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랑스 중부의 조용한 도시, 물랭(Moulins).

풍차의 흔적과 예술의 숨결이 깃든 도시

by 뮌헨 가얏고

프랑스 중부의 조용한 도시, 물랭(Moulins).

이름부터 아름다운 이 도시는 프랑스어로 '풍차'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과거 알리에(Allier) 강변에 즐비하게 늘어섰던 풍차와 물레방아가 도시의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파리의 '물랭 루주(Moulin Rouge)'가 그 도시의 상징적이고 유명한 랜드마크이듯, 이곳 물랭도 한때 바람을 품은 풍차들이 도시의 풍경을 지배했을 거다.


이곳도 한때 바람을 품은 풍차들이 도시의 풍경을 지배했겠지. 우리는 시간 부족과 뜨거운 날씨 탓에 강가까지는 닿지 못했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바람, 물, 그리고 시간이 빚어낸 풍경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벨포르에서 물랭까지: 뜨거운 도로 위의 미식 여정


벨포르에서 물랭까지, 약 339km. 오늘도 뜨겁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지만, 고속도로가 잘 뚫려 있어서 드라이브는 꽤나 쾌적했다.


프랑스 고속도로는 아스팔트가 좋아서 남편도 운전하기 편하다고 했다. 운전하는 걸 즐기는 남편 덕분에 우리는 마음 편히 창밖 풍경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자동차 여행을 만끽할 수 있었다.


길 위의 여행, 도로 위의 여름. 이동하는 시간마저도 여행의 일부라서 좋았다.


중간에 들른 도시는 몽소 레 민(Montceau-les-Mines). 이름도 생소한, 조금은 낯선 소도시. 원래는 단순히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잠깐 들렀을 뿐인데, 뜻밖의 미식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Montceau Les Mines

몽소 레 민의 뜻밖의 미식 경험


몽소 레 민에서 레스토랑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문 닫은 곳도 많고, 분위기 별로인 곳도 많고.

한참을 헤매다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괜찮은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휴~~


난 가격이 저렴한 점심 세트를 주문했는데, 애피타이저로 나온 삶은 달걀 요리가 인상적이었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삶은 달걀이라니, '낯설지만 흥미로운' 조합이었다.

평소 마요네즈를 즐겨 먹지 않는데도, 이 마요네즈는 시판 제품과는 다른 맛이었다. 아마도 홈메이드였던 것 같다.


부드럽고 고소한 마요네즈에 얇게 썬 잔파가 솔솔 얹어져 있었는데, 이 잔파가 말 그대로 '화룡점정'이었다. 느끼할 수도 있었을 마요네즈를 총총 선 잔파 한 조각이 확 잡아줬다.

단순한 삶은 달걀 하나가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조합에서 오는 놀라움.

새로운 미각의 발견이었다.

이게 여행의 재미지.


메인 요리는 기름기 쏙 뺀 돼지고기 스테이크였. 보기엔 퍽퍽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프랑스는 참, 이런 데서 감탄을 준다. 아무렇게나 들어간 식당에서도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해 준다. 곁들인 레드 와인은 꼬뜨 뒤 론(Côtes du Rhône).

이번 여행에서 자주 마신 와인인데, 가격도 착하고 맛도 무난해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붉은 과일향에 은은한 허브 향이 어우러지고, 무엇보다도 탄닌이 거칠지 않고 균형 잡혀 있어 부담 없이 마시기 좋았다.

Port des Chavannes

예상치 못한 소도시에서의 맛있는 점심.
이런 작은 발견들이 쌓여 여행이 더욱 반짝거린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물랭,

문닫은 상점들, 텅빈 거리,

이글거리는 햇살 아래 잠든 듯한 도시,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벨포르, 요새 도시에서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