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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Jun 20. 2024

尹브레인 안상훈 "석유 나오면 미래세대 복지기금으로"

[인터뷰] '尹브레인' 안상훈 "석유 나오면 미래세대 위한 복지기금으로 써야"

"자녀를 키울 때도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너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건 오래 걸려요. 그냥 놀라고 하는 건 쉬워요. 똑같은 거예요."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 현금복지 정책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지금부터라도 '보수의 복지국가론은 이런 게 있고 이렇게 해왔는데 문재인 정부 때부터 현금 복지로 갑자기 돌아서서 표 계산만 하고 있다, 이걸 막아야 한다'는 걸 4년 동안 설득하고 다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절 윤석열 캠프에서 복지 공약의 기틀을 설계했으며, 이후 초대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을 맡아 복지정책은 물론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지휘했다. 현금복지보단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서비스 복지'를 추진해야 한단 게 그의 신념이고 윤석열정부 복지 비전의 근간이다.


4·10 총선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이를 입법으로 추진할 '미션'을 갖고 왔다. 그러나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로텐더홀 규탄대회가 일상인 현실이다.


그는 "연금·교육·노동개혁을 다 어깨에 짊어지고 왔는데, 이걸 우리 당 의원님들과 공부하고 야당 의원들 설득해 입법을 다 해야 하는데 국민들도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하지만 희망을 갖고 있다. 국운이 있으면 될 것이고 나는 우리 국민들을 믿는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시행령 갖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 법을 바꿔야 하는데 국회가 (원 구성 갈등 때문에) 본회의장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대리석 바닥을 전전하고 있다"며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안 의원은 복지국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는 "제가 서울대 교수 정년 보장이 10년 넘게 남았는데 사직을 했다. 기득권을 포기했다"며 "우리 대통령과 의기투합했던 사회개혁은 100% 해두셔서 제가 책임질 생각이다. 그래서 4년 비정규직으로 왔다"고 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설계할지, 경제와 어떻게 선순환을 이룰지 주로 연구해온 안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의 자문 요청을 많이 받았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비전 2030'을 주도했고 박근혜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 등을 맡았다. 안 의원은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모두 복지국가엔 진심이었지만 정치상황과 그것을 밀어붙일 의지가 문제였다. 5년 담임제에서 대통령이 끝까지 밀어붙이기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님이 보자고 해서 봤는데 이 양반은 다르더라"며 "당시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계열 현금복지를 내세울 때다. 이게 오히려 성장을 깎아먹는단 경제학 연구 결과는 많지만 선거에서 말로 설명하긴 길고 어렵다. 그래서 '받고 떠블로 가자. 100만원 부르면 200만원 부르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데 윤 총장님이 '안 교수님의 진짜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현금복지가 아닌 보건의료, 교육, 노동, 복지, 돌봄 등 서비스 복지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시 총장은 "나는 정치인들에게 빚이 없기 때문에 개혁과제를 임기 내에 다 못해도 첫 발자국은 떼는 걸 하고 싶다"고 했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이) 그 때 약속을 꿋꿋이 지켜주셨다. 그 덕분에 지지율이 안 나오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민간에서 고용과 복지를 창출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내용의 '사회서비스 진흥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여당에서조차 현금 지원성 저출생 대책이 거론되는 데 대해 "효과가 없다는 게 학계에서 이미 증명됐다. 유연근로, 육아휴직에 들어갈 돈도 부족한데 현금 쓰면 이거 못 한다"며 "1억원 준다 치자. 대학 나온 여성이 일자리 잘리게 생겼는데 1억 주고 대출 탕감해준다고 애 낳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이 초등학교 때까지 질 좋은 보육을 저렴하게 해주고 육아휴직 1년쯤 후 아이가 클 때까지 4시간 재택근무 등 유연근로를 할 수 있게 보장해주면 된다"고 밝혔다. '그런 시스템이 실제로 가능하겠나'란 기자의 질문에 안 의원은 "제가 하겠다. 제가 실현해서 영웅이 되겠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노동개혁도 저출생 문제를 풀면서 함께 풀어갈 수 있다"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기제가 보육과 육아휴직, 단축근로와 재택근로 등 근로시간 유연화인데 현재 분위기에선 기업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현재 국회가 반쪽으로 갈라진 데 대해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되는데 거꾸로 폭주하는 기관차가 되고 있다"며 "정부의 개혁 의지를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설득하는 게 부족했다. 탁현민이라도 영입해야 하나. 기자들도 정쟁 말고 이런 걸 더 적극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21대 국회 막판 연금개혁 '모수개혁'을 주장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연금개혁 상설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드린다. 21대에만 진심이었던 게 아니라면 진정성 있게 받아달라"고 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에 관해선 "석유가 발견되면 현 세대가 쓰지 말고 미래세대를 위한 복지기금으로 쓰자고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지금 야당은 가스전 개발에 반대하고 있지만 석유가 나오고 혹시라도 야당이 집권하면 2200조원 임기 안에 다 쓸 거다. 그걸 막아야 한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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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尹 복지 정책’ 설계자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윤 대통령, 연금개혁만은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


