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레한 새벽
수평선이
새로이 해를 낳을 때 마다
심장에 가시가 하나 둘 박혀온다
1. 아버지
나를 두고 간 아버지
아버지는 폐로 나를 낳으셨다
하얀 몸에 불을 붙이면
타들어가는 폐부
목구멍에 안개를 밀고 오면
가슴 깊숙이 퍼져 오는 회한
폐포가 한 개씩 터질 때 마다
눈썹이 갈앉는다
아빠아
부연 안개 속은 온통
집에 두고 온
딸내미 생각
아버지
아버지도 나처럼
나를 그리워할까
그리워한다 말하면 더
그리운
내 아버지
2. 파도
파도가 겨울을 밀고 온다
해안은 북쪽부터 시리다
솨아 솨아
큰 파도는 작은 파도를 덮는다
어제는 밤새 비가 내렸다
솨아 솨아
밤새 눈물을 흘려도
들리는 건 오직
찬바람 소리
파도 소리
3. 비린내
얼굴이 흰 여인이
흰 손으로 흰 국물을 낸다
칼칼한 국물
홍합은 껍데기가 비리다
홍합 쌓은 쟁반을 머리에 이고
흰 다리가 항구로 향할 때마다
역한 냄새가 머리칼에 스민다
얼마요
얼마면 먹을 수 있나
얼굴이 흰 여인이
홍합을 판다
홍합도 판다
사내들이 하얀 속살을 먹어치울 때마다
얼굴이 흰 여인
비린 생의 냄새를 맡는다
4. 해무
수평선이 해보다 안개를 먼저 끌고 오는 날이면
네 발 달린 테트라포드 지대
거대한 시멘트 사막이 된다
테트라포드에서는
소리 없이 밀려오는 해무를 조심해야 한다
아래의 해초와 따개비들은
두 발 짐승의 살점을 뜯으며 자라난다
다리 하나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리면
테트라포드에 갇혀 죽어가는
영혼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수와 흐와
물안개 자욱한 테트라포드
흐느끼는 바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