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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현 May 30. 2019

나와 게으름 궁합이 맞는 남자

동거 또는 결혼을 생각 중이라면


 독일 친구에게 메일이 왔다.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에 올 예정이며, 서울에 가면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7년 만에 닿은 연락이지만 거리낌이나 어색함은 없었다. 그 7년이라는 세월을 몇 시간에 풀어내고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친구는 가정을 꾸리게 된 이야기를 주로 하였고, 3명의 아이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를 “와이프”가 아닌, “걸 프렌드”라고 호칭했다.


 왜 결혼하지 않았어?

라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결국은 묻지 않았다. 그런 질문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괜히 자연스러운 척, 궁금하지 않은 척한 내 행동이 더 구식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가볍게 물어볼 수도 있을 법한 질문이었는데 말이다.


 꼭 결혼생활이 아니라도 가족, 형제, 룸메이트 등등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동거가 있다. 그리고 타인과의 동거에는 사람의 온기뿐만 아니라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과, 기대에 따른 실망감도 있기 마련이다. 결혼이든 동거든, 어떤 사람과 살아야 잘 지낼 수 있는 걸까?



 성격차이로 이혼했다는 연예인들의 기사를 읽으며 콧방귀 뀌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현실에 놓여보니, ‘성격차이’는 지극히 공감 가는 이유였다. 그런 성격인 줄도 모르고 결혼했냐 묻는다면, 낳아주고 길어주신 부모님과도 성격차이로 독립했다는 우리 회사 인턴 얘기라도 들려주는 게 나으려나? 자취가 평생의 꿈이었다는 한 청년의 이야기 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결혼 전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친구가 있다. 결혼 생활 만족도 상(上)인 그의 말을 빌리자면, 신랑과 바이오리듬이 잘 맞다고 한다.  행동 패턴이 어느 누구 하나가 더 앞서 가지도, 더 뒤처지지도 않는다는 것.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정도가 내 몸에 밴 걸 복사해 가기라도 한 듯 비슷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타인과 함께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타이밍이 있다고 말하듯이, 배우자와 타이밍이 잘 맞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결혼/동거는 없을 것 같다.


- 신나게 놀고 싶은 타이밍과,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고만 싶은 타이밍.

- 두 끼 정도의 설거지 분량이 쌓인 뒤에야 고무장갑을 끼는 타이밍.

- 먼지가 눈에 보여도 굳이 걸레를 집어 들지 않고 며칠 더 지난 뒤에야 청소하는 타이밍 말이다.


 혹여나 누구 하나라도 그 시점이 너무 앞서거나, 너무 뒤처진다면 불만으로 이어지는 건 말해 입만 아프다. 그 타이밍을 서로에게 조금씩 양보하고 맞춰가는 것이 곧 답이 아닐까?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닌, 서로 한 걸음씩 내어주는 “양보”말이다. 내가 알기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면 적어도 1주일 이상의 긴 여행을 함께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독일 친구는 다가오는 여름휴가에 다섯 식구끼리 작은 결혼식을 치를 거라 말했다. 큰아이가 5살이라고 했으니, 아마 동거 5년 만의 결정일 것이다. 친구와 그의 ‘걸 프렌드’는 5년 만에 그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던 걸까? 왜 결혼보다 동거였는지 물어보지 못한 게 아직도 후회된다. 아마 그 답은 다음 만남에서나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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