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위거우 대협곡 & 베제클리크
웅장했지만 위협적이지 않았고 화려했지만 경박하지 않았던 그곳, 투위거우(吐峪沟) 대협곡
석굴은 깎아지른 협곡 위에 벌집처럼 자리해 있었다. 절벽에 굴을 파고 입구에 문을 만든 다른 석굴에 비해 이곳은 둥근 돔으로 지붕을 올린 독특한 모습이다. 아마 이런 특이한 모습 때문에 베제클리크(Bezekllik), 그러니까 ‘장식이 아름다운 집’이라 불렸는지도 모르겠다.
3세기 경 조영이 이뤄지기 시작한 베제클리크는 위구르인들이 투루판을 지배했던 9~12세기에 가장 번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15세기 이후, 위구르인이 이슬람화 하면서 석굴의 수난도 시작됐다.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또 서양의 탐험가에 의해. 칼에 긁히고 벽채 뜯겨나간 석굴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석굴의 대부분은 텅 빈 헛간처럼 허전하다. 종교적 갈등에서 진행된 훼손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문명을 외치는 서구인들에 의해 자행된 도굴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부끄럽게 만든다. 르와프를 연주하는 저 노인은 알고 있을까. 헛헛한 이 공간을 채워주는 건 오직 슬프고 애달픈 자신의 음악뿐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