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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Jan 18. 2024

너만 바라볼게 눈 내리는 날엔

첫눈에 빠진 날


시간이 안 갔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펑펑

눈이 내리는 날엔


어젯밤에 울던 너도

눈 내릴 땐 잠시 한눈을 팔테니까


내리는 눈이 너의 충혈된 눈을

뽀드득 씻어 주었으면


쌓인 눈이 너의

아픈 가슴을 하얀 반창고처럼 덮어 주었으면


눈이 내리는 날엔

눈도 깜빡이지 말고 나를 바라봐


꽁꽁 언 너의 두 손을

내 심장에 얹어

멈췄던 시간이 똑딱똑딱 고동을 쳐


시간이 안 갔으면 좋겠어

오늘처럼 펑펑

눈이 내리는 날엔





올해, 오늘 첫눈이 내렸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히니 밖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어른 어른 했어요.

눈 삽을 쭉쭉 밀며 우리 집 앞에 켜켜이 쌓인 눈을 치우더라고요.

누구인지 보고 싶어서 카메라 렌즈를 앞으로 당겼어요.

누군지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좋은 사람이었죠.



오후 늦게 다시 소복이 쌓인 눈을 치웠어요.

혼자 사는 옆집 할머니가 차를 몰고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쌓인 눈이었어요.  아침에 본 착한 이웃처럼 하고 싶었어요. 힘들었지만 옆집 할머니의 가라지 문 앞 눈을 다 치웠어요. 감기 기운에 머리가 띵했었는데 옥시토신이 분비되었는지 머리가 맑아지더라고요.


"땡큐"라는 말에 눈을 들었어요. 내가 치운 길 위에 어린아이들이 서 있었어요. 눈썰매를 타러 간대요. 두 아이의 아빠가 타운하우스 앞길을 눈 삽으로 치우며 가더라고요. 썰매 타러 가는데 눈삽 들고 나온 아빠, 그걸 배울 아이들. 자꾸만 돌아봤어요. 착한 아빠였어요.



점심으로 떡 만둣국을 후후 불며 먹는데

창밖으로 여러 명의 또 다른 아이들이 썰매를 들고 어디론가 가더라고요.

엄마가 졸졸 따라가고 있었어요.

썰매 타는 아이들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어릴 때 미끄럼 타러 동네 작은 언덕에 올랐던 기억이 났거든요. 쌩하고 미끄럼 타다가 밤나무 아래에 박히면 가시가 궁둥이에 박혔어요.

그래도 그게 제일 재미있었나 봐요.



심심해서 드라이브를 가자는 남편을 따라나섰어요. 길이 험해도 우리처럼 길을 나선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은 차가 눈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하얀 차 여주인이 삽을 들고나가 씩씩하게 돕더라고요. 눈물이 찔끔 났어요. 기뻐서요. 삽도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미안했어요.


집으로 돌아오기 전 맥도널드에서 30분간 커피 타임을 가졌어요.

남편과 나는 친해지고 있어요.

친해진다는 거 그거 기적이에요.

어떤가요?

여러분은?





이렇게 글을 써도 되나 하며 올리는 글.

생각만 하다가 글을 못 올리느니 못나고 볼품없는 글이라도 자주 올려야겠다는 2024년도의 결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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