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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나나 Aug 05. 2021

차를 도난당했어요.

 사건의 결말부터 말하자면 나는 차를 도난당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경찰이 도난 차량을 찾아서 갖고 있다는 것이고 범인의 지문이나 흔적이 차량에 남아있을 수 있으므로 검사하는데 2일에서 3일이 걸린단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여느 다른 주말처럼 나는 차를 기찻길 옆 인적 드문 골목길에 주차해 놓았다. 내가 일하는 쇼핑몰 건물 내 주차는 아무리 직원이라도 최대 4시간만 주차를 할 수 있어, 4시간이 지나기 전에 차를 밖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했던 곳이 쇼핑몰 나가서 바로 앞에 있는 골목길이었다. 오전 9시에 출근을 해서 몰에 주차를 하고 4시간이 지난 오후 1시에 골목길로 차를 옮겼다. 그리곤 오후 6시에 일이 끝나고 다시 골목길에 돌아가 보니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 차는 하얀색이라서 멀리서도 꽤 눈에 잘 뜨이는데 휑한 골목길에는 단 2대의 차만 있을 뿐 내 차는 보이지 않았다.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길 두 번 세 번을 하고 난 후에야 나는 내 차가 없어졌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일단 초밥가게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차가 없어졌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는지 연락했고 사장님이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휴대폰에 남겨진 음성 사서함을 확인했다. 의문의 여자가 하는 영어는 너무 빨라서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한걸음에 달려온 사장님께 여자의 음성 사서함을 들려주니 핸더슨 경찰서에서 온 멜라니라는 여자의 전화라고 내게 알려주었다. 전화번호를 남겨 이곳으로 다시 전화를 해달라는 그녀의 음성을 따라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량이 많아 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핸더슨 경찰서에 직접 전화를 걸었고 의문의 여성이 남긴 음성 사서함에 대해 말하면서 그녀와 통화할 수 있는지 물었다. 전화가 연결된 경찰서에서는 그녀가 어느 부서에 사람인지 알 수 없어 직접적인 연결이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고전하는 사이, 내 핸드폰으로 의문의 제한 번호 표시 화가 한통 걸려왔다. 멜라니, 그 의문의 여자였다.

 멜라니가 내게 전해준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내 차 후방 사이드 유리를 누군가가 깨 부셔서 차량 안으로 진입한 후, 차를 가져갔다고 했다. 그러나 주유를 하지 않아 휘발유가 별로 없었던 내 차에 실망이라도 한 듯 몇 분 거리 못 가서 내차를 길거리에 버린 후 다른 차 유리를 깨서 그 차를 새로 훔쳤다고 했다. 새 차를 훔치고 도망가는 모습을 목격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찾은 것은 창문이 깨진 내 차뿐이었던 이다. 그렇게 내 차는 경찰에 의해 도차량으로 견인되었고  후에 경찰이 차주인 내게 연락한 것이었다.

 용의자 증거 수집을 위해 차량 검사를 하는데 며칠간 시간이 걸리고 그 후에는 차 수리하는데 시간이 또 걸리기 때문에 차 없이 세계 최악인 뉴질랜드 버스를 타는데 시간과 돈을 소요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쯤에서 당신은 궁금할 것이다. '보험은?' 내가 든 보험은 가장 낮은 단계인 제3자 보험으로, 차량 사고 시, 내가 타 차량을 손상시킨 경우에만 해당되며 이 마저도 내가 200만 원까지는 부담을 해야 하고 그 이상 나온 비용을 보험사에서 처리해준다. 그리고 도난 화재 보험이 따로 있다는 것을 난 이번 사건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러니 내가 든 제삼자 보험은 있으나 마나 한 무용지물이 되면서 이 모든 비용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쌍욕을 하면서 범인을 찾아서 두들겨 패 버리고 싶지만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뉴질랜드의 가장 큰 단점은 도둑이 많다는 것이다. 블랙박스를 달고 있는 차량을 찾기가 어렵고 나라 전반에 걸쳐 cctv나 방범 카메라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 그러니 그냥 길 다가 사고를 낸 후 뺑소니로 도망쳐도 경찰이 나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아는 뉴질랜드의 껄렁이들은 심심해서 차를 깨 부시거나 긁고 다니기도 한다. 차 안에 2불짜리 동전 하나만 보여도 창을 깨서 가져간다. 그러니  유리가 깨지면 사람들은 범인 욕하지 않고  차 안에 혹시 귀중품을 놓고 내렸는지 차 주인에게 그 잘못을 따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범인이 마땅히 맞아야 하는 비난의 화살은 운전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고 나처럼 귀중품이 전혀 없이도 사고가 난 경우는 내가 보험을 들어 놓지 않았거나 차량에 알람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죄로 온전히 그 책임이 내게 돌아온다. 차량 두대를 훼손하고 한 대는 훔쳐서 도주까지 했는데 경찰은 그런 범인을 찾을 생각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항간에서 일부 사람들은 뉴질랜드 경찰을 돼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속도위반과 주차 위반 벌금을 잡아내어 보너스를 얻어 돈 벌려는 생각뿐, 시민들의 치안 유지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도난 사건 차량 훼손 사건들은 그저 운전자의 부주의함으로 발생된 일로 치부되는 어이없는 나라. 도둑들을 배 불리고 거지들에게 복지가 대단한 나라. 죄를 지은 사람의 인권과 경제상황까지 고려해주는 참으로 착한 나라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오래 살다보니 단점이 조금씩 더 부각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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