⊙ “대한민국이 20여 년 동안 못 한 사회개혁들을 이렇게 확실하게 밀고 나가는 정치인(윤석열)은 처음”

⊙ “마크롱의 연금개혁 참고해선 안 돼… 연금개혁 위에서 일방적으로 실행해서 살아남은 정권 없어”

⊙ “의대 증원, 대선 전부터 계획하고 발표해 추진했고 의협과도 이야기한 일”

⊙ 현금복지는 나라 망하는 지름길… “이재명 대표, 복지에 그렇게 관심 많다면 ‘받고 더블로’ 가자”

⊙ “복지국가 내세우면 선거에서 인기 없을 것”이라 하자 尹 대통령 “그런 거 안 하려면 대통령 뭐 하러 합니까?”


安祥薰

1969년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스웨덴 스톡홀름대 석사, 웁살라대 대학원 박사 /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건복지부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 역임. 現 22대 국회의원(비례대표)


1960년대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대한민국은 2024년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국이 됐다.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만큼 최근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소득의 양극화, 이념·세대·성별 등 각 분야의 양극화, 성장과 고용의 한계, 저출생·고령화 등 각종 사회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앞서 성장했던 선진국들은 복지, 즉 재분배에 나섰다. 복지 없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존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싫어하고 경계했던 개념이 복지국가였다고 한다. 자본주의 국가가 복지에 나서면 그들의 기대대로 자본주의 국가가 스스로 무너질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다만 대한민국에서는 지금도 복지는 ‘좌파의 개념’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국정과제로 복지국가의 전제 조건인 노동·교육·연금개혁을 내세우며 강하게 밀고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복지 정책 설계자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초선, 비례대표)을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역대 대통령의 ‘복지 스승’

 

20여 년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해온 안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복지국가 플랜 ‘국가비전2030’을 설계했으며, 박근혜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복지 정책의 틀을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선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으로 복지 분야 컨트롤타워로 2년 이상 일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16번)로 국회에 입성했다.

 

―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비전 2030을 설계해 내놓으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었는데요, 노 전 대통령과는 어떻게 해서 알게 된 겁니까.

 

“제가 언론에 기고한 복지국가 칼럼을 보고 (노 전 대통령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은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복지국가로 한 단계 더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제 의견에 동의하면서 플랜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비전 2030(2006년 8월 발표-편집자주)은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을 위해 제시한 비전이었고요, 성장과 복지를 함께 해 2010년대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 세계 일류국가로 도입하며, 203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약 5만 달러에 삶의 질 세계 10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물론 보수 언론을 포함해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비전 2030은 사실상 폐기됐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던 겁니다. 노 전 대통령은 제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요.”

 

―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정책에도 참여했죠.

 

“차기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의 공약에도 포함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제게 복지국가의 비전을 배우겠다고 찾아와서 3년여간 ‘개인교습’을 했고요. 박근혜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는 인수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내용은 비전 2030과 계속 같았어요. 국민연금을 개혁하고, 복지 분야 재정을 향상시키고, 육아 및 노인 수발 비용을 확대한다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의지가 강했는데 여러 상황이 받쳐주지 못해 아쉬운 결말을 맞았지요.”

