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공존하는 북극권
북극권(Polar Circle) : 위도 66-33 이상의 고위도 지역. North Pole에서 2,655km(1,650 miles). 이 지점에서, 서울-부산 왕복 세 번 거리를 운전하면 북극 꼭짓점을 찍을 수 있는 거다.
노르웨이의 숲을 찾아 북으로 북으로, 보이지도 않는, 그저 인간이 만들어 넣은 상상 속의 선에 지나지 않은 이 선을 건넜다. 이곳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에베레스트라도 정복한 듯, 손뼉 치고 스티커를 붙이면서 자기 흔적을 남긴다. 인간에게 내재한 성취 욕구 본능은 이런 데에서도 발현되나 보다.
북극이 얼마나 가까운지, 인간의 오염원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는 하늘색, 물색을 보면 실감한다. 처음엔 이런 풍광만 보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마구 사진을 찍어댔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되어 버렸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 수준이 급등해버린 나날.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북위 71-10-21, North Cape. 캠퍼, 캐러밴, 자전거, 오토바이 등이 몰려든다. 일생일대의 쾌거를 자축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uphill / downhill이 이어지는 산길.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오는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페달을 밟은 자전거족. 젊은 세대뿐 아니라 노짱을 과시하는 분들도 적지 많았다. 거기에서 만난 한 폴란드 청년은 노르웨이 남쪽에서 시작해서 2,000km 20일 만에 왔다고 했다. ‘tough’를 연발하면서도 성취감 가득한 표정으로 텐트를 만들고 있었다. 내편님의 20대 네덜란드-포르투갈 자전거 여행 모험기에,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만난 네덜란드 친구 에이미도 네덜란드에서부터 North Cape까지 가슴 뛰는 자전거 일주를 했다면서 행복해 했다... 세상엔 대단한 인생이 참으로 많고 많도다.
구름이 발아래로 지나가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사방에 기암절벽. 구름과 안개를 뚫고 올라가 그 위에 두둥실 떠 있는 기분은 뭐랄까... 가슴이 한없이 넓어지고 그래서 세상을 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혼자서는 꿈도 못 꿨을 텐데, 그 순간을 만들어준, 캠퍼 등 모든 걸 준비하고 열심히 운전 독박까지 쓴, 내편님이 마냥 고마워지고... ‘Ik houd van jou!’
북극권의 여름은 이렇게 아름답지만 그 안에는 쓸쓸함이 묻어 있다. 새벽 두 시. 해가 지지 않는 이곳 North Cape에는 어둠 대신 안개가 내려앉았다. 저 안개 너머엔 낮에 본 기암절벽과 순록들이 숨 쉬고 있었을 거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