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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Dec 13. 2022

생쥐는 집의 일부지!

A mouse is a part of the house!

얼마 전 아이들 학교에서 기금 마련을 위한 갈라 디너가 있었다. 장소는 뮌헨 시내의 유명한 호텔이었다.


각종 주류와 음료가 포함이 되어 있어서  입장료도 비쌌다. 이브닝드레스와 턱시도로 한껏 멋을 내고 올 정도의 성대한 파티였다.


기금 마련이 목적인지라 20여 가지의 상품을 경매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행사 시작 전 샴페인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다가 경매가 시작되었다.


드디어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


옥션은 여전히 열기를 띠며 진행되고 있었고 웨이터들은 음식을 나르느라 주방과 홀을 분주히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때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물체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뭐지?’

‘설마……’


뭔가의 움직임에 생쥐를 예상했지만,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다.


헉!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나서는 전력질주를 하며  저쪽으로 사라졌다. 믿기지가 않았다. 다들 경매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만 본 거 같다.

왜 꼭 이런 건 내 눈에만 띄는 걸까?


이미 사라져 버린 후라 나 혼자 난리법석을 떨기도 뭐했지만, 뮌헨 생활 7년 차가 되니 이제 생쥐 한 말쯤에 많이 의연해진 듯하다.


뮌헨 갓 이사 올 때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다.

한참동안 경매를 진행하다가 이곳으로 옮겨서 다시 식사와 경매가 진행이 되었다. 문제의 사건(?)이 일어난 장소.

여전히 쥐는 무섭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더 이상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공포의 대상은 아니다.


쥐는 언제부터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까?


중학생 때였던 거 같다. 우리 집 고양이 네로가 쥐를 입에 물고 나타난 적이 있었다.


얌전히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네로의 입 밖으로 쥐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나와 늘 같이 자고 동고동락을 함께하던 네로였다.


그런 네로 입 안에 쥐가 들어있다니!!


내 앞에서 입 안에 있는 쥐를 내려놓자마자 쥐가 잽싸게 도망갔다. 너무 놀란 나는 별별 호들갑을 다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내 소리에 놀란 네로는 쥐를 놓치고 말았다.


고양이가 쥐를 주인에게 물고 오는 이유는 2가지라고 한다. 본인의 사냥 능력을 자랑하기 위한 이유와 쥐도 못 잡는 집사(주인)에게 사냥을 가르치기 위해.


‘네로야 나한테 쥐 잡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거니? 그걸 왜 물고 왔냐고~~~~~


그때 그 꼬리를 본 이후부터였던 거 같다.


처음엔 쥐꼬리가 징그러운 정도였다.  그러더니 점점 털 없는 쥐의 다리, 냄새를 맡거나 음식을 갉아먹을 때 움직이는 코 주변의 수염 등 나중에는 쥐의 생김새 자체가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워졌다.


사람들이 귀엽다고 키우는 햄스터, 기니피그 등 모든 설치류가 무서웠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귀엽다고 생각했던 다람쥐도 쥐를 연상시켰다. 심지어 음식을 갉아먹는 토끼의 모습에서도 쥐가 떠올라서 소름 끼쳤다.


공포의 대상이 점점 늘어났다.

페루에서는 기니피그를 먹는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살 때의 일이다.

저녁마다 동네를 산책했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땐 운동삼아 저녁 식사 후엔 꼭 동네를 돌았다. 내가 살던 곳은 유럽풍의 동네로 주택가와 식당가가 함께 있었다.


분위기 좋은 유럽식 레스토랑에 맛집도 많아서 사람들에게 인기 좋은 곳이었다. 레스토랑 입구가 있는 앞길엔 야외석도 있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주방문이 있는 뒷길 쪽은 영업이 끝나면 쓰레기통 근방에 쥐가 종종 등장했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쥐도 엄청 컸고 길고양이는 쥐한테 관심도 없었다.


그날은 저녁 8시경으로 늦은 시간이 아녔다. 여전히 레스토랑이 한창 영업을 할 때라 안심하고 동네를 돌고 있었다.


레스토랑 뒷길에서 앞길 쪽으로 가려고 코너를 돌렸는데,

착착착착

달리는 동물의 발톱 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게 코너를 돌면 왠지 마주칠 거 같았다.


뭘까?

고양이라면 저런 발톱 소리는 안 들릴 텐데, 싱가포르에선 유기견이 없다. 개라면 주인과 함께 올 텐데 사람 뛰는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동물 한 마리만 달려오는 소리였다.


뭘까?

설마..... 하면서 코너를 돌았다.

왜 나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그 녀석 역시 나를 발견하고 놀랐는지 급정거하듯 미끄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큰 쥐였으면 졸도할 뻔했지만 작은 쥐였다. 놀란 그 녀석도 급정거로 미끄러지면서 잽싸게 몸을 돌려 왔던 방향으로 달아나 버렸다.


내 앞에 쥐가 나타날 때마다 모든 순간은 슬로모션으로 움직인다.


찰나였지만, 난 그 쥐의 형태를 똑똑히 봤다. 몸이 닥스훈트처럼 길고 다리가 짧았다.

다양한 형태의 쥐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곰쥐(지붕 쥐)인 거 같다.


저 작은 쥐가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달려왔던 건가? 신기하기도 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려 더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난 그날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서 밤 산책을 일체 나가지 못했다.


밤길에 마주친 작은 쥐는 양아치보다도 무서웠고 귀신보다도 더 무서웠다.