 

“박근혜, 복지국가 의지 강했다”

 

― 그동안 입각이나 정치 직접 참여 요청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30대 시절부터 제안이 많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그 연령대에 정책을 이끌어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전문 분야에서 도움을 드리려는 생각만 했지요.”

 

 

― 윤석열 정부 들어 인수위-대통령실-국회까지 이른바 ‘직접 참여’를 하게 된 건 그런 이유(연령) 때문인가요.

 

“그런 건 아니고요. 윤석열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은 그동안 실패했던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갔습니다.”

 

― 다른 전 대통령들은 그 정도의 의지가 없었습니까.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선 당시(2012년) 박근혜 후보가 연금개혁을 포함한 강력한 복지 정책을 발표해 민주당 측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보수 정당이 이 정도로 강력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한 거죠. 박 전 대통령은 대권 주자로 불리던 시절 약 3년간 저에게 복지국가에 대해 배웠습니다. 진심으로 복지국가를 만들려는 의지가 보였고, 취임 후에도 강하게 추진하려 했습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과외선생 역할을 했다고요.

 

“대선 후보 시절 배우겠다는 의지가 큰 데다 저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만들었다가 폐기된 복지국가 건설 방안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추진해보고 싶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인기와 팬덤이 대단했고 당 역시 후보가 하겠다면 다 같이 하는 분위기여서 저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 박정희·박근혜 부녀는 복지보다는 그 대척점인 ‘성장’의 상징 같은 분들인데요.

 

“그런데 직접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로 ‘밥상머리 교육’을 다양하게 받았는데, 아버지로부터 ‘산업화의 끝에는 복지국가가 있다’ ‘내가 우리나라 잘살게 하려 하는 건 나중에 복지국가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합니다. 또 흔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산업화와 성장에만 몰두했던 인물로 알고 있는데,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후의 계획까지 있었던 겁니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다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라 걱정 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어요. 저는 보수층에서 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일 때면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 성장에 앞장선 박정희 전 대통령도 최종 목표는 복지국가 건설이었습니다.”

 

“윤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여러 분야 전문가들 만나”

 

― 윤 대통령과 첫 만남은 언제였습니까.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저에게 복지에 대해 듣고 싶다고 하기에 만났지요. 제가 ‘혹시 정치하실 생각이 있느냐, 있다면 이재명이 기본소득 운운하는데 그런 포퓰리즘과 현금복지는 강하게 받아쳤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의기투합이 돼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습니다.”

 

― 복지국가 계획이 윤 대통령의 마음에 깊이 와닿았나 봅니다.

 

“그렇긴 하지만 과연 정치인이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는 있었습니다. 복지국가 이슈는 끌어나가는 과정도 힘들고 선거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연금개혁, 의료개혁, 노동개혁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싫은 소리만 들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반대편에서 현금복지를 내세우면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겠냐고 했죠.”

 

― 그랬더니 뭐라 하던가요.

 

“아니 대통령이 재선 가능한 것도 아닌데 그런 거 제대로 안 하려면 대통령은 도대체 왜 하는 겁니까?라고 하시더군요.”

 

― 확신을 보여준 셈이군요.

 

“지금까지도 그날 했던 약속을 하나도 무르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한테 5년 임기에 완성하기는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참 희한한 분입니다. 내가 정치하면 저렇게까지 할 순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여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연금개혁 등 복지 정책에 대해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상태입니다.

 

“총선 선거운동 때도 당내 경제통이라는 의원들이 제 의견에 반대하는 경우가 있어 고립무원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요. 우리 당 일부 중진급 정치인과 광역단체장 등이 여전히 현금복지를 내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동안은 정치인들이 복지를 잘 몰라서 잠잠했지만 복지가 대한민국 존속의 최대 과제라는 걸 다들 아는 순간 현금복지니 하는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나라 망치는 길로 갈 사람도 많다고 봅니다.”

 

― 풍파가 있더라도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까.

 

“얼마 전에도 직접 확인했습니다. 제가 제안하고 대통령이 받아 의기투합한 복지국가 계획은 반드시 실천될 겁니다.”

 

“윤 대통령, 옳다고 생각한 일은 굽히지 않아”

 

― 의대 증원 이슈를 보면 대통령이 한 번 나선 일은 이른바 끝장을 보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지지율이 저조해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죠.

