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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Mar 31. 2022

한국 엄마 모임이 있었다.

한국 엄마 모임이 있었다.

내겐 뮌헨에서 한국을 느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동네 엄마들 모임도 있었지만, 한국 모임을 선택했다.


처음 뮌헨 왔을 땐 아이들 학교에 9가족이었는데, 지금은 총 24가족으로 늘어났다.


이번에는 반만 모였는데도 규모가 상당하다. 코로나 감염으로 못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미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가 나은 집도 많았다.


10명 좌석을 예약했는데 갑자기 12명으로 늘어나면서 더 넓은 공간으로 자리를 이동 시켜 줬다.


대부분이 주재원들이라 그런지 모임에 한국 특유의 분위기가 여전히 있어서 내겐 신선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골고루 시켜서 다 같이 나눠 먹는 것이다. 얼마 전 브런치에 관련된 글을 쓴 후라 더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된다.

(https://brunch.co.kr/@jinseon/84)


코로나 상황이라 다들 조심스럽게 음식을 덜어 먹는 게 번거롭긴 하다. 테이블에 음식 접시에 개인접시까지 놓이니 번잡스러움도 살짝 들었다. 센스 있는 웨이터가 옆에 반달형 테이블을 붙여줘서 공간이 넓어졌다.

 

번거롭고 번잡스럽단 기분은 잠시 뿐이고 이내 파티에 온 기분으로 바꼈다. 다 함께 머릴 맞대고 뭘 시킬까 고민할 땐 마치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사소한 것에도 깔깔거리는 모습에선 여고생으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  여러 음식을 골고루 맛보니 좋다. 이 음식 맛있으니 한번 먹어보라며 권하는 모습이 정겨운 한국인 맞다.


이번 장소는  나의 단골집이고 내가 추천한 집이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위층은 호텔이다. 뮌헨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많다.


이곳은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은 곳으로 보통은 친절하지만,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이탈리아 분들이 서빙을 하셨다.


어제는 못 보던 청년이 우리 테이블을 서빙했다. 마치 우리를 위해 특별 고용된 사람처럼 아주 발랄하고 영어를 잘하는 젊은이(?)였다.


우리 모임은 늘 1/n로 계산한다. 12명으로 나누기 편하게 하느라 원래 주려고 했던 팁보다 더 많이 웨이터에게 줬다. 적은 돈인데 12명분이 모이니 꽤 됐다.


생각보다 많은 팁을 받은 웨이터가 정말 신나서 인사를 한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국제학교이다 보니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연결되어 있다.


처음 왔을 때 갓난아기였는데 벌써 유치원에 들어갔고 초등학생 아이들이 청소년이 된 모습들을 보면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데 내가 그만큼 나이 들었다는 건 그다지 반갑지 않다.


주재원들이라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 머물렀다 간다. 매번 모임 때마다 새로 온 사람들이 있고 또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에도 2명이 처음 보는 얼굴이다. 4명은 이번 여름에 떠난다고 했다. 코로나로 뮌헨이 럭다운됐을 때 온 가족은 아직 얼굴도 못 본  사람도 있고, 얼굴은 봤지만 이름이 가물거리는 사람도 있다.


뮌헨 생활한 지 7년째인 나는 이제 왕고참이 되었다.  싱가포르에 살 때도 늘 환송식만 했었다.


뮌헨에 오면 달라지겠거니 했는데, 오히려 더 자주 새로운 사람을 맞고 정든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된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외국 살아도 한국 소식 많이 듣고 한국말로 소통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예전에 비하면 외국 생활이 편해졌다.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도 올라가서 K-pop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우리 한국 맘 모임은 언제나 활력소가 되어 준다.


한국인의 정을 듬뿍 느끼고 온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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