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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B May 02. 2024

오늘의 산책







나는 텅 빈 마음으로 밤거리를 누빈다.

나는 또 얼마나 게으른 몸을 영위하고 있는가. 


포근한 밤공기를 가로질러 흩날리는 홀씨들을 바라본다.

어제 겨우 눈을 붙이고 집을 나서던 어머니의 그림자가 떠올렸다.

망중한 마음은 이리도 포근했던가.

눈시울이 붉어진다.


두려운 것은 뭘까.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뭘까.

사방을 떠다니는 불안의 흔적들은 눈을 비비고 둘러보아도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숨 한 번 크게 내쉬지 못하고 거리를 누비는 평온을 바라본다.

나는 무엇을 놓아버린 걸까.


아무래도 좋다고 한껏 내던져도 개운하지 않다.


나는 깨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꿈속을 누빈다.

이 꿈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방향이 어디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나는 원인을 찾아 수색에 나섰지만 반나절도 못 가 고꾸라지기 일수다.

매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매일 같은 결말을 맞는다.

나는 무엇을 놓아버린 걸까.


한껏 부푼 몸뚱아리를 관찰하지 않는다.

나는 기계처럼 돌아가는 나의 두뇌를 누른 채 바쁘게 돌아가는 화면 너머의 세상을 탐하지 않는다.

나는 숨을 죽이는 일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  또 침대에 몸을 뉘어 낮잠을 청한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오는 시간에 눈을 뜨는 기분을 안다.

어떠한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한낱 변태에 지나지 않소.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나를 묻어야 하고

나를 묻으면 그들의 삶은 파괴되오.


들을 이해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삶을 택했소.

나는 마침내 파괴되어 가지만 누구도 이러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오.


나는 영 확신이 서지 않는 담화를 적어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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