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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나나 Sep 09. 2021

로또 10억이 당첨되면 뭐부터 할까?

10억이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지금 현재 서울에서는 10억으로는 집을 살 수가 없는 실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야무진 꿈이 있다. 세금을 제외하고 순수 10억이라 가정했을 때, 5천만 원은 내가 현재 일하는 직장 사장님께 드려서 회사가 일어날 수 있게 도와드릴 것이며 3억 5천은 은행에 적금을 들것이다. 1억은 부모님에게 필요한 것들을 사 드리거나 전신 정밀검사를 해년마다 해드릴 것이고 나머지 5억을 갖고 한국을 떠나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며 살 것이다. 한국에서  한 채를 간신히 산다 하더라도 집사는데 5억을 다 쓴다면 또 나머지 인생을 죽어라 일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느니 그냥 마음 편하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

 지금 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현재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우선순위가 나왔다. 여행, 저금, 부모님, 사장님 순이다. 부모님께는 미안하지만 로또 맞은 10억 중 절반을 여행에 쓰겠다고 한 것은 사실 거짓말이다. 실제라면 90프로를 여행에 쓸 것이다. 나는 나 같은 자식 나올 것이 뻔해 아기 낳는 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사랑도 믿지 않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기대나 갈망이 1도 없다. 정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너 없으면 나 진짜 죽어'하는 남자 아닌 이상 남과 한 공간에서  평생 같이 산다는 것은 내 인생에는 없을 일이다. 엄마 아빠는 언니들과 나를 뼈 빠지게 일해서 키우셨는데 나는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을 여행에 다 썼다. 나는 여행하면서 좋은 거 보고 좋은 사람들 만나고 좋은 것을 먹고사는 것이 좋다. 그것이 굳이 좋은 호텔에서 부자들을 만나거나 일품요리를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짠순이라서 인도네시아에서 500원도 안 하는 망고스틴 여러 개를 사 와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랑 같이 수다를 떨며 까먹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10억이면 500원도 안 하는 망고스틴을 죽을 까지 매일매일 먹을 수 있고 300원짜리 멕시코 시장 타코도 돈 걱정 없이 평생 먹을 수 있다. 현지에서 안전하고 저렴한 집을 몇 달씩 렌트해서 지내면 호스텔보다 100배 나을 것이고 그 렌트집에 이웃 주민들이나 여행하다 만난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며 파티도 할 수 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에 돈 걱정 없이 부모님을 비즈니스석에 모셔와 함께 여행을 할 수도 있고 너무 비싸서 아무나 못 가는 북극이나 남극 체험을 가족과 다 같이 갈 수도 있다.

 10억이 있다는 상상만 해도 이렇게나 행복한데 문제는 현실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첫째로 내가 10억을 죽기 전까지도 만져볼 일이 없다는 것. 둘째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로또를 맞더라도 어디 갈 수 조차 없다는 것. 지구는 점점 죽어가고 있고 나는 나이를 먹고 있으니 돈이 무슨 소용이랴 죽으면 다 끝나는 것을. 나는 종교도 없고 사후세계도 외계인도 귀신도 믿지 않는다. 어차피 없을 10억, 생긴다 해도 세상이 미쳐 돌아가서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없으니 그것이 답답할 뿐이다.


뉴질랜드 2년 3개월째, 이제 슬슬 새로운 곳으로 또 떠나고 싶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을 피하려고 4개 5개씩 알바를 돌리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왔지만 이 마저도 점점 유효기간에 다와 가고 있다.

또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고 싶다.

코로나여 제발 빨리 끝나 주시길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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