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지희는 잘 알고 있었다
탱탱볼의 종류에 대해
찬물에도 잘 녹는 세제의 이름에 대해
아침마다 지희네 아줌마가 닦던 돌층계의 개수에 대해
단칸에 누울 수 있는 머릿수에 대해
신발과 베개가 놓이는 자리의 가까움에 대해
옆집에서 주는 고구마는 구운 것이든 삶은 것이든
입에 넣으면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
별은 때로 거품같아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것 같음에 대해
아홉 살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지희네 아줌마가 요강을 비우러 나오는 새벽에 대해
유리조각 박힌 담을 넘는 지희 오빠의 뒷통수와
겨울이면 허옇게 피던 지희 동생의 뺨에 대해
보따리를 둘러매고 대문을 나서던 네 모자의 조용한 밤에 대해
열린 채로 바람에 삐걱거리던 단칸방 철제문에 대해
내가 훔친 탱탱볼의 개수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