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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나나 Oct 08. 2021

꿈이 뭐냐고 묻지 마세요

 우리는 어릴 적부터 참으로 희한하고 이상한 한 가지 질문을 꾸준히 받아왔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장래희망이 뭐예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나는 30년을 넘게 살아도 이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대답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어려운 질문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어린아이들에게 던지며 때론 대답을 강요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대통령이요' '우주비행사요'같은 일반인이 갖기 매우 희박한 직업들을 말하면 '우와 멋지다! 공부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어요'라고 반응한다. 내가 동심이 없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이 질문과 대답 그리고 반응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미친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당장 내일 내가 뭘 해야 할지,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몇십 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는 것 자체가 정신이 나간 소리다. 그런데 이런 괴상한 질문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4년에 한 번 단 한 사람이 뽑히는 아주 흔한 직업인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꿈을 설정한다. 그런 후, 질문자는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며 허황된 망상을 심어준다. 아이는 대통령이 되고자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얼마나 흔한 직업인지 점차 깨닫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낙담을 하며 꿈을 하향 조절한다. 혹여나 아이가 '회사원이요' '호텔 서빙이요' '유치원 선생님이요'라는 등의 매우 일반적이고 흔한 직업을 말했다면 질문자는 내심 실망한 표정으로  '정말요? 왜요?' 라며 아닐 거야 하는 심정으로 그 이유를 되묻는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뭔가 잘못이라도 한 것 같은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다음에 누군가 또 꿈이 뭐냐고 하면 '과학자요' '의사요' 같은 해답을 내놓는다.

 우리는 이제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은 아이에게 할 때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성인에게 하면 더욱 기괴해진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지 예상이 되는가?


  "대기업 취직이요"

  "공무원 합격이요"


 이러한 대답을 들은 질문자는 마음에도 없는 빈말을 내뱉는다  '그래 열심히 준비하면 꼭 그렇게 될 거야'. 그 사람이 대기업에 취직을 하든 공무원에 합격을 하든 부모가 아닌 이상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찾았는가? 질문은 꿈이 뭐냐는 것이었지만 대답은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먹고살지에 대한 것이었다.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꾸는 꿈이자 이상향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거나 안정적으로 일을 할지에 대해 답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이상과 꿈이 되어버리면 돈을 과연 얼마나 많이 벌어야만 내 꿈이 실현되는 것인지 알 수 없음에 오류가 생긴다. 즉 대통령이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어린아이의 답변 보다도 더 이상한 답변이 되는 셈이다.

 꿈이 뭐냐는 질문을 30대가 넘은 사람에게 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질문으로 변모한다. 듣는 이에 따라서 누군가는 그 질문을 아직도 뭐하고 사냐는 한심한 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남들은 다들 안정적인 직장에서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아직도 꿈을 못 찾고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나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대기업 간부로 많은 돈을 벌며 살아도 그 사람은 그이 나름대로 고민과 삶의 걱정들이 있을 것이고 작은 골목 식당에서 주방 설거지를 하며 사는 사람도 그이 나름대로 삶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즉 인간은 돈을 많이 벌면 무조건 행복할 것 같지만 사실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우리 모두는 걱정과 고민이 있고 각자 나름의 문제가 있어 그것을 해결하며 사느라 고군분투한다.

 이제 꿈이 뭐냐는 이 이상하고 해괴하고 기괴한 질문은 아무에게도 하지 말자. 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것, 오늘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자면 꿈을 꾸고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고? 공부를 해도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얼마나 절망의 길로 빠지게 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는가. 꿈은 꿀 수 있지만 반드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해서 미래에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하다가 오늘 밤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꿈을 꾸는 것도 행복한 삶이다.


기괴한 질문으로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처럼 라 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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