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하지 못한 것. 모두가 피할 수는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
오늘도 한 엄마가 조심스레 들어온다. 고민을 털어 놓기 위해서이다.
나는 서점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책방지기이지만 ‘지키고만 있는’의 ‘지기’는 아니다.
우리 서점에서는 한 권에 8천원짜리 책도 있지만 세트로 50만원이 넘는 전집도 판매한다. 또 몇 백 만원 짜리 시스템을 판매하기도 한다.
열정 만렙으로 서점을 차릴 자리의 월세 계약을 하고 오픈 준비를 할 때는 몰랐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사업은 하나의 사업군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 내가 하는 것은 교육, 영업, 유통에 다 걸쳐져 있었다. 이걸 사업을 하면서 알았다는 것이 함정이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것은 내가 아직 사업가 마인드가 없는 사람인가 하는 부족한 내 모습이다.
‘영업’이라는 이름으로 여기 들어온 엄마들의 카드를 꺼내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게 싫다.
내가 엄마여도 싫은데 나의 공간에 온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이 나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나는 매일 마주한다.
그것이 매일의 딜레마이다.
그리고 엄마들에게 나를 이입하고 있다.
이 시기에 저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면 여기를 찾아왔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떠올린다.
그 시절 나는 내 머릿속은 온통 우리 아이로 가득 차있었다. 남편은 바빠서 내 마음에 공감해주지 않았고 친정엄마는 애들은 다 알아서 큰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지금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것이 불안한데, 지금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어떻게 될 것 같은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산후조리원 동기나 유치원 친구 엄마들뿐이다.
SNS와 옆집 엄마들의 카더라 통신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힘든 것이 내 아이의 교육이다. 그런데 어디도 완전히 믿기 어려운 정보의 홍수 속에 나에게 와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 엄마들의 마음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2019년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시절 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틀을 가지고 있었다. 경험이 없으니 갇혀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대하고 생각하는대로 아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아이는 ‘엄마는 좋지만 엄마가 하라는 건 다 싫어.’ 모드였다.
그리고 매일 고민했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탁.
누군가 그런 내 고민을 건드려주었다.
그때 나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을 흘렸다.
그 날 처음 보는 누군가 앞에서 너무 많이 울고 말았다.
(다음 편에서)
*이미지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