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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현 May 15. 2019

집 앞이 식물원, 집 앞이 동물원

6. 예상치 못한 즐거움_ 말 키우기


 제비가 지붕 밑에 둥지를 만들고, 비가 오는 날엔 어김없이 민달팽이가 창틀을 기어 다닌다. 주인이 키우는 강아지와, 다른 투숙객이 데려온 강아지 한 마리까지. 장난감이 하나 없어도 현관문만 열고 나가면 식물원, 동물원이 따로 없다. 그중에서도 시현이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민달팽이와 공벌레였다. 벌레는 무서워했지만 밋밋한 달팽이와 동그르르 한 공벌레는 시현이 눈에도 왠지 모르게 귀여운 구석이 있었나 보다.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우리 숙소에서 말이 히이잉 거리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말을 좋아하는 나는 그 울음의 주인공을 찾아 여러 번 집을 나섰었다. 둘째 주에 놀러 온 고모와 고모부도 그 말을 보았다고 하고, 며칠 전부터 우리 집에서 머무는 엄마도 그 말을 보았다고 하는데, 왜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궁금한 존재였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엔 꼭 찾고 싶었는데, 엄마가 산책 갔다 들어오는 길에 풀밭에 말이 묶여 있다고 했다. 시현이와 엄마와 말을 보기 위해 갔다. 풀밭에 긴 목줄을 하고 풀을 먹고 있는 회색 말이 보였다. 바로 집 앞에서 동네 강아지 구경하듯 말을 볼 수 있다니. 시현이가 처음 탔던 말 이름이 태산이었는데, 그 말을 보자마자 시현이가 “태산아!”하고 불렀다.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그 말을 태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태산아 안녕!

태산아 밥 먹었니?

태산아 우리가 갈게 기다려


 시현이는 아는 문장으로 태산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태산이에게 다가갔다. 털도 부드럽고, 콧등은 따듯하고, 말갈기도 정리되어 있는 게 주인이 막 키우는 건 아닌 모양이다. 태산이를 한참 만지고 있는데 시현이가 다가왔다. 그 순간 말이 예쁘다는 생각보단 시현이가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말이 한 걸음 다가오는 것도 혼자 있을 땐 반가웠는데 시현이가 있으니 내 몸보다 몇 배나 큰 그 말이 무서웠다. 시현이를 데리고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에 태산이 줄 수박 껍질을 들고 다시 찾아오기로 약속했다.


 며칠 뒤 집 앞 산책로에 말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태산이에게 줄 수박껍질도 잊지 않고 챙겼다. 말은 줄로 묶여 있어 아이들과 안심하고 수박을 먹여주었다. 위험할 수도 있어 한 명 씩 내가 같이 손을 붙잡았다. 한참 놀고 있는데 트럭 한 대가 거침없이 우리 앞에 멈춰 섰다. 앞니 두 개가 없는 할아버지가 운전석에서 소리쳤다.


”거기 있는 말 건드리지 마쇼!”

“아, 안녕하세요 아저씨 말이에요?”

“어떤 말인지도 모르면서, 그러다 다치면 얼마나 골치 아픈데!”

“너무 예뻐서 구경하고 있었어요. 저도 말을 잘 알아서 위험하지 않게 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귀찮다는 듯이 우리를 다그치고는 말을 끌고 안쪽으로 걸어갔다. 취미로 승마를 하고 있는 나는 최소한의 안전 수칙을 알고 말을 구경했던 거지만, ‘누구라도 다치게 되면 골치 아프다’는 할아버지의 말도 이해가 갔다. 아이들을 타이르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할아버지도 이내 트럭을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할아버지의 트럭이 떠나자마자 말은 그 트럭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가며 히이잉~하고 큰 소리로 울었다. 혼자 들판에 남겨진 태산이가 오늘따라 더 외로워 보였다.  


강아지 두 마리, 말 한 마리, 공벌레, 가끔 등장하는 민달팽이까지

이 때문에 오고 싶었나 보다, 제주도.




20일차 퍼시픽랜드


21일차 금능해수욕장


22일차 제주도립미술관, 한림공원 (공작새, 타조 등 볼수 있어요)


22일차 바베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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