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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B May 02. 2024

고해









와인 한 잔을 곁에 둔다. 

보관을 잘못한 탓에, 아니 날이 급작스레 더워진 까닭에 시큼해진 향을 들이킨다.

곁들일 안주를 떠올려 본다.

머릿속을 맴도는 불규칙한 어휘들처럼 입 밖으로 나올 줄 모른다.


때를 쓰듯 얻어낸 한 움큼의 자유가 달갑지 않다.

그럼에도 놓칠세라 자세를 고쳐 앉는다.

자유인가.

나는 언젠가 어두운 공원에 자리를 잡고 시름을 덜어내듯 맥주를 들이켜던 이들을 떠올린다.

용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렇다.


페이지 너머에선 어제의 기억을 잊은 듯 애틋한 마음들이 서성인다.

나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책 한 귀퉁이를 떠올린다.

상실한 것은 무엇인가.


와인 한 모금을 들이키고는 울음이 날 것 같은 얼굴을 아무 감각 없이 응시한다.


수 일째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어떻게 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

나는 덤덤하게 타자기를 두드려 낸다.


이토록 두려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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