 

“욕도 먹고 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옳다고 생각한 일은 굽히지 않습니다.”

 

― 그래도 의대 증원을 바로 그해 입시부터 적용하는 게 교육 여건상 무리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무리가 아닙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교수 숫자가 지금의 몇 분의 1 수준이었고 교수 1인당 학생수도 훨씬 많았죠. 그때 배운 지금 교수들은 제대로 못 배운 겁니까. 그리고 대선 전부터 계획하고 발표해 추진해온 건이고, 의협과도 이야기한 건입니다. 그동안 준비를 안 했다면 그게 문제라고 봅니다.”

 

정치 관련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그의 전문 분야인 복지 이야기로 돌아갔다. 안 의원이 주장하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성장이 마무리된 현재 확실한 복지국가 플랜을 세우고 구체적인 복지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시점이며, 이 시기를 놓치면 국가가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현금복지가 아닌 사회서비스복지 위주의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 ▲복지 관련 개혁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가 아닌 전 국민의 합의 도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복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다들 인정하지만 절체절명의 과제인 이유가 있습니까.

 

“1960년대 초반 우리나라 1인당 GDP가 100달러가 안 됐습니다. 최빈국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만 달러대잖아요. 300배 이상 성장한 겁니다. 많은 사람이 5년이나 10년마다 두 배 세 배도 잘살게 됐어요. 현재 50대 이상 기성세대들은 최빈국에서 태어나 지금의 대한민국에 사는 건데, 세계적으로 이런 세대가 없습니다. 엄청난 찬스를 가졌던 세대인 겁니다. 그러니까 복지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못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국가발전론에 따르면 국가가 전쟁국가-발전국가-산업국가-민주국가의 과정을 거치면 복지국가로 넘어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전 국민이 먹고살 만하게 된 게 1980년대, 대체로 잘살게 된 게 1990년대인데요, 그때까지 우리나라는 성장이 모든 걸 해결했기 때문에 복지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산업화로 성장이 어느 정도 이뤄진 후엔 국가가 복지에 나서지 않으면 그 국가는 유지가 안 됩니다.”

 

“현금복지보다 사회서비스복지”


― 왜 그렇습니까.

 

“성장이 계속되면 불가피하게 양극화(兩極化) 현상이 심화됩니다. 그대로 놔두면 갈등구조가 더 커지면서 국가체제가 전복되는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부(富)의 재분배에 나서야 돼요. 아니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국가가 유지가 되지 않습니다. 선진국이 되면 선진국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좋은 정치를 통해가지고 복지국가로의 진전을 연착륙시키는 복지를 하는데 이게 나라 망조 들게 하지를 않고 제대로 하는 거로 만들어주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예요.

사실은 그 시점이 제가 보기에 한 20년 전부터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기적적인 성장의 시대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는 지속 불가능합니다. 난(亂)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자가 번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무조건 나눠줘야 한다는 절대평등을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적당한 재분배가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복지를 해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가난한 집에 태어났어도 얼마나 사회에 기여할지는 아직 모르는 것 아닙니까. 성장을 위한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게 우리 사회의 지속과 발전을 위한 길입니다. 공산주의의 아버지인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제일 싫어하고 경계한 것이 복지국가였습니다. 복지국가가 형성되면 혁명의 동력이 없어 공산주의가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안 의원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스웨덴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모델로 불린다.

 

“스웨덴은 1980~1990년대에 완전한 국가 개혁을 통해 싹 바뀐 상태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복지를 잘하는 나라가 스웨덴이고 독일이 그 뒤를 따랐고요. 지금 진보좌파들은 스웨덴 복지모델 얘기를 늘 하는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일까요? 스웨덴은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국가 개조를 했고 1998년 연금개혁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했습니다. 현금복지를 줄이고 서비스복지를 늘렸고요. 지금도 가장 모범적인 모델입니다. 즉 현금복지를 줄이고 사회서비스복지 위주로 가는 게 정답이라는 겁니다. 현금복지로 취약계층을 튼실하게 하고 일반국민에겐 서비스복지를 제공하는 것, 이게 성장 및 고용과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전입니다.”

 

“복지는 노동·성장과 함께 가야”

 

― 그런데 좌파는 왜 계속 현금복지를 주장할까요.

