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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영 긍정에너지 Aug 06. 2020

<소년시절의 너> ‘지켜줄게’

세상은 그들을 버렸지만 그 세상을 지키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재수생반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첸니엔(주동우). 가난하고 모범생일 뿐인 이 여학생의 꿈은 공부 잘해서 대학 가고, 졸업 후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엄마와 편하게 살고 싶은 것 뿐이다공부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던 첸니엔은학교에서 괴롭힘에 시달리는 친구의 자살 장면을 목격한 후 인생이 뿌리째 흔들린다죽을 만큼 괴로웠던 그 친구 곁에 있어 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과 죽은 아이의 시신에 옷을 덮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첸니엔은 큰 혼란에 빠진다또 첸니엔은 그 죽은 아이가 괴롭힘당했던 사실을 경찰에게 말했다는 이유로학교 폭력 집단의 다음 공격 대상이 된다하지만 집으로 도망갈 수도 없다빚쟁이들이 매일 첸니엔 모녀를 괴롭혔다세상 누구도 자기를 지켜줄 수 없다는 현실 속에 혼자 어둠 속에서 흐느낀다     

한편 영화는 학력 지상주의를 잔인하게 해부하고 있고그 점에서 우리나라 교육환경과 상당히 닮아있다학생들에게 대학 입시는 거의 종교에 가깝고대학 합격을 기원하는 그들의 아우성은 광신도의 포효로 들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가진 거라고는 공부 머리’ 밖에 없는 첸니엔에게가난에서 탈출하는 열쇠 또한 대학 합격이다     

첸니엔에게는 대학 입시가 생존의 문제였고그래서 옳고 그름을 정하는 어른들의 논리와도 충돌한다특히 경찰서에서 첸니엔을 신문하는 여형사와의 대화에서 서로 다른 관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네가 겪은 일은 마음 아프지만

어른들을 믿고 말했어야 우리가 도와주지”      

“누가 나를 도와줘요? 구경꾼?

그렇게 당한 건 내 탓이라고 손가락질한 사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면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고 싶으세요?”     


첸니엔에겐 복수라는 감정도 사치였다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잔인한 세상에서 숨 쉬고 살려면생계형 학업에 집중해야 했다     

이때 첸니엔을 지켜주는 건 어른과 선생님법이나 제도경찰이나 공권력이 아닌세상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거리의 건달 리우 베이샨(이양천새 분)이었다

그는 세상에 버려진 또 다른 청년이다단 한 번도 누가 자신에게 괜찮냐고 물어봐 주지 않았기에첸니엔의 괜찮아?’란 한 마디에 눈물 흘렸다     

돈도부모 찬스도 없는 이 둘에게 세상은 등을 돌렸지만이 둘은 작은 공동체가 된다남자는 여자에게서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의미를 보았고그래서 여자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줬다     

넌 계속 걸어네 바로 뒤에 내가 있을게     

첸니엔은 뚜벅뚜벅 걸어간다때로는 우회해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자신을 버렸지만 자신이 지키고 싶은 그 세상을 향해서 말이다     

영화에서 학교 폭력가난해체된 가족 등이 주인공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이 과정을 통해 그들의 로맨스와 성장 영화적 주제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이때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지켜줄게이다     

넌 세상을 지켜난 너를 지킬게     

그럼 현실은 어떠한가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중국의 실제 사건이 계기가 되어 학교 안전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그 자체로 의미가 있긴 하지만법과 규정만으로 이런 청소년들을 지켜낼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특히나 청소년의 삶은 균형감을 잃기 쉽고다양한 혼란과 삶의 변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이에 공동체 의식과 공감과 포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도 누군가 내가 지켜줄게라고 나지막이 속삭여주기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외톨이들이 사회 곳곳에 숨죽이고 있지 않을까영화 속 리우 베이샨처럼 극적인 출현을 하지는 않더라도다양한 방식으로 지켜줄게의 손 내밀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영화가 제도와 법의 사각지대에서 세상의 무관심 속에 외롭게 스러져가는 이들에게 너를 지켜줄게라는 메시지로 다가가길 바란다그리고 이 희망이 판타지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소망을 거기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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