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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May 11. 2024

문재인 대통령 시절이 남북 화해의 시기? / 정중규

나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을 남북 화해 시기로 보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나마 외형적으로나마 그렇게 보였던 시기는, 평창동계올림픽에 김여정이 참석한 1월부터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평화 퍼포먼스가 열렸던 9월까지 2018년 몇달간 뿐이었다.

그 모든 것도 코인을 비롯한 대북송금의 댓가로 이뤘던 것인데, 더 이상 그런 송금이 없자 2019년 바로 "삶은 소대가리" 같은 욕설이 쏟아진다.

초조해진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의 CEO 이재용 향해 "DJ정권 때의 현대그룹처럼 대북 지원하라"고 겁박에 들어가지만, 이재용은 북한으로부터 "랭면이 목구녕으로 들어갑네까"라는 수모까지 당하면서도 단 한 푼도 내어놓지 않았으니 남북관계는 급전직하 파탄지경으로 나아갔다.

내가 김일성 집안을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장사아치로 보는 이유는 이처럼 모든 것을 이해관계로 판단하는 까닭이다.

특히 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방미해 발표한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 성명서에서 '민족보다 한미동맹이 우선 된다'고 하자, 김정은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문재인 중재자 역할도 파탄을 맞는다.

아니 그에 앞서 이 기사에서 보듯, 이미 트럼프부터 문재인은 더 이상 영양가 없다고 판단하고,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전부터 배제시키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2019년 6월 판문점 한미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이 겪은 아래 사진 같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모욕 곧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지만, 우선은 김정은이 문재인이 끼어드는 것을 반대하고, 트럼프 역시 문재인이 더 이상 중재할 여지가 없다고 보고, 회담 장소로 들어오려는 문재인을 경호원들 시켜 문을 닫게 만드는 치욕스런 상황 연출에는 그런 바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했던 문재인 정권의 민주당이 '자신들은 대북관계를 모범적으로 만들었는데, 그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파탄지경으로 몬 것'처럼 몰아세우며 비난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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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책 ‘미국 안보를 위한 아메리카 퍼스트 접근법(An America First Approach to U.S. National Security)’이 9일 출간됐다. 워싱턴 정가에서 사실상의 ‘트럼프 인수위원회’로 통하는 친(親)트럼프 싱크 탱크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AFPI)’가 기획한 342페이지 분량의 이 책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철학과 방향성이 담겨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릭 페리 전 에너지부 장관, 채드 울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 로버트 윌키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16명이 이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모건 오테이거스는 2018~2019년 미·북 대화와 두 차례 정상회담을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의 성공 사례”라고 책에 적었다.

오테이거스 전 대변인은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특히 그의 김정은과의 개인적 외교는 미국우선주의 외교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케이스 스터디”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심이 있지만, 미국이나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한 뒤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한 수사와 제재, 정책으로 김정은은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포함해 미국과의 외교에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미국은 대북 접근법과 관련해 일본, 한국과 긴밀히 협력했으나 미국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거부권을 어느 나라에도 주지 않았다”라면서 “특히 미국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listened to), 문 (전)대통령이 원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대북강경정책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 (전)대통령은 북한에 너무 양보하려고 했기 때문에 미국은 문 (전)대통령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deliberately excluded)라면서 “이것이 바로 현실에서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력, 대통령의 리더십, 힘에 의한 평화, 동맹과 같이 일하지만 때론 미국이 국익에 따라 혼자 행동할 수 있다는 경고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했다.

오테이거스 전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2021년 이후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및 잠재적인 7차 핵실험 준비에도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대응은 없다”라면서 “이는 대통령이 파트타임으로 대북특사를 임명한 것과 바이든 고위 관료의 북한 카운터파트와의 외교 시도 실패한 것 등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러간 군사 협력 상황을 거론하며 “바이든 정부의 약한 아시아 외교 정책은 러시아와 중국간 합동 해군 및 공중 훈련, 북한 및 이란의 참여로 강화된 새 러시아·중국의 축(axis)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오테이거스 전 대변인은 또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 보유’ 언급을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바이든 국가안보팀에 패닉(panic)을 초래했으며 한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긴급(crash)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일 3국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바이든이 이런 노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다”면서도 “이 정상회의는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소홀함, 미국이 중국 및 북한에 맞서 자신들을 지원할지에 대한 동맹국의 우려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공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테이거스 전 대변인은 방위비 분담 문제와 관련, “트럼프의 접근방식은 북핵 프로그램 및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을 포함해 공동의 안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아시아 동맹국이 더 많은 부담을 분담하도록 장려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해선 “트럼프와의 개인적인 유대가 미·일 관계를 강화하고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키스 켈로그 전 국가안보보좌관 대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래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지 여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 참여하느냐에 연동시켜야 한다”고 했다. “영토 전부를 돌려 받지 못하는 결과를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사람이 그만 죽었으면 좋겠다’는 트럼프의 말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한 영토를 수복하지 않고도 평화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러시아가 대화에 응할 유인이 되도록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미루는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위 공약을 설계하는 게 낫다”고 했다.


저자들은 중국을 “가장 당면한 국가 안보 위협이자 미국의 최강대국 지위를 대체하려는 곳”이라 규정했다. 울프 전 장관은 중국 학생들의 미국 비자 발급 제한, 데이터 유출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는 틱톡 등 중국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금지 조치 등을 제안했다. 또 “국가 기간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소유한 자산에서 50마일(약 80km) 이내에 있는 부동산을 중국 국적자가 구매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이 미국산을 수입하는 만큼만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야 한다”고 했다. 책은 2016년 대선 당시 바로 정무직에 임명할 수 있는 인력이 25명에 불과했다고 전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1기 때의 인사 난맥상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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