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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나나 Oct 29. 2021

뉴질랜드 봉쇄 3개월째, 이게 가능한 일인가

 뉴질랜드를 워킹홀리데이로 선택해서 왔던 이유는 크게 3가지였는데, 첫째는 자연환경이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유럽 아이슬란드에 갔을 때 멋진 풍경에 반해서 이런 곳에서 죽기 전에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이슬란드 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발전이 되어있으면서 아이슬란드처럼 광활한 대 자연이 어디 있을까 살피던 중 뉴질랜드를 발견했다. 막상 와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있는 자연이 있어서 하루하루가 황홀할 지경이다.

 두번째로 내가 이곳을 택했던 이유는 '언어'였는데,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노래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주입식으로 무분별하게 교육시키는 영어를 뉴질랜드에서 모국어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영어가 좋든 싫든 배워야만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할 수 있는 사회에서 25년 넘게 살았으니 한 번쯤은 직접 말을 하며 제대로 써먹어보고 싶었다. 뉴질랜드인 특유의 영어 억양이 있어서 종종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워낙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대체적으로 영어가 알아먹지 못할 수준은 아니기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 이유는 3000명 워홀러 인원 제한 때문이었다. 호주는 아무 때나 나이만 맞으면 아무나 갈 수 있는 반면, 뉴질랜드는 선착순이고 인원 제한이 있었기에 나에게는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내가 지원했던 2019년에 지원자가 줄어서 딱히 경쟁하지 않고 맘 편하게 워홀 티켓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해 2020년 초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더 이상 워홀을 받지 않게 됐는데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차 티켓을 거머쥔 셈이었다.

워홀 3개월 호텔 청소, 3개월 여행과 백수, 5개월 레스토랑 설거지, 1년 4개월 식당 웨이터, 9개월 초밥 가게 계산원 그리고 1년 8개월 코로나, 오랜 시간을 코로나와 함께 살면서 다행히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정부 보조금을 매주 받으며 어려움 없이 지냈다. 지금 이 순간도 봉쇄 때문에 다른 도시에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지지난주부터는 소풍을 갈 수 있게 정부에서 허락해주어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주 넓은 감옥 속에서 일도 안 하는데 돈도 받고 코로나 걸릴 위험도 거의 없이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어쩌다 이런 천운을 얻어 뉴질랜드에 있게 됐을까. 코로나 시대에 뉴질랜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로또라고 생각한다.

 세상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현상을 두고도 좋고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데 나처럼 안락하고 평온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생활고에 허덕이다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봐도 뉴질랜드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자체로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백신 접종률이 90퍼센트가 되면 봉쇄도 풀고 국경도 열겠다고 하는데 백신 접종 속도가 지금 이런 속도라면 올해 연말까지도 봉쇄가 지어질 수도 있을 듯하다. 정말 엄청난 나라다. 더 대단한 건 이런 시국에도 국민들이 시위 한번 하지 않고 정부 말을 정말 잘 따라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3개월 동안 모든 가게 문을 일제히 닫고 집 밖 외출 자체를 단속한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정부 지원금이 있더라도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어땠을까.


대단한 나라에 있는 만큼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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