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에서 만난 21세기 유목민 베두인족
베이루트 대형 폭파 사건 기사를 접하며 11년 전에 내가 여행했던 베이루트와 아랍, 베두인 족 이야기가 기억 소환됐다.
북쪽 도시 발벡에서 세르비스 버스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베이루트.
도시 한 가운데 남아있는 전쟁의 잔해들, 바로 옆에는 현대식 고층 건물, 시내 한 복판엔 파리의 카페를 연상케 하는 고급 레스토랑, 아르메니아 정교회 천주교 성당 바로 아래엔 이슬람 사원이 다 붙어있는 거다. 그들은 이걸 “tolerance of the other party"라고 부른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어서 택시를 총 세 번 탔는데
1번 택시_거스름돈을 안 주려고 함.
2번 택시_엉뚱한 곳으로 가면서 나중에 40달러 내라고 함.
내가 Dog GR를 해서 25달러에 쇼부 봤는데 너무 억울해서 경찰에 신고했다.
1번 2번 모두 택시 요금 부당 징수라고 하면서 내가 게거품을 물고 난리쳐서
길 가던 사람 ‘함자’(은행 직원, 남아공에서 공부한 인텔리, 정말 길에서 우연히 만남)가 통역관으로 영입되면서 결국 경찰서까지 갔다 왔다.
3번 택시_아예 타기 전에 가격 흥정을 끝냈으나 호텔 앞에 내려주면서
‘호텔이 생각보다 크다’면서 3달러를 더 내라는 어의 상실 계산법
이 나라는 택시 요금 부당 징수가 생활화되어 있는 모양이다.
함자는 얼떨결에 시내 투어까지 시켜줬다.
함자는 내게 베이루트에 대한 인상을 물었고
내 대답은 “chaotic but beautiful"
그 주 일요일이 선거일이라며 절대 호텔에서 나오지 말라는 얘기까지 덧붙였다.
위험한 일들이 많을 거라고. 나야 일요일에 집으로 떠날 테니 괜찮지만....
영화 <스파이 게임>을 생각하며 찾았던 베이루트
멋진 브래드 피트, 로버트 레드포드는 없었고
혼란과 평화, 무질서와 질서, 갈등과 이해가 공존하는 곳임에는 틀림 없어 보였다.
암만을 거쳐 페트라로 이동하면서 길에서 만난 베두인족.
그해 여름의 여행 이후 난 아랍을 두 번 더 찾았다.
미완성의 베두인족 탐구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