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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Oct 17. 2017

동화 속으로 떠나는 환상여행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어릴 적, 잠자리에 들기 전 어머니는 늘 동화책을 읽어주셨다. 동화 속 이야기를 통해 오즈의 마법사를 만났고, 피노키오를 따라 고래 뱃속도 여행했다. 백설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받아드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가슴을 졸였고, 후크 선장을 골탕 먹이는 피터팬의 모습에 배시시 웃음 짓기도 했다. 먼지 쌓인 낡은 동화책처럼 기억 속에서 조금씩 지워져가던 동화 속 주인공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났다. 그것도 도서관이 아닌, 솔숲과 어우러진 달이 아름다워 ‘송월’이란 예쁜 이름이 붙은 인천 중구의 작은 동네에서 말이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개항한 도시다. 그 중심이 인천항을 품은 인천시 중구다. 1882년 제물포조약 이후 국내로 밀려든 외국인들은 이곳 중구에 조계를 설정해 정착했다. 일본과 청나라는 항구에서 가까운 중앙동과 선린동 일대에,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구미 외국인은 응봉산에 기댄 송학동과 송월동에 모여 살았다.


각국조계에 속해 개항 당시 크게 번성했던 송월동은 1970년대 들어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개발되는 인천 주변 도시와 서울로 떠난 탓이다. 낡은 건물과 노인만 남은 송월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은 건 인천시 중구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었다. 2013년에 시작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은 2년여에 걸쳐 송월동을 동화마을로 완벽하게 바꿔 놓았다. 개항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송월동 동화마을은 그렇게 태어났다.



지하철 1호선 인천역에서 제물량로를 따라 300m 정도 길을 거슬러 오르면 송월동 동화마을을 알리는 큼직한 아치형 조형물이 반긴다. 차이나타운 북쪽 끝과 맞닿은 곳이다. 세계명작동화를 테마로 조성한 송월동 동화마을에는 동화마을길과 동화마을안길 구석구석으로 도로시길, 빨간모자길, 바다나라길, 전래동화길 등 11개 테마길이 마련됐다.



송월동 동화마을 구경은 오즈카페가 자리한 도로시길에서 시작한다. 동화마을을 조성할 때 오즈의 마법사를 테마로 벽화를 그려 도로시집으로 불리던 이곳은 최근 카페로 리모델링 하면서 외관까지 동화 속 궁전의 모습으로 바꿨다. 오즈카페에서 선보이는 짜장빙수는 돌고래 피자와 함께 동화마을의 특별한 먹거리 가운데 하나다.



송월동 동화마을은 오즈카페처럼 대부분의 집과 건물이 동화 속 마을처럼 꾸며졌다. 여는 벽화마을처럼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라는 얘기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덕분에 전봇대를 콩나무 줄기로 꾸며 동화 속 ‘잭과 콩나무’의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고, 3층짜리 영진빌라는 백설공주가 사는 거대한 성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낡은 집을 헐어낸 공터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은 동화 속 캐릭터 인형들도 송월동 동화마을의 명물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와 사람 얼굴을 한 거대한 나무, 그리고 유럽풍의 예쁜 시계탑 앞은 언제나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골목과 골목을 잇는 짧은 계단과 건물을 떠받치는 높은 옹벽 역시 동화 속 이야기를 재구성한 아기자기한 벽화와 재미난 트릭아트로 채워졌다.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동네 주민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생활시설을 가능한 재활용해 공간을 꾸몄다는 점이다. 아니 그건 재활용이라기보다 재발견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담벼락에 걸린 낡은 가스계량기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의 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담장 위 풍성한 넝쿨이 벽화 속 나무와 어우러져 예쁜 숲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심지어 대문 앞을 지키는 누렁이마저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 동화마을이 박물관이나 테마파크와 달리 우리 이웃들이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공간이기에 가능했다. 언제 찾아도 즐겁고 행복한 동화마을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동화마을길 중간쯤에 자리한 트릭아트 스토리는 송월동 동화마을의 또 다른 명소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에는 39가지에 이르는 재미난 트릭아트 외에도 거울미로, 블랙아트 등 신기한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인천시 중구로 떠나는 여행에서 차이나타운이 빠질 순 없다.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차이나타운까지는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자장면이 탄생한 곳답게 눈길 닿는 곳마다 중화요리집이다. 중국식 사찰인 의선당과 옛 공화춘 건물을 리모델링한 짜장면 박물관, 그리고 삼국지·초한지 거리는 차이나타운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들이다.



인천 개항과 역사를 같이 하는 중구의 개항장거리에는 개항 당시의 모습이 잘 남아있다. 청일조계경계계단을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식 건물이 마주해 있고, 인천개항박물관과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장으로 활용 중인 제1·제18은행 그리고 제58은행 등 일본 근대 은행 건물도 남아있다. 인천시 중구청에서는 이들 근대문화유적을 두루 돌아보는 개항장거리 도보관광 코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 투어코디네이터와 함께하는 개항장거리 도보관광은 10인 이상 개인이나 단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참가비용은 무료다.



드라마 <도깨비>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과시한 인천아트플랫폼은 구(舊)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를 비롯한 근대 개항기 전후 건축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 총 13개 동으로 조성된 이곳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1년 내내 수준 높은 전시와 공연을 선보인다.


글 사진 정철훈(여행작가)


<당일 여행 코스>
송월동 동화마을→차이나타운→인천아트플랫폼→개항장거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송월동 동화마을→차이나타운→인천아트플랫폼→개항장거리
둘째 날 / 월미도→신포국제시장→배다리 헌책방거리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문화관광사이트 www.icjg.go.kr/tour

송월동 동화마을 www.fairtalevillag.co.kr

트릭아트스토리 http://trickartstory.or.kr

인천 차이나타운 www.ichinatown.or.kr

짜장면박물관 www.icjgss.or.kr/jajangmyeon

인천개항박물관 www.icjgss.or.kr/open_port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www.icjgss.or.kr/architecture

인천아트플랫폼 www.inartplatform.kr


○ 문의 전화

인천역관광안내소 032)777-1330

인천광역시 중구청 관광진흥실 032)760-6492

송월동 동화마을 032)764-7494

트릭아트스토리 032)761-2631

개항장거리 도보관광 032)773-7511

짜장면박물관 032)773-9812

인천개항박물관 032)760-7508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032)760-7549

인천아트플랫폼 032)760-1000


○ 대중교통

[지하철] 1호선 인천역 하차, 도보 5분

* 문의 :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 자가운전 정보

경인고속도로 인천IC→인천항 사거리에서 수인사거리 방면 우회전→수인사거리에서 중구청 방면 좌회전→인천역→송월동 동화마을


○ 숙박 정보

올림포스호텔 : 중구 제물량로, 032)762-5181

  http://olymposhotel.co.kr

센트로호텔 : 중구 연안부두로43번길, 032)887-0490

  http://blog.naver.com/hotelcentro (굿스테이)

바이킹호텔 : 중구 연안부두로55번길, 032)887-1539 (굿스테이)

제이모텔 : 중구 연안부두로21번길, 032)888-7711 (굿스테이)


○ 식당 정보

공화춘 : 중화요리, 중구 차이나타운로, 032)765-0571

신승반점 : 중화요리, 중구 차이나타운로, 032)762-9467

길손삼치집 : 삼치구이, 중구 우현로67번길, 032)772-4436

큰손삼치집 : 삼치구이, 중구 우현로67번길, 032)766-2994


○ 주변 볼거리

- 북성포구,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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