 

“현금복지는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위험한 사안입니다.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쭉 서비스복지를 강화하는 복지국가 건설이 목표였어요. 이 기조를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현금복지를 살포하면서 무너뜨렸고, 이는 극심한 재정 악화를 불러왔습니다. 건국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대한민국의 국채(國債) 규모는 약 600조원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국채가 400조원 늘어났어요. 나랏빚을 내서 복지를 하겠다니 소가 마차를 끄는 게 아니라 마차가 소를 끄는 형국이 된 겁니다. (현금복지는) 미래 세대에게서 희망을 빼앗는 망국적인 프로젝트였고,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실책을 바로잡는 작업에 나선 겁니다.”

 

― 정치인 입장에서는 현금복지가 가장 손쉽게 표심(票心)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겠죠.

 

“지난 정권 5년간 전문가들의 우려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여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술 더 뜨는 현금복지와 포퓰리즘을 들고 나왔어요. 밤잠이 안 올 정도였습니다.”

 

― 현금복지도 필요한 것 아닙니까.

 

“‘취약계층은 현금복지, 전 국민은 서비스복지’ 구조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전 국민에게 현금복지를 선보이고 취약계층의 현금복지는 외면했습니다. 현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현금복지는 더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현금복지는 단순한 포퓰리즘일 뿐만 아니라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 현금복지의 최대 단점은 뭡니까.

 

“노동 동기를 침해한다는 겁니다. 여가시간이 늘고 근로시간은 줄어들죠. 노동이 줄면 소득도, 성장도 줄어듭니다. 안 그래도 AI(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결국 노동의 종말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왜 더 일찍 노동과 소득을 줄이는 방향으로 몰아가야 합니까. 서비스복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확실하고, 일할 기회를 만드는 유일한 수단이 서비스복지입니다. 노동이 늘어야 생산도 늘고 선순환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생각하는 덴마크는 공휴일을 없애는 분위기입니다. 복지는 노동 및 성장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겁니다.”

 

― 서비스복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요,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서비스복지는 의료, 보건, 교육, 고용, 돌봄, 취약계층돌봄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가 복지를 제공하는 겁니다. 근데 이 서비스들은 거의 100% 고용을 창출합니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고용유발 지수는 사회서비스 분야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복지는 성장 및 고용과 함께 갈 때 성장할 수 있고요. 이를 좌시하면 복지는 끝납니다.”

 

 “용산에서 답답해 죽을 뻔”

 

20여 년간 정부의 조력자로 일해온 그가 22대 국회의원으로서 직접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향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 용산(대통령실)에서 여의도(국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사실 대통령실에선 컨트롤타워였지만 국회에서는 비례 초선 의원으로 힘이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용산에서 답답해 죽을 뻔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여당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에서 공천 신청을 하라는 얘기가 왔을 때도 그 점을 분명히 했어요. 정치인들은 복지국가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 같으니 내가 앞장서겠다고요. 정치인들도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당에서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싶습니다.”

 

― 각 정치인들에겐 과제가 산더미인데 복지 공부까지 하라 하면 어렵지 않을까요.

 

“복지 공부를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사회 복지 분야는 진보와 보수가 내공이 달라 게임이 안 돼요. 솔직한 말로 보수 대부분은 별로 고생 안 하고 살지 않았습니까.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선진국의 국가 운영은 모두 복지와 연결되고 유럽 선진국들은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2가 복지예산입니다. 이런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있을까요.”

 

― 지금 복지 정책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국민연금개혁입니다. 21대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여야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무산됐죠.

 

“연금의 종류가 굉장히 많잖아요. 국민연금의 요율과 소득보장 비율만 조정한다고 우리 국민의 연금복지가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물론 국민연금부터 시작해 연금개혁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개혁하자는 걸 합의해주겠다는데 우리가 받지 않았다는 식으로 공격하고 있어요. 하지만 국민연금개혁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안철수·심상정 후보 4인이 공통 공약으로 결정한 사안이었습니다. 이걸 이제 와서 논란으로 만드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연금개혁, 정부가 드라이브 강하게 걸 수 없어”

 

― 국민연금 재정 악화는 여러 번 문제 제기가 돼왔는데 왜 개혁을 하지 못했을까요.

