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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타리즘 Aug 17. 2020

여행썰 ㅡ 인도편 9

12.암리차르 도착

처음 인도에 왔을 땐 커리에 빠져 난이랑 짜파티를 마구마구 먹어대기 바빴고, 사간이 지나면서 인도영화를 보면서 라씨를 마셨고, 인도영화를 보는 단계에서 좋아하는 배우가 생겨 음악을 들으며 몸을 흔들어 대는 과정이 생겼다.

인도 여행을 다녀와서 인도에 대한 향수를 볼리우드(할리우드+인도)라 불리는 인도영화를 보면서 어느 정도  해소했었다. 인도영화를 통해 여행을 하고 음식을 맛보고 같이 춤추고 눈물을 흘렸다.

어느새 수많은 인도영화를 보게 되었고,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이 생겼다.


많이 본 영화 중에 하나인 '신이 맺어준 커플'의 배경이 되는 암리차르를 인도에 오게 되면 꼭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영화의 영향도 있지만 암리차르를 가게 되면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암리차르를 향해 기차는 달리고 있다. 이까짓 소변을 참는 건 일도 아닌 거 같다.

일도 아닌 건 아닌 거 같다. 점차 사물의 시야가 좁아지고 주위가 노랗게 물들어 가기 시작한다.

곧 있으면 내린다. 꿈의 장소에

발동동거림의 한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기차는 암리차르에 도착했음을 외치며 휴식에 들어간다.

쇠바퀴와 철도가 부딪히는 둔탁하고 신경을 거스르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마냥 반갑기만 하다.

종점인 거 같다. 순식간에 모든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빨리 나갈 수없다. 방광의 기능이 한계에 다다름을 인식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짐을 챙겨서 기차에서 내렸다. 주황색의 샛노란 하늘에 얼른 화장실만 바라고 또 바랬다. 이 속 타는 마음도 모른 채 오토릭샤 기사들은 또 나를 향해 달려들며 소리친다. 어디 가냐고. 짜증이 나지만 소리칠 수는 없다. 신경을 분산하는 순간 나는 모든 걸 내려놓게 되어버린다. 그리곤 인도 뉴스에 오줌싸개로 나오겠지.

조심히 차분하게 조용하게 사정하면서 나는 화장실을 외쳐댔다. 나 싼다. 싼다고 한국어가 절로 나온다.

그렇게 나는 화장실을 무사히 다녀왔다. 신기하게 화장실 간 기억이 화장실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정말 안 난다.

너무나 식은땀이 많이 났던 기억만 날뿐이다. 그리고 그 당시 폭포, 댐 폭파, 용이 불을 내뿜는, 잠수함 이런 이미지만 떠올랐던 기억이 난다. 이젠 진짜 자유다.


시끌벅적한 역 플랫폼의 소리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소리,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 , 아침이라 살짝 추운 탓에 커피자판기가 있었고 그 주위로 몇몇이 호호 불면 연기가 나오는 그런 파란 색감의 차가운 공기 속에 시끌벅적함 이게 암리차르의 첫인상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계속 비가 와서 추운 기억이 많이 난다. 북인도다. 도착이다.


혼돈의 암리차르역  ㅡ 북인도의 찬공기는 뼛속을 파고든다.


인도는 아직 우리나라처럼 곳곳에 커피 프랜차이즈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짜이 티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인도도 유명한 커피 원산지로 커피벨트에 묶여있다. 커피벨트는 특정한 위도 경도 때에 커피나무들이 자라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커피벨트에 묶여있지는 않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선 아쉽지만 커피벨트가 있는 인도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짜이 티가 주음료이다. 그 정도로 짜이 티는 일상이고 매력적이다. 하루에 커피를 많게는 20잔 가까이 마시는 나도 인도 있는 동안 짜이 티 덕분에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화장실을 다녀온 나는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북인도의 추위가 스멀스멀 뼛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랴.


플랫폼에 노점이 보인다. 커피를 팔지 않으면 캔커피라도 사려고 가보니 우리나라 식당에서 주는 공짜 커피 자판기가 보인다. 아까 사람들이 모여있던 그곳이다. 커피는 한 종류만 파는데 그것마저도 너무나도 감사했다.

커피통엔 커피기름이 껴서 얼마나 오래된 건지 모를 커피와 기차의 매연 탓인지 머신이 너무나 더러웠다.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냐 지금 내겐 사향고양이 똥 커피만큼이나 고급진 음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암리차르 기차역에서 감사의 마음이 나를 감싸고 있다.

반갑다. 암리차르여!



13. 암리차르 초보 여행자


여행객이 한국을 놀러 와서 서울만 여행을 하고 나선 한국은 굉장한 도시국가로만 인식할 수도 있고, 강원도만 방문하고 나선 바닷가 나라로 인식한다는 건 큰 오차이듯 인도를 떠올릴 때 델리의 시끌벅적한 도시 모습만 떠오르거나 바라나시의 더운 강가의 모습만을 떠오르고 인도를 단정 지을 수없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언어, 다양한 지역색이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방문한 암리차르가 있는 북인도 펀잡지방은 또 어떤 모습의 인도일까. 기대감과 흥분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검은색 내 여행용 지샥 시계는 오전 8:30분을 막 지나고 있다.

이제 날은 완전히 밝아졌으나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안개로 인해 특유의 으스스함을 만들어 낸다.

여기도 오토릭샤로 인한 매연냄새가 심하게 났는데, 델리랑은 또 다르게 재즈바에서 풍기는 시가바와 커피 향이 섞인 것처럼 뭔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10시간을 넘게 기차를 타고 나와서 그런지, 이 매연 향이 나를 흥분시키는 건지 얼른 황금사원으로 달려가고 싶다. 흙탕물에 다시 내 발은 더러워진다. 오토릭샤의 흥정에 대충 나는 평균치를 만들어 자리에 오른다.

아저씨는 한건 잡았다는 표정이다. 아저씨 암리차르로 갑시다.

오토릭샤는 신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시크교의 성지인 황금사원은 신의 집이라는 뜻이다.) 이번 여행은 우연찮게도 두종교의 성지 두 곳을 가게 되었다.


황금사원은 일반 사람들에게 3일간의 숙소를 제공한다. 으리으리한 호텔 같은 방은 아니지만 외국인에게도 숙소를 제공하며 공짜 식사도 제공한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봉사도 할 수 있다. 육체적으로 움직여 요리 준비도 할 수 있고 헌금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사원에서 안 머물고 숙소를 잡기로 했다. 숙소에서는 3일만 머물 수 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고도 싶어서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황금사원 뒤쪽 호텔들이 모여있는 거리에 오토릭샤는 도착했다. 길은 온통 흙길이었다.

밤에 옥상에서 밤하늘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이 추위와 비가 계속 올 줄 꿈에도 몰랐기에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우기 시즌이었고, 성지 주변이라 술을 터부시 했다. 근처 4킬로 이내에는 술가게조차 없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오토릭샤로 30분 걸려서 맥주를 사러 다녀왔지만 왠지 나만 마시고 금기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혀 술맛이 들지 않았다.

알코올 홀릭은 아니지만 배낭여행에서 맥주 탐방은 내가 여행하는 기쁨 중에 하나이다. 각 나라 각 지역의 맥주 맛과 병 디자인 등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맥주의 청량감은 힘든 배낭을 잊게 해 주고 외국인 친구들과의 거리감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드디어 도착이다. 멀리서도 성지 주변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의 공기가 바뀌어 있었다. 거리는 흙길이나 깨끗하고

신성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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