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4월 날씨(Aprilwetter)
헉~~~ 결국은 여기도 눈이 내렸구나!
며칠 전 뮌헨에 봄이 왔다는 글을 썼다.
금요일에 눈이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어제까지 비가 왔었다.
독일 지인들의 눈이 왔다는 소식을 페북을 통해 접하면서 뮌헨은 웬일로 눈이 안 오나 했었다.
밤새 이렇게 많이 왔다. 변덕스러운 이곳 날씨는 올해도 비껴가질 않는구나.
가끔 사람들이 뮌헨의 계절을 물어본다. 그때 나의 대답은 두 계절이 겹쳐 있다가 슬그머니 계절이 변해요. 그리고 매년 달라요.
어떤 해는 5월까지 눈이 오기도 하고 어떤 해는 2월 이후 눈이 안 오기도 해요. 한 주는 30도 정도의 여름 같은 날씨였다가도 그다음 주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서 14도가 될 때도 있어요.
독일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 날씨가 이렇다. 이래서 여기 사람들 날씨에 아주 민감하다.
예전에 햇볕 좋은 봄날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관광안내소에 들러서 이곳에 있는 박물관 위치를 물어봤다.
지도를 보여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던 직원이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박물관 가지 말고 호숫가로 가라고 헸다. 박물관은 다음에 날씨 안 좋을 때 가라고.
맑은 날엔 도로가 붐비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종 탈거리는 총출동하는 진풍경을 도로 위에서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처럼 눈 온 날은 집에서 게으름 피우기 딱 좋은데, 화요일에 있을 딸의 공연에 입을 옷 사러 시내 나가야 한다. 에고~~~.
어제까지만 해도 이제 부지런해지자고 다짐을 했는데, 눈 보니 또 게을러진다. 눈을 보고 낭만을 즐기는 건 오래전에 이미 졸업을 했다.
고등학교 때 서울로 오기 전까지 나는 눈이 귀한 울산에 살았다. 서울로 오기 전까지 약 15년 동안 눈다운 눈을 2번 정도 본 거 같다.
이게 눈이야 비야? 할 정도의 진눈깨비도 귀하던 그 시절, 그런 진눈깨비만 봐도 행복했었다. 지금은 울산이 아주 깨끗해졌지만, 그 당시엔 공해가 심해서 울산에 눈이 안 왔던 거 같다.
그러다가 서울 왔더니 겨우내 함박눈이 내렸다. 처음 눈이 왔을 때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그 눈이 얼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리고 온통 빙판길로 변했다.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다. 눈 오먼 낭만만 있는 줄 알았다. 다 타고 남은 연탄재는 눈길 빙판 위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존재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 이후 눈이 오면 걱정부터 앞섰던 거 같다. 눈이 반갑지가 않았다. 매년 겨울이 시작될 때 제발 눈이 오지 말기를 기도할 정도였었다.
그땐 추운 날씨에 보일러도 잘 터져서 겨울의 시작은 눈 와서 빙판길 될까 걱정에 강추위에 보일러 터질까 걱정에 겨울이 절대 반갑지가 않았었다.
다행히 독일은 제설작업이 잘 되는 곳이다. 특히 뮌헨은 독일에서도 최고의 수준이라고 했다. 뮌헨에 온 이후로 눈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무가 많아서 설경도 참 이쁘다. 어렸을 적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떴을 때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그렇긴 하지만 봄에 눈이 오는 건 반갑지가 않다.
나의 감수성이 메마른 걸까?
새벽에 창 너머로 보이는 눈을 보며 이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날 쇼핑하려면 여간 불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뜨끈한 국밥 먹으면 딱 좋겠다. 커피 한 잔이 아닌 국밥 한 그릇 생각나다니!!
눈이 제법 많이 쌓였는데, 하루 종일 눈이 더 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