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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Jan 07. 2022

황량한 사막은 있어도 황량한 인생은 없다.

타클라마칸 사막



둔황의 밍사산, 산산의 쿠무타거 사막을 지나왔지만 날것으로의 사막을 경험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곳과 타클라마칸 사막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울타리 없는 동물원에서 맹수와 마주한 느낌이랄까. 사막을 대하는 자세가 절로 겸손해 진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동서로 1000킬로미터, 남북으로 400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모래밭이다. 한반도의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크고 작은 모래언덕은 마치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 같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의 바다. 이 경이로운 자연과 마주하고 있으니 아름다움과 두려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묘하게 버무려지는 느낌이다. 누군가 그랬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사람은 ‘폐쇄공포증’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아마 지금의 이 복잡한 감정이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워 되레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곳. 가끔 불어오는, 여전히 뜨거운 모래바람은 이곳이 죽음의 사막, 타클라마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만 같다.



딸아이들이 어릴 적에 즐겨보던 만화가 있었다. ‘오스카의 오아시스’라는. 그 만화 속 주인공을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이야. 타클라마칸 사막은 죽음의 사막으로 불린다. 가혹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기온, 매서운 카라부란 그리고 메마른 대지까지... 하지만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쓰러져서 천년이라는 화양나무가 그렇고, 풀이라 부르기에 너무나 억센 낙타풀이 그렇고 이 자그마한 도마뱀 또한 그렇다. 황량한 사막은 있어도, 황량한 인생은 없다.



해가 졌다. 해가 진 뒤에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처럼 사막의 열기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여기는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실크로드를 오가던 노련한 대상들마저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그곳. 나는 지금 그 붉은 빛 모래 위에 서있다.



모래언덕의 능선은 잘 벼른 칼날처럼 위태롭다. 올라서기가 부담스러울 만큼. 그 위에 발자국 하나 남겨 본다. 바람 불면 사라져 버릴 여린 발자국이지만 그래도 힘주어 발자국을 남기는 건 앞서가는 자의 의무라는 생각에서다. 실크로드도 그렇게 이어져 왔을 것이다. 바람이 지워버린 발자국 위로 수없이 많은 또 다른 발자국이 더해지면서.



오늘은 죽음의 사막이라 불리는 타클라마칸에서 하룻밤을 보낼 생각이다. 그것도 가장 깊숙한 곳에서. 500킬로미터에 이르는 사막공로를 두어 시간 이상 달렸으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중심부 어디쯤일 게다.


안락한 텐트를 마다하고 모래 위에서 잠을 청한 건 순전히 별들 때문이었다. 그날 밤, 나는 태어나서 가장 많은 별을 봤고, 태어나서 가장 긴 꼬리의 유성을 봤고, 태어나서 가장 깊고 푸른 은하수를 봤다. 별에 취하고 유성에 취하고 은하수에 원 없이 취했던 그 밤이 지금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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