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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타리즘 Aug 13. 2020

여행썰  ㅡ인도편 7

9. 라씨예찬

인도에는 신기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무궁무진하지만 그중에서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라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고 한다.

라씨는 일종의 요구르트인데 이걸 단순한 요구르트로 취급하는 것은 이순신을 그냥 장군으로 말하는 것과 같을 정도로 라씨는 오묘하고 다양하고 깊은 세계를 가지고 있다.

라씨를 처음 맛보았을 때 전기에 감전되는 듯한 짜릿한 느낌이 드는데 하얗고 달콤한 흰색의 요구르트가 혀를 한번 휘감고 목구멍을 지날 때 지친 영혼을 달래주며 땡볕의 더운 인도로부터 시원한 에너지를 만들어주며 순두부터처럼 말랑한 덩어리가 라씨위에 얹어져 있는데 (커드라고 부릅니다.) 역시나 그 걸 축한 덩어리가 주는 축복의 에너지는 아쉬움을 잔득이나 머금고 있다.

라씨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매트릭스의 알약이 되어 9년 전의 인도와 지금의 인도 그리고 상상 속의 인도를 총동원시킨다. 라씨 자체의 식감으로도 조화로움의 최대치를 이루고 있다.

라씨는 보통 커드라 불리는 덩어리가 라씨 요구르트 위에 올려진 구성이 기본 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래인 요구르트처럼 관광객들의 방문에 발맞춰 망고부터 아몬드 다양한 재료를 넣은 라씨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자동차 튜닝의 끝장판이 순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 먹어보고 다 다양한 맛과 향기와 재미있는 식감을 주지만 난 오리지널 라씨가 가장 좋다.

하얀덩어리가 커드 . 길죽한 스테인리스 컵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최애 라씨중 하나


물론 짜이, 커리, 짜파티, 난, 사모사 , 포테이토 수프, 탄두리 치킨 등 과찬을 하자면 끝도 없는 인도의 요리지만  인도의 다양한 인종만큼 각자의 취향에 맞춰 초콜릿, 소금, 설탕, 향신료, 아몬드, 망고를 비롯한 과일들을 다 받아들이는 음식은 라씨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스테인리스 컵은 이 음료가 극도로 시원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표 같은 건데 더운 날 땀을 흘리고 라씨를 주문했을 때 컵을 받으면서 우선 기분이 좋아지고 마시멜로처럼 달콤하지만 부드러운 커드에서 한번, 고소함과 구수함의 라씨 요구르트에서 또 한 번 감동과 치유를 위로를 얻는다.

이런 점에서 현대문명이 나은 인위적 화학음료들은 라씨 앞에선 쇠똥구리의 발톱에 낀 소똥의 가치만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라씨가 주는 육체적, 정신적 만족감을 마치 향 물질성 약품처럼 쾌감을 극도로 올려주기 위해서는  정직한 장사꾼의 판매가 기본인데 라씨를 라씨라고 부르지 못할 경우가 생긴다.

델리의 깍쟁이 장사치들이 만든 라씨는 요구르트의 양에 비해 물과 설탕으로 대충 간을 맞춰서 묽은 이 라씨 맛 액체는 밍밍한 맛이 도는 게 너무나도 실망스럽고 김치에 고추양념이 되어있지 않고 고춧가루만 백김치에 뿌린듯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가게에서 라씨를 마시고 나면 판매 인도인이 미워지기까지 하니 라씨 하나가 주는 충격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여행자들이 델리를 통해서 입국하는데,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 중 사정으로 델리 만 방문하고 떠나는 그들이 이런 라씨를 마시고 엄지 척을 외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에 입이 근질거린다.

다른 가게들도 가보라고. 델리의 라씨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인심적인 측면에서 다른 지역으로 갈수록 내가 꿈꾸고 맛보고 즐기고 감탄하고 상상하고 생각나고 행복해하는 이 향정신적 물질 같은 바쿠스가 탐낼만한 이 인간 세계의 최고 음료의 가게들이 많았다.


왜  ㅡ 한국에는 라씨가게가 없는가



인도에는 20억 인구만큼 신이 존재하며 다양한 종교와 엄청나게 오래된 역사와 다양한 신화와 다양한 인종이 넘쳐나고 세계 각국의 유명인들이 삶의 해답을 찾아 여기로 오지 않는가? 비틀스부터 구루를 찾아오는 이 대단한 세계에서 길에서 동냥하는 거지도, 동네 꼬마도 철학자라 할 만큼 신비로움이 가득한데

분명 인도에는 마법사가 있을 것이다. 이 마법사가 현지인을 비롯해 외국인마저 품게 만드는 이 음료를 만들어 인도에 대한 환상을 이어가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너무나 힘들게 사는 인도인의 모습을 마음 아프게 여긴 크리슈나가 일일이 그들을 보살피기 힘들어서 전해준 게 아닐까?

이 종교 같은 마법의 물약은 누가 만드는지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지만 내게 라씨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준 지역은 바라나시와 암리차르였다. 바라나시는 인도의 국교라 할 만큼 많은 인구가 믿는 종교 힌두교의 성지 갠지스강이 흐르는 곳이고 암리차르는 시크교의 성지 황금사원이 있는 곳으로 시크교들이 매일 순례를 위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라씨의 맛이 맛없을 수없지 않은가? 성지의 기운이 판매자의 마음이 어찌 맛없을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다음 여행지는  델리를 떠나 열 번 넘기 본 인도영화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샤룩 칸도 나오고 여자 주인공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신이 맺어준 커플'의 촬영지이자 시크교의 성지 황금사원이 있는 북인도의 암리차르로 향한다. 기차 안에서부터 고생은 시작이었지만 이번 인도 여행을 통해서 고생이 고마운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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