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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Mar 29. 2022

훈남 굴뚝 청소부가 행운을 주려나?

 

오전 7시 20분. 삐~~~~


굴뚝도 없는 우리 집에 굴뚝 청소부가 왔다. 독일의 아침은 이렇게 일찍 시작한다.

게다가 어제부터 시작된 서머타임에 내 몸은 아직 적응 중이라 더 일찍 느껴진다,

(유럽은 3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서머타임이 실시되어서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해제된다)


독일 생활 7년째 접어들면서 드디어 말로만 듣던 굴뚝 청소부를 오늘 만났다. 2015년도 뮌헨 와서 처음 2년간 살았던 집에는 벽난로가 있었는데도 못 봤다. 굴뚝 청소부란 직업을 메리 포핀스 같은 영화에서나 봤지 현재에도 있는지조차 몰랐다.


2년 전 매달 있는 북클럽의 회원 중 한 명이 자기 집에 굴뚝 청소부가 왔었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처음 알게 됐다. 핸섬하고 그가 쓴 모자가 어떻고 행운이 어쩌고 하며 굴뚝 청소부에 관한 얘기가 오갈 때도 그냥 재미있는 남의 얘기처럼만 들었다. 우리 집엔 굴뚝이 없어서 굴뚝 청소부를 만날 일은 없을 거란 생각에.


그런데 오늘 아침 굴뚝 청소부가 우리 집에 왔다. 말로만 듣던 특유의 모자와 멋진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30대 정도로 한쪽 눈썹엔 피어싱했는데, 전혀 불량스러워 보인다거나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외모와 키가 훤칠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자기소개하더니 영어나 독일어 중에 어떤 게 편하냐고 물었다. 당연히 영어지.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는 영어가 통하는 곳이다. 내가 독일에 6년을 살면서 독일어가 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굴뚝도 없는 우리 집에 굴뚝 청소부가 온 이유는 집안에 설치된 화재경보기를 교체하기 위해서다. 굴뚝 청소부가 굴뚝만 청소하는 게 아니다.


독일에는 3년 과정의 굴뚝 학교가 있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해야 마이스터 자격증이 주어지고 16년 이상의 활동 경력이 있어야 개인 사업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독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굴뚝 청소를 제때 하지 않으면 화재의 위험이 있고 가스에 질식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굴뚝 청소를 하다가 추락하거나 남아있는 가스에 질식되는 사고도 짖았다고 한다. 독일은 안전에 관련해서는 철저한 나라이니 굴뚝 청소 학과를 설치해서 철저한 교육을 받게 한 후에 배출한다는 게 낯설지도 않다.


화재와 관련된 일이라 화재경보기 교체 작업도 굴뚝 청소부가 하나 보다. 굴뚝 청소학과는 전기에 관해서도 가르치겠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화재경보기를 설치할까?


이들은 전문직으로 월 7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라고 한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고 했다.


중간에 상황 보고까지 하며 위층 아래층으로 열심히 오르락내리락하더니 5개 다 교체했다고 했다. 음식을 할 때 연기가 나거나 샤워를 할 때 수증기 때문에 경보기가 울릴 수도 있으니 그때는 경보기를 살짝 눌러주면 된다고 했다. 그 정도로 예민한 건가?


종이박스는 안에 플라스틱은 빼내고 분리해서 버리면 되고 예전 경보기는 배터리가 들어있으니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지 말고 재활용 쓰레기장에 가서 전기제품 버리는 곳에 버리라는 설명까지 해줬다.


1년 후에 다시 보자는 인사와 함께 혹시 그전에 문제 있으면 연락 달라며 명함도 한 장 주고 갔다. 가고 나니 아침에 굴뚝 청소부를 보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 생각났다. 집안을 깨끗하게 해 주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기에 집안의 액운도 막아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래서 유럽엔 행운의 부적으로 굴뚝 청소부 인형을 선물해 준다고 한다.


그럼 오늘 난 행운을 받은 건가? 복권이라고 사야 하나? 메리 포핀스에 나오는 굴뚝 청소부 버트의 유명한 노래 'Chim Chim Chr-ee'의 가사처럼  굴뚝 청소부와 악수를 하거나 키스를 날렸어야 했던가?


월요일 아침부터 훤칠한 굴뚝 청소부의 환한 미소와 활기찬 모습을 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것만으로도 복을 가져다 준거겠지!


인터넷의 굴뚝 청소업체 웹사이트에서 퍼옴
우리 집에 온 굴뚝 청소부의 명함

https://youtu.be/kG6O4N3wx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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