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중규 May 06. 2024

국민의힘 토론회: 비동의강간죄 신설 적절한가?/ 정중규

형법 제297조 개정에 관한 정책세미나

<비동의강간죄 신설 적절한가?>

- 2018년 일명 미투(#MeToo)법안 일환으로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의되는 비동의강간죄 신설에 대한 열린 토론의 장

2024.5.3. 오후1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주최 : 국민의힘 최승재 국회의원

주관 : 법무법인 내일, 법률사무소 윌, 대안연대,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바른인권여성연합

비동의강간죄, 22대 국회 입법 우려 남긴 21대 국회의원 토론회

최승재 의원 주최로 문제점 진단

이수정 “성범죄 사건 검찰 직접수사 축소, 진실 찾기 어려워”

"술 마시고 호텔 가면 처벌 쉬워"

"동의 묻기 애매, 가해자로 몰려

비동의강간죄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현실적 부작용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에선 역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어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은 3일 의원회관에서 '비동의강간죄 신설 적절한가?' 형법 297조 개정에 관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회는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맡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10대 공약 중 하나로 '비동의강간죄' 도입(형법 제297조 강간죄 개정)을 발표했다가 실무진의 착오를 이유로 철회했다. 다만 '장기적 과제'로 남기면서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동의강간죄는 2018년 일명 미투(#Me Too)법안 성범죄강화법 일환으로 등장했다. 20대 국회에서 5개 정당 10개 국회의원실이 대표 발의했으며 21대 국회에서도 2개 정당 3개 국회의원실 대표 발의했다. 실제 통과는 안 됐지만 오는 6월 개원할 제22대 국회에서도 일단 발의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인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위원장은 축사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거 확보 기회를 축소시킨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의 의사결정과 관련해서 편가르기 하듯, 논쟁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 “2008년 해바라기 설치할 때부터 아동 성범죄 등에 관련해서 깊이 관여해 왔고, 해바라기 센터 전문가 조력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며 그 이유를 들었다.


그는 “장애인이나 아동 청소년에게 성적인 자유로운 성숙한 의사결정권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부분을 경험 통해서 알고 있다. 마치 아주 심플하게 예스(Yes)가 ‘있었다’, ‘없었다’로 정하는 방식은 성범죄를 쉽게 정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성범죄는 다른 형사범죄와는 달리 물적 증거 확보하기 어렵다. DNA도 확보하는 게 10% 미만”이라면서 “진술만으로 싸워야 되는 게 성범죄 사건이다. 일어난 즉시가 아니라 1년 또는 수년 이후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 진술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검찰 수사권 축소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동의라는 게 스팩트럼이 넓다. 명확하게 ‘나도 원한다’는 식으로 명시적이고 동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드물다. 우리 사회문화 고려했을 때, 동의 여부잣대가 애매한 상태에서 기존 강간죄는 협소하다”며 “폭행협박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라고 얘기했을 때, 범위가 너무 넓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야당의 입법 폭주로 이 법이 통과돼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단 집단에서 일어나는 위계‧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명시적으로 동의한다. JMS에서 일어났던 일이 강간이 아니냐? 강간이 맞다”며 “단순히 무짜르듯이 예스룰로 하기 어렵다. 용인이 잘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예를 들었다.


이어 “‘동의’ 기준도 한 가지 방안이기도 하나, 우선 ‘거절’을 기준으로 ‘했느냐’ 여부를 해봐야 한다. 해본 후에 ‘동의’ 여부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대 야당이) 어느 날 숫자로 동의 여부를 가지고 밀어붙이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는 또 “성범죄는 단순 남녀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성범죄 사건은 진술밖에 없는 사건이 태반이다. 1차, 2차, 3차 진술 과정이 반복 되면서 재판정에서 다퉈져야 한다. 진술 변화와 번복 과정이 주요한 증거인데, 확보 절차를 검찰과 연관된 수사권 조정을 축소한다면 3분의 1로 줄어드는 건 자명하다”라고 했다.


이어 “쉬운 길은 없다. 양쪽의 진술을 많이 하게 해서 진술을 찾아가는 과정, 신중한 과정에 필요한 것이 진술만을 토대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필요하다”며 “(비동의강간죄의) 찬반 때문에 온 게 아니다. 진지한 노력, 진지한 문제제기, 성범죄의 진실을 어떻게 캐내느냐에 대한 전반적인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자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어렵기도 하고, 위험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주제를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토론할 기회를 주신 최승재 의원께 존경 표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토론 허용해줘서 매우 감사하다. 오늘 결론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야가 이런 토론을 수십 번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토론 거쳐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세미나 좌장을 맡은 오명근 법무법인 내일 대표변호사는 "지금 강간죄에 있어서도 상당한 부분 비동의에 대한 개념이 도입돼 있다"며 "다만 이걸 명시적으로 '의사에 반한'이라는 개념으로 가게 되면은 복마전처럼, 판도라의 상자처럼 수많은 머리 아픈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오세라비 작가는 "'지금 생각해 보니까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였다'고 한다면 만약 이혼 단계에 있는 부부는 자기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내가 강간당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굉장히 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이건 신중을 기해야 되고 어떻게 국가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렇게 감시하고 법리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비판적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의를 했나, 안 했나 이것도 굉장히 여성들을 수동적인 위치에 놓는다. 이것이야말로 반 여성주의가 아닌가"라며 "이것을 거부할 권리 일부도 없다는 말인가. 여성을 굴종적인 위치에 놓기 때문에 정말 이것이 발의된다면 의원님들은 반드시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을 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구체적 판례를 제시하며 비동의강간죄 신설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술 마시고 호텔 가면 그냥 일단 처벌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피해자가 술, 약물 등에 의해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는 판시 사항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 젊은 남성이 오랫동안 교류를 해왔던 여성에게 "너도 나랑 성관계 좀 하자. 우리 너무 만난 지 오래됐지 않았냐, 성관계를 지금까지 못했지 않냐, 이제는 우리도 그런 거 해야 될 시점이야. 안 그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남성은 여성의 고소에 의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처벌 받았다.


김 변호사는 "비동의 간음죄가 현실화되면 동의 의사를 물어봐야 되는데 그럼 물어보는 순간 통매음죄 피의자가 될 가능성, 위험 부담을 안아야 되는 것"이라며 "진술 신빙성까지도 다툴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지금의 현실에서 이 법이 적용되면 그냥 가해자로 몰리면 남자고 여자고 다 무조건 처벌 받는다"고 비판했다.


김대현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대표는 성범죄 무고 사례를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 남녀가 서로 사귀기로 했고 즐겁게 술을 마시다가 호텔에 같이 가기로 해서 샤워하고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다음 날 헤어지면서 여자가 남자한테 '나를 사랑하면 200만원 입금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남자는 당시 모텔 CCTV와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내서 준강간이 아니었음을 입증해 무혐의를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헤어지고 나서 어떤 이유에 의해서 갑자기 성폭력으로 고소했을 때 남자 입장에서는 과연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다"며 "정말 올바르게 살아가는 남자가 비동의라는 이유만으로 폭행과 억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범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작가의 이전글 2024코엑스가구전시회 김형석 교수 강연 / 정중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