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 날의 오후를 기억한다.
서늘하게 그늘이 진 담벼락 아래를.
햇볕이 닿지 않도록 꽁꽁 몸을 숨기고는
녹녹한 마음, 숨을 고른다.
꾹 눌린 상처 자욱 금새 돋아난다.
2.
데우는 일은 시간이 중요하다.
서서히, 금새 데워지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기적인 전류의 변화에 의해 발생되는 에너지를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대해
보이지 않는 파동을 우리는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다.
미미하게 귓가를 맴도는 소음은 오로지 자극의 일환으로 쓰인다.
모든 자극이 억제된 채 철저히 분석된 감각들은 통제되어 간다.
남아있는 감각은 환희뿐이다.
상품에 으례 들어있는 전율정도.
나는 억제된 감각에 하나를 더해 오롯한 환희를 마주한다.
미지한 열기는 일정 시간을 가리키면 급격히 달아 오른다.
여기서 온도란 흡사 정해진 시간 앞에 조율할 수 없는 절대값과 같다고 여겨졌다.
3.
투명한 유리컵으로 준비했다.
깊이가 좀 있는 것으로, 컬러를 담아내기 좋은 것으로 말이다.
손으로 쥐었을 경우의 그립감이나, 가장 자리의 촉감까지 꼼꼼하게 고려했다.
너비는 얼음을 넣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준비했다.
차가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표면은 알아보기 쉽도록 어떠한 문양도 새겨지지 않은 것으로, 심플함이 잘 드러나는 것을 선택했다.
재질을 설명하자면 좀 복잡하지만, 높은 열을 견디어낸 내구성이 좋은 것이 맞겠다 하겠다.
꼭 무겁지만은 않은 것이 좋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물기가 형성될 것이다.
나는 굳이 그 부분은 비워두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