 

“사실 각 정권이 개혁을 하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만 빼고요. 하지만 연금개혁이라는 게 결국 돈을 더 내야 하니까 국민들에겐 인기가 없는 정책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계속 선거가 있다 보니 정치권이 제대로 얘길 하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윤석열 정부의 특성상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현 정부는 일단 연금개혁은 국회 주도로 해야 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전 국민이 다 논의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힘드니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통해 여론을 이끌어나가자는 겁니다.”

 

― 3대 개혁과제로 내건 노동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중 노동개혁과 의료개혁은 톱다운(top-down)으로 빠르게 진척이 되고 있는데 연금개혁은 왜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겁니까. 일부 언론에서는 작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을 밀어붙인 사례를 들며 결단을 촉구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은 연금개혁만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개혁은 의사들만 반대할 뿐 의사 아닌 국민들은 거의 찬성하기 때문에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은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대부분의 국민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슈인 만큼 정부와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없습니다. 마크롱의 연금개혁은 절대로 우리가 참고해선 안 됩니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연금개혁을 위에서 일방적으로 실행해서 살아남은 정권이 없어요. 대통령이 밀어붙인들 정권 바뀌고 다음 정권에서 원상복구하겠다면 그냥 무산되는 겁니다.”

 

―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요.

 

“대통령께 최소 10년, 20년도 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직 국민이 관련 지식도 부족하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밀어붙일 수는 없어요. 어쨌든 세금이든 보험료든 더 내야 하는 건데 국민 입장에선 싫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기초연금 등은 탄탄하게 하면서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자는 게 정부의 방향인 만큼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려 합니다. 사실 국민연금도 처음 나올 땐 너무 많이 내고 억지로 내야 한다고 다들 싫어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노년층에게 국민연금이 효자 아닙니까? 이런 점을 계속 설득해야죠.”

 

“모수개혁은 임시방편일 뿐”

 

― 야당 측 주장처럼 모수개혁(요율 등 세부방안만 수정하는 개혁-편집자 주)이라도 빨리 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구조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의 모수개혁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경우 정치권이 모수개혁만 하고 연금개혁을 해냈다고 생색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조개혁이 대전제가 돼야 합니다. 대통령실이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으니 관련 부처들과 여당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 당내에서도 이견이나 반대의견이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중진들은 제발 이슈 물타기를 중지했으면 합니다. 충분히 공부를 하지 않은 채 언급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연금개혁과 관련한 물타기나 거짓말은 민주당이 먼저 하고 있지만요.”

 

“하루빨리 연금개혁특위 출범시켜야”

 

안 의원과 인터뷰한 날(6월 11일)은 22대 국회 개원일에서 약 2주 정도 된시점이었지만 이때까지도 국민의힘은 등원을 거부한 상태다. 원내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국회 관례를 깨고 법사위와 운영위, 과방위 위원장을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을 합의 없이 가져가버렸기 때문이다.

 

― 국회가 정상적인 운영이 되지 않고 있는데 개혁을 어떻게 해나갈 계획인가요.

 

“이재명 대표에게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절체절명의 과제인 연금개혁은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원칙적인 합의를 마친 상태이니 이를 모든 정쟁에서 분리해 하루빨리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자는 겁니다. 이 대표는 대선 며칠 전에도 연금개혁 하겠다고 공언했고 그 후에도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습니다. 민주당과 이 대표 입장에서는 연금특위만 빨리 출범시켜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 국민에게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민생을 우선으로 한다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 대표가 기본소득을 계속 주장하니 우리는 ‘받고 더블로’ 가겠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초선 의원이 상징성을 갖고 내놓는 ‘1호 법안’에 대해 안상훈 의원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다. 법안 개수로 평가받는 국회의원의 ‘성적표’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정치는 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정책과 법안이라도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압니다. 국민 입장에선 김정숙 여사 7000만원 기내식에는 관심이 많지만 문재인 정권의 부채 400조원은 와닿지 않는 게 사실 아닙니까. 다만 그런 사실도 민심이라는 점은 파악해야겠지요. 여당도 야당도 민심을 제대로 읽는 정치를 했으면 합니다.”⊙


월간조선 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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