만 개의 CNC 밀링 머신을 구입했습니다.” (애플은 그 숫자를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브루너가 과장한 것은 아니었다.) 브루너에 따르면, iPhone이 등장하고 나서 Ammunition에 “대형 한국 회사”가 접촉해 터치스크린 경쟁 상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들은 저희가 6주 만에 결과를 내놓기를 바랬어요.” 그는 웃었다. “우리는 ‘당신들은 모르는군요. 이건 연 단위 작업이에요.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몇 년 간 작업한 거라고요.’라고 대답했죠.” 


대형 한국 회사. 씁쓸할 뿐이다.


 2011년은 다른 때보다 더 새로운 제품에 대한 조사가 활발한 때였다. ...그 해가 가기 전에 iPhone 6의 프로토타입 조상이 스튜디오에 놓였고, 그 프로토타입은 “4인치부터 6인치 이상까지 0.1 단위로” 화면이 탑재되어 있었다. …  아이브와 동료들은 향후 iPhone 6의 화면 크기를 결정하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며칠 동안 들고 다녔다. “저희가 처음 괜찮다고 느꼈던 건 5.7인치였습니다.” 그는 회상했다. “그리고 하루 자고 나서 다시 돌아가 보면, 그냥 ‘아, 이거 너무 큰데.’ 싶었죠. 그리고 나면 5.6인치도 커 보였습니다.” (쿡이 그 과정을 설명하면서 “조니는 4.7과 5.5인치에서 벗어나지를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2011년이면 아이폰4S를 발표한 해이다(정확히 11년 10월). 그때 이미 애플은 아이폰6의 크기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애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준비해서 제품을 내놓는다. 새 제품이 나오면 어설픈 전문가들이 달려들어 각종 문제를 지적해도 애플 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다.


그 외에 애플워치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다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고를 하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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