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할까, 이정표를 찾아 걷고 또 걷고
North Cape는 북위 71-10-21. 거기에서 7km 내려오면, 북위 71-11-08 Knivsjelodden 지점을 향한 하이킹 시작점이다. 이곳에서 사실상의 유럽 가장 북쪽 지점을 향해서 출발하는 것이다.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이 지점을 '정복'하기 위해서, 텐트를 지고, 애를 업고, 반려견과 함께, 다들 즐거운 하이킹을 시작한다. 비장한 산악인의 각오로 임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초입의 평지가 계속 이어질 거로 생각하고, 물과 간단한 간식 넣고 출발, 간혹 보이는 이런 표지판을 따라서 그냥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아침 일찍 출발했다가 돌아오는 하이커들 행색을 보고 아차 싶었다. 등산 바지가 진흙에 마사지한 모습. 망했다! 등산스틱도 안 들고 온 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편도 9km 중에서 5km 정도 도착했을 때부터 진흙 길이 자주 나왔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두 다리에 힘을 빡시게 줬더니 더 피곤하고 다리가 후달거렸다.
그!러!나! 아침 일찍 출발했다가 돌아오는 하이커들 행색을 보고 아차 싶었다. 등산 바지가 진흙에 마사지한 모습. 망했다! 등산스틱도 안 들고 온 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편도 9km 중에서 5km 정도 도착했을 때부터 진흙 길이 자주 나왔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두 다리에 힘을 빡시게 줬더니 더 피곤하고 다리가 후달거렸다.
그러다가 결국 심한 경사 바위로 이어진 해변 돌출! 보통 바위라면 살살 걸어가면 되겠지만, 눈 녹은 물이 흘러 내리면서, 바위 표면이 너무 미끄러웠다. 미끄러졌다가는 대형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둘러 보면 먼발치에서 보이는 이정표. 문제는 그 이정표까지 도착할 길이 막막하다는 거다. 바위틈 사이 앞서간 누군가의 발자국을 찾아가는 것이 최선일 뿐. 어느 길이 더 안전할까, 베팅하듯이 선택한 후,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한참을 왔는데도 겨우 100m. 안 되겠다. 도착지점이 400m 정도 남았을 때 발길을 돌리기로 거족적 결정을 내렸다. 꼭짓점에 도착한 거로 치자. 무탈 귀환이 우선이니까. 그래도 그날 17km 이상을 걸었다.
스웨덴 Skuleskogen National Park도 비슷했다. 정상이 해발 234m라고 하니, 한국에서도 한라산, 소백산, 북한산 등을 날아다닌(?) 우리는 호수 공원 산책쯤으로 생각하고, 아이스 에이지 얼음 속에 갇혀 여기까지 굴러온 공룡 알처럼 생긴 돌들을 보면서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처음엔 룰루랄라 했지만, 엔딩은 손잡이 없는 급경사 돌길에 허걱했다.
구경하는 것도 아찔했던 노르웨이 폭포
이곳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자일이나, ‘접근 금지’ 표지판을 설치했을 만한 아찔한 폭포 근처에도, ‘각자 알아서 조심하라는’ 안내문 한 장뿐이었다. (물색이 이렇게 옥색에 가까운 건, 얼음과 눈이 토양에 필터링 되지 않고 바위와 돌 위에서 그냥 녹았을 때 생기는 특별한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 내편님 설명)
다소 불친절한 하이킹 표지판을 보면서, 많은 것을 사회와 제도가 결정해주는 분위기에서 살아온 내가 느끼는 괴리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생의 이정표는 길을 잃지 않을 정도로, 저 멀리 보이는 어디쯤 놓여 있으면 충분한 것을, 가끔은 코앞에서만 그걸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잃는다.
‘노르웨이의 숲’으로 가는 길 나의 깨달음이었다.
(예전엔 저 줄을 잡고 이 물길을 다녔다고 한다. 겁나 겁난다. 우린 살짝 우회해서 더 가보기로 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