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의도된 오역일까?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면서 수많은 노르웨이의 숲을 걷다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생각났다. 노르웨이 숲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들었다. 소설 제목이 그 노래 제목에서 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진정 노르웨이 숲에서 그 노래를 들으면 느낌이 어떨까? 그렇게 시작했다.
(from Wekipedia)
그런데 영어 제목은 <Norwegian Wood> 제목부터 이상했다. Wood는 ‘목재’의 의미로 알고 있는데, ‘숲’으로 표현할 땐 ‘woods/the wood’로 쓰는 거로 알고 있었다. 책의 영어판 제목도 물론 <Norwegian Wood>이다.
노래 가사를 살펴보고 좀 뜨악했다
I once had a girl // 난 여자를 건졌다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 아니 그 여자가 나를 건졌나?
She showed me her room // 그녀는 내게 방을 보여줬다
Isn't it good Norwegian wood? // 노르웨이 목재 벽 패널 멋지네!
She asked me to stay // 나보고 더 있으라고 하면서
And she told me to sit anywhere // 아무 데나 앉으라고 했다
So I looked around // 돌아봤더니
And I noticed there wasn't a chair // 의자 하나 없었다
I sat on a rug biding my time // 난 러그 위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고
Drinking her wine // 와인을 마셨다
We talked until two and then she said // 두 시까지 얘기했는데 그녀는 말했다
'It's time for bed' // ‘잘 시간이야’
She told me she worked // 자기는 아침에 일한다고 하면서 웃었다
In the morning and started to laugh
I told her I didn't // 난 안 한다고 하면서
And crawled off to sleep in the bath // 기어가서 욕조에서 잤다
And when I awoke I was alone // 혼자 잠에서 깨어나 보니
This bird had flown //그 새는 벌써 날아가 버렸더라
So I lit a fire // 그래서 불 질러 버렸다
Isn't it good Norwegian wood? // 노르웨이 목재 벽 패널 멋지지?
Source: LyricFind
Songwriters: John Lennon / Paul McCartney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 lyrics © Sony/ATV Music Publishing LLC
(번역 by 이진영)
존 레넌, 여자와 원나잇 스탠드 하려고(extramarital affair) 했던 경험을 썼다고 했고, 폴 매카트니는 'Norwegian Wood'를 런던에서 유행하던 싸구려 소나무 벽 판자(cheap pine wall panelling then in vogue in London)였다고 설명한다. 그걸 불태워 버린 건 ‘복수(revenge)’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혹자는 그것이 그 집에 있던 노르웨이산 목재로 만든 가구를 말한다고도 한다.
하여튼, 비틀스의 노래 제목에서 책 제목을 따 왔다면 절대 ‘숲’은 될 수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왜 무라카미는 <노르웨이의 숲>을 제목으로 썼을까?
하나. 그는 <빗속의 정원>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드뷔시의 피아노곡집 '판화' 중 '비의 정원'(Jardins Sous la Pluie)에서 따 왔다고 한다. 하지만 출판사에 전달하기 이틀 전에 제목을 바꾸게 된다. 제목을 고민하던 무라카미가 아내에게 작품을 읽게 하고 의견을 구하자, 그녀는 <노르웨이의 숲>을 제안했고 주위에서도 <노르웨이의 숲>이 좋다는 의견이 많아서 지금의 제목이 되었다.
제목 논쟁에 대해서 무라카미는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이 오역인지 아닌지의 논쟁이 이전부터 있었고, 이것에 관해 쓰기 시작하면 상당히 길어집니다'라고만 말했다.
둘.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전하기도 한다. ‘조지 해리슨 매니지먼트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미국 여성한테서 들은 ‘Knowing she would((그녀가 그렇게 하면) 내가 그걸 하게 해준다는 걸 알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는 표현과 비슷한 언어유희로, <Norwegian Wood>라고 했다는 얘기도 소개하고 있다. 사실 ‘Knowing she would’는 그날 밤 ‘그 여자와 잘 될 줄 알았다’는 의미로 이미 널리 알려진 제목이다. 너무 노골적인 제목이라서 어정쩡한 <Norwegian Wood>로 쓴 거라는 얘기도 있다.
셋, 무라카미는 ‘숲’의 한자로 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나무 목(木) 세 개가 세 사람 이야기를 설명한다고.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노르웨이의 숲>이란 노래 제목은 어떻게 세상에 나온 것일까?
일본 제목은 당시 도시바 음악 공업에서 비틀스 담당 디렉터였던 타카시마 히로유키가 붙였다. 타카시마는 가사를 번역하고 곡을 듣고, 자신이 느낌으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해리슨이 연주하는 시타르와, 레넌의 안개 낀 듯한 울적한 목소리에 'wood'가 제목에 있었으니 아무 의심도 없이 <노르웨이의 숲>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일본 발매 당시의 일본 제목은 <노웨지안 우드>로, 이후 작품에서는 <노르웨이의 숲(노웨지안・우드)>나 <노웨지안 우드(노르웨이의 숲)>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일본 자료 조사 : 김연경)
개인적인 결론 ; <가을의 전설>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Legend of the Fall> 브래드 피트의 풋풋한 시절을 기억하는 여성들에겐 잊을 수 없는 영화.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살아있는 사랑의 아름다움과 고통. 세 형제와 한 여성의 사랑을 서사시적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사실 ‘the Fall’은 성경적 의미를 내포하는 ‘몰락/탈락’의 의미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을'로 번역되어 개봉했고, 처연한 분위기와 광활한 대자연, 계절적 배경이 제목에 녹아 있어서 분위기에 딱 맞는 제목이었다. 사실 이것을 <가을의 전설>로 번역한 나라는 우리뿐 아니었다. 스웨덴, 프랑스, 루마니아도 그랬다.
The title refers to the biblical fall from innocence. In Sweden, however, the title was translated as "Höstlegender" meaning Legends of the Fall (the season, as in autumn). Similarly, in South Korea, the title was "Gaeul-ui jeonseol" interpreting "the fall" as the autumn season. The same in France, where it was named "Légendes d'automne" also in Romania, named "Legendele toamnei".
Perhaps it refers to autumn, since the story, is told through the eyes of an old Cree scout who remembers time in terms of seasons.
In my opinion, Jim Harrison, the author of the novel with the same name, meant the title to serve both interpretations. (According to IMDb trivia:)
다시 <노르웨이의 숲>으로 돌아가 보자.
의도된 오역이었든, 어쩌다 보니 끼어 맞춘 것이었든지 간에, 비틀스의 노래 제목과는 그 의미가 멀어졌지만, 결과적으로 고독한 청춘과 방황, 사랑을 다룬, 그 우울한 소설의 느낌엔 딱 맞아떨어지게 됐다.
적어도 내가 만난 노르웨이의 숲은 그랬다. 화창한 여름날에도 녹지 않는 산 위의 눈, 이틀에 한 번은 내리는 비. 쓸쓸한 바람. 노르웨이의 숲은 정말 muddy 했다.
Merriam-Webster 사전이 정의하는 muddy는 이런 의미이다.
a : lacking in clarity or brightness : cloudy, dull a muddy recording eyes muddy with sleep
b : obscure in meaning : muddled, confused muddy thinking
노르웨이의 숲을 몇 주간 휘젓고 다닌 경험자로서 뭔지 알 것 같다.
선명하지 않음, 쓸쓸함, 광활함...
그리고 마력처럼 강한 힘.
오역이든 우연이든 멋진 제목이다.
여행으로 다시 읽은 <노르웨이의 숲>은
그렇게 강렬했다.
(to be continued : ‘슬기로운 캠퍼 생활 in Nor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