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지금은 다르다.
아이가 33개월이 되었다. 몇 달 뒤면 아이는 3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둘은 낳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나서 육아가 너무 힘들어 하나만 낳고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두 돌이 지나