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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Oct 03. 2022

[詩] 지희


지희



아홉 살 

지희는 잘 알고 있었다

탱탱볼의 종류에 대해 

찬물에도 잘 녹는 세제의 이름에 대해

아침마다 지희네 아줌마가 닦던 돌층계의 개수에 대해

단칸에 누울 수 있는 머릿수에 대해

신발과 베개가 놓이는 자리의 가까움에 대해

옆집에서 주는 고구마는 구운 것이든 삶은 것이든

입에 넣으면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

별은 때로 거품같아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것 같음에 대해

아홉 살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지희네 아줌마가 요강을 비우러 나오는 새벽에 대해

유리조각 박힌 담을 넘는 지희 오빠의 뒷통수와

겨울이면 허옇게 피던 지희 동생의 뺨에 대해

보따리를 둘러매고 대문을 나서던 네 모자의 조용한 밤에 대해

열린 채로 바람에 삐걱거리던 단칸방 철제문에 대해

내가 훔친 탱탱볼의 개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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