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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B May 02. 2024

shall we dance







우아한 댄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평생에 한 번 배울 기회가 있을까 싶은.


자, 우선 발 먼저 밟으세요.



나는 발을 밟고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보통이라면 적당한 미소를 건네고는 무마시켰을 일이다.

처음 보는 리듬이었다.

나는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발이 떠나간 자리를 응시한다.

나는 한참이나 그렇게 있었다.


이 춤은 스텝이 엉켜버려도 좋아요.


난관에 부딪힌 아이마냥 행동했다. 

충분히 고민했던 것들에 한 번 더 격식을 갖춘다.  

내려놓은 것들은 다를지 몰라도 익힌 것에는 틀림이 없어야 했다.

하나 - 둘 - 손을 마주 잡고 천천히 호흡한다. 

발 바깥쪽을 툭하고 건드린다. 너무 많이 옆으로 비껴갔다.

비껴간 이의 발을 밟은 것을 걱정하는 동안 다시 발 안쪽을 툭하고 건드린다.

나는 미처 학습하지 못한 언어에 대해 떠올린다.


음악은 벌써 저만치 가 있다.

나는 먼발치에서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한다.

손을 맞잡은 상대와 함께 호흡하는 것에는 각보다 많은 예우가 필요했다.

왜 그걸 그리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나는 잦은 실수들이 쌓여가는 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만 같아 결국 불안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그 많은 실수들 사이에서도 자꾸만 장점을 발견해 내는 자신이었다.


스텝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감각은 자꾸 뒤엉켜 갔다. 

나는 완급 조절엔 꽤 자신 있는 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격양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꼭 그런 리듬이었다. 


탱고란 관계라고요, 

도대체 이런 자세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단 말이에요.

이 춤은, 

이런 리듬, 이런 감각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군요.


나는 좀 더 내려놓았어야 했다.

나는 자신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스텝에 갇혀 몇 번을 충돌했다.

힘껏 상대에게 몸을 싣는다는 것은 그마만치 불안한 일이었다.


빠라다 - (parada : 탱고 용어로 '멈춤'을 뜻한다.)


탱고는 멈추지 않는 춤이었다.

나는 이런 부분에 있어 어김이 없는 경우지만 스텝이 진행되는 동안 생각은 자꾸 빗겨나갔다.

시선이 흔들릴 때면 손을 맞잡은 상대는 충격이 과하지 않도록 구둣발로는 툭 건드릴뿐이었다.


가늘게 숨 쉬는 법을 배웠어요. 그리고 지금 까맣게 잊어버렸죠.


춤이란 상대의 불편함에 대해 호흡으로 전하는 이야기다.


나는 실수로 발을 세 번째 밟았을 때 속에 있던 말을 읊조리고 말았다.


춤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평생에 한 번 기회가 있을까 말까 한 기묘한 춤을 멀찍이 두고는 어정쩡하게 바라보고 있다.

스텝이 엉켜간다.


Shall we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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