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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타리즘 Aug 12. 2020

여행썰 ㅡ인도편 6

7. 델리 아웃

다시 이번 여행으로 돌아와 나는 델리 기차역에 도착했다. 델리에는 기차역이 큰 곳이 두 개가 있는데 여기는 뉴델리역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역이 나누어져 있는 건데 가는 방향에 따라 사용하는 기차역이 다른데 대부분은 여기 뉴델리에서 타고 어디가든 기차표는 여기 뉴델리역에서 표를 끊을 수가있다.

수많은 인파들과 수백대의 오토릭샤와 자전거릭샤꾼들, 노숙자들, 개들 다 예전 여행 때와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만 변해서 여기에 다시 온 것 같았다.


본관으로 들어와 어두컴컴한 내부로 들어가면 2층에 외국인 창구가 있다. 그래도 두 번째 여행이라고 모든 게 기억나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발길이 2층으로 향한다. 얼마나 되새기고 또 꿈을 꾸었는지 마치 어제 온 곳처럼 선하다.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내부를 보니 대학교 1~2학년 정도 되는 한국애들이 어딜 갈지 의논하고 있는 게 보였다. 말을 걸고 싶기도 했으나 역시나 외국에 나오면 온전히 타국의 삶에 녹아들고 싶어서 자국민들은 되도록 안 만나려고 노력한다. 그들과 놀면 재미나겠지만 항상 여행 다녀오면 아쉬울 때가 있더라.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는데 인연이 정해주는 거라 믿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생기지 않으면 일부러 한국인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신기하게 외롭지는 않다. 다들 배낭여행을 혼자 하게 되면 외롭고 걱정이 될 거라 생각하지만 막상 혼자 떠났을 때 현지인을 통해 또 다른 재미있는 경험도 생기고 그 나라에 놀러 온 다른 외국인 친구도 생길 수 있다. 각설하고 나는 번호표를 끊고 기다렸다가 역무원에게 오늘 저녁에 떠나는 암리차르행 티켓을 달라고 말했다.

첫 여행 때와는 달리 영어도 예전보다는 익숙해졌고 또 불편하면 바디랭귀지가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술술 진행되었다. 역무원은 암리차르행은 올드델리 역에서 타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인도가 차 좌석은 한국보다는 좀 더 세분화되어있다.

1등석에는 개인 방처럼 꾸며져 있어서 에어컨도 나오고 좌석도 푹신하다 외국영화에 나오는 그런 기차 칸이라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우리나라 KTX처럼 빠르진 않고 예전 무궁화 열차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슬리핑 칸은 낮에는 앉아있다가 밤이 되면 위에 걸려있는 좌석을 내리면 두 개의 침대가 된다. 근데 문제점은 길이다. 나처럼 덩치 크고 키 큰 사람에겐 짧고 비좁다. 그래도 이마저도 감사한 게 앉아서 가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 거 같다. 기차 안의 상황은 있다가 기차 타고나서 좀 더묘사해볼 까한다.


기차표 예약을 다 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일층 광장으로 내려왔다.

인도 인구만큼이나 메인홀에 앉아있는 비둘기 떼가 어마 무시하게 많았다.


뉴델리역 2층 외국인 전용 창구



비둘기 떼를 보니 9년 전에 겪었던 당시로 타임슬립 했다.


나는 명희 누나와 영수, 진주랑 헤어지고 나 홀로 자이살메르로 이동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고, 더 이상 인도가 무섭지 않았다. 그들 덕분이었다. 그렇게 앞으로 갈 일정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엄청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우는소리와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기차 내부에는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말도 들리는 듯했다. 몇몇의 사람들은 좌석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고 귀귀 울였다.

나도 궁금함에 그쪽으로 가봤는데 한국 인분이 중국인과 기차 역무원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국인 분의 설명은 중국인 여행객 팀 안에서 한 명이 얼마 전에 인도 소매치기를 만나 열차 안에 있던 가방은 물론 여권까지 다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은 거의 영어를 하지 못했고 가방을 잃어버린 여성은 망연자실 출발하려는 기차에서 내리려고 하는 중이었다. 기차 내부는 엄청 시끄러웠는데 내 옆좌석엔 곧 한국인 두남 성이 탔다.

진석이형이랑 지홍이형이었다. 후에 아롬이랑 아롬이 누나 다른 분들까지 해서 8명 정도 함께 자이살메르로 떠나게 되었다.

그들과는 각자의 일정에 따라 헤어졌다가 또 다른 여행지에 만나게도 되었는데 조드푸르 역에서 같이 기차를 기다리느라 중앙홀에서 기차가 오기만을 다 같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천장은 돔처럼 이루어져 수십 미터에 걸쳐 비둘기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당연히 바닥은 비둘기 똥으로 그림처럼 중앙홀이 흰색과 연녹색 빛으로 가득했다.

우리 팀들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 부딪친 줄 알았다.

근데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8. 델리 아웃 2


알고 보니 비둘기 똥이 내 눈과 안경 사이에 떨어졌던 것이다. 살면서 누가 비둘기 똥을 눈에 맞을까?

너무 신기했지만 손으로 만지니 뜨끈 미지근한 비둘기 똥이 묻어났다. 비둘기의 축복으로 여기는 에피소드가

생겨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고 아직도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면 위험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비둘기를 보는데 괜히 웃음이 나왔다.

역시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사나 보다.

기차표를 지갑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얼른 암리차르로 떠날 채비를 마쳐야 한다.

이제 몇 시간 뒤면 기차 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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