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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바웃그로우 Dec 06. 2022

돈, 시간, 에너지 그리고 부모의 지혜 (2)

나도 피하지 못한 것. 모두가 피할 수는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

코가 맹맹해 질 정도로 울던 그때의 내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하지만 그때 나의 틀이 깨졌던 것 같다. 해결해야했고 해결하고 싶었다. 너무도 간절했기에 나는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내가 가졌던 틀은 네가지였다.  

   

첫 번째 틀, 그림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초등학생이 되면 줄글책도 잘 읽게 될 거야.

(→ 현실은 만화책만 잡고 있었다.)     


두 번째 틀. 엄마가 읽어주는 것만이 답이야. 나만 희생하면 아이는 잘 읽게 될 거야.

(→ 엄마가 읽어주는 것에 별 흥미를 못 느껴했다. 엄마가 지식을 주려는 걸 느끼면 더 거부했다.)     


세 번째 틀. 다 종이로 해야 해. 나는 무조건 종이로 된 책, 종이로 된 공부만 시킬 거야.

(→ 세상이 변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마음이 더 불안했다.)     


네 번째 틀. 내가 어릴 때 너무 너무 싫었던 학습지는 절대 안 시킬 거야. 돈 아까워.

(→ 바쁜 엄마가 일일이 봐주려니 시작만 하고 끝을 못 보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 눈물이 터져 나오던 그 순간, 모든 것이 깨졌다.     


다만, 그 사이 돈이 들어갔다.      


나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내 현실은 월급쟁이로 9 to 6를 해야 했고, 독박육아와 살림을 해야 했다. 

나는 엄마인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그 돈으로 샀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 아이들에게 오버스러울 정도로 사랑을 표현하면서 오로지 습관을 잡는 것에만 집중했다.       


“어머머머머, 엄마가 그 말했던가?”


“뭐?”


“엄마가 무지 사랑한다는 말~ 사랑해 우리 딸들~~”

(몇 번을 반복하니 아이들은 “사랑한다고?”라며 시크하게 대답하곤 했다.)      



              



부모의 지혜는 내 고정관념과 내가 가진 틀을 깨는 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서점에 오시는 어머님들께 현재 시점에서 저 멀리 손을 뻗을 시점으로 시선을 두시라고 말씀드린다. 


나도 엄마표라는 이름의 집에서 하는 독서와 학습을 실천하고 있지만

노가다 엄마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사교육시장으로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에너지는 고등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번아웃,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나는 엄마표라는 이름을 붙여 엄마의 에너지를 미덕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우려스럽다. 엄마의 에너지는 ‘내가 널 위해서 이렇게까지 했는데’라는 보상심리와 맞물리면서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나를 포기하고, 돈을 포기하고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하면 아이는 결과를 내야만 하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차라리 폭발하면 나을지도 모르지만 착하고 계속 참는 아이는 ‘나’가 없이 엄마를 위해 살게 된다. 

그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       



   


돈, 시간, 에너지는 누구에게나 한정된 것이다.    

 

변수를 모두 제거하고 보통의 가정에서 지금과 같은 수입구조가 유지된다면 돈은 일정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나라는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 남는다.      


시간을 모든 사람에게 24시간이 주어지지만 24시간에 해야 할 일이 하나인 사람(예를 들면 미혼에 부모님과 같이 살면 내 몸만 건사하면 된다)과 24시간에 할 일이 열 가지인 사람(예를 들면 결혼해서 애가 셋인데 워킹맘이라면,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너무 바빠 집안일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런데 시부모님이 편찮으시고 친정 부모님은 형편이 어려워서 경제적으로 도와드려야한다면)은 같은 24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기본 에너지가 다르다. 의학적 지식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항상 밝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또 어떤 사람은 표정이 없는 경우들이 많다. 부모의 에너지는 아이들에게 전달 될 수 있으니 이 점 또한 생각해야 한다.     




지인 중에 돈이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 양가 모두 넉넉하고 둘 다 대기업을 다니고 있어 월 현금 유입이 1500만원 정도 된다. 그런데 이 집은 시간이 없다. 맞벌이 부부인데 부부 모두 아침일찍 나갔다가 밤 늦게 들어온다. 그래서 아이들을 입주 이모님께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집은 외벌이 가정이고 외동딸을 키운다. 직장인 남편이 버는 월급이 400만원이다. 아이가 학교에 가면 엄마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지인 중 엄마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시작된 마음의 병이라 엄마는 기운이 없다. 엄마는 약을 꾸준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사연없는 집이 없다. 그래서 어떤 가정이 더 좋고 나쁘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돈, 시간, 에너지 이 세가지 요소 중 무엇 하나는 많고 무엇 하나는 적을 수 있다. 어쩌면 두가지가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 적고 많든지간에 ‘부모의 지혜’는 모든 가정에서 꼭 가졌으면 좋겠다.   

   

돈이 많다고 아이의 성장과 교육을 돈으로 해결하면 될까?     

시간이 많다고 엄마가 다 끼고 가르치면, 그것이 무조건 효과가 좋을까?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그것을 이유로 아이를 방치하면, 그럼 내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래서 부모의 지혜는 어느 가정이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과 이 모든 것이 무슨 관계일까?


들어는 봤으나 본적은 없다는 요즘 찾아 보기 힘든 '책 읽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알아서 잘 읽는 아이는 없다. 아니, 적어도 우리집에는 없다. 그러나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전달하는 이야기를 실천하는데도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과정, 

책 읽어주기 10년 프로젝트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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