뮌헨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엄마가 뮌헨에 오셨고 좋은 곳에서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서 다 함께 시내로 갔었다. 레스토랑이라기 보단 고급 푸드코트 같은 곳으로 뉴욕과 이탈리아 등 체인점이 많아 유명한 곳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커피와 후식을 즐기고 있는데, 뭔가가 잽싸게 스쳐 지나갔다. 트라우마가 있어서인지 난 남들보다 쥐를 더 빨리 포착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거 같다.


갈 길 잃은 작은 쥐 한 마리. 이렇게 작은 쥐를 생쥐, 영어로 마우스라고 부르는지 이때 처음 알았다.


내가 앉은 곳과 거리는 제법 멀었다. 그렇지만 갈 곳 잃은 쥐가 대형 유리벽 아래를 쪼로록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난 ‘쥐 쥐 쥐 쥐!!’하며 바로 도망 나왔고 우리 식구들은 그런 내모습을 놀리면서 마시던 커피와 케이크를 챙겨서 여유롭게 따라 나왔다.


어린 딸과 아들은 귀여운 생쥐를 보고 우리 엄마는 왜 저럴까? 하는 반응이었다. (그 이후 우리 애들은 책을 보다가도 쥐가 나오면 나에게 보여주며 놀려댄다)


레스토랑 측에 피해가 갈까 봐 비명을 지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얼른 이 비상사태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푸드코트처럼 여러 레스토랑과 디저트 집이 있으니 사장을 부를 수는 없고 경비아저씨가 보였다. 남편에게 가서 조용히 쥐가 있다고 말하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식사하는 곳에 쥐가 나타나면 비상사태 아닌가?


내가 기대했던 그림은 당황한 경비아저씨가 생쥐를 내쫓는다거나 하는 어떤 행동을 한 후, 미안한 기색으로 우리에게 다가와서 사과를 하는 거였다.


그런데 얘기를 하고 돌아온 남편이 경비아저씨가 웃으면서 ‘생쥐는 집의 일부야(A mouse is a part of the house)’라고 했다는 거다.


뮛이라?!!!! 그 말이 충격적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친구와 함께 해산물 요리가 유명한 푸드코트를 갔던 적이 있었다. 저녁이라 어두워서 그런지 근처 잔디밭에서 큰 쥐들이 뛰어다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대형 쥐를 보고도 놀랐지만, 태연하게 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고 더 놀랐었다.


친구 말로는 사람들도 쥐가 있다는 건. 알지만, 맛있어서 그냥 못 본 적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쥐들은  사람들이 있는 테이블 밑으로 오진 않는 다고 했다.


며칠 후 뉴스에서 다른 동네의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먹은 사람이 식중독에 걸려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정부가 조사를 해 보니 쥐가 발견됐고 그게 원인이라고 발표됐다. 고심 끝에 내가 갔던 푸드코트를 고발했다. 며칠 후 싱가포르 보건부에서 이메일이 왔는데, 그 푸드코트에서 쥐들이 살고 있는 터널 6개가 발견되었다고 했다.  


위생법 위반으로 그 푸드코트는 1달 정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내부 수리 후 새롭게 단장한 푸드코트는 깔끔한 모습으로 더 장사가 잘 됐다..


그 정도까지 바라진 않았다.

그땐 잔디밭에서 큰 쥐들의 파티가 열렸다면 여기서는 어쩌다 발견된 생쥐 한 마리일 테니까..


그렇지만 집에서 쥐가 발견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는 아저씨의 반응은 충격이었다.




얼마 후 비어가르텐의 야외석에서 밥을 먹다가 또 생쥐를 봤다. 또 나만 봤다.


기겁하며 밥 먹다 말고 의자 위로 올라갔다. 그런 나를 보고 웨이터는 작은 쥐 한 마리에 뭘 그렇게 놀라냐고 웃었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 생쥐는 귀여워~~~~’ 이런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이런 게 문화 차이라는 걸까?

독일은 나무로 만든 집도 많고 주위에 나무가 많아서 이런 생쥐는 늘 우리 주위에서 살고 있다는 건가?


각종 쓰레기를 다 먹어치우는 큰 쥐는 병균을 옮겨서 위험하고 생쥐는 곡식이나 견과류만 먹어서 안전하다는 건가? 생쥐는 작고 귀여워서 애완용으로 키울 수도 있다고 한다. 윽 나에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쥐가 무서워서인지 유독 나에게는 쥐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쥐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다.


작년이었던가? 바비큐를 하고 있을 때 관목 덤불에서 튀어나온 생쥐를 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생쥐는 우리 집에서 사는 거 같진 않았다.


우리 집에서 한 번도 생쥐를 본 적이 없기도 했지만, 이 생쥐가 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도망 나와서 울타리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봤기 때문이다.


쥐는 야행성 동물이니 우리 집 정원에도 쥐가 있을 수도 있다. 난 밤에는 아예 정원에 안 나가고 낮에도 관목 근처에는 안 간다.


여전히 쥐는 무섭고 절대 마주치고 싶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귀신을 본 것처럼 무섭진 않다.


적어도 쥐에 관한 나의 트라우마가 조금은 사라진 거 같다. 햄스터 정도는 귀엽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사진상으로..


내가 이 정도로 변한 건 ‘쥐는 우리 집의 일부지!’ 라며 태연하게 답변한 그 2명이 아저씨들 덕분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이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젠.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친구들을 이해하게 됐다. 쥐는 귀엽다고 하면서 작은 거미나 벌을 무서워하는 우리 딸도 이해한다.


내가 쥐를 무서워하는 그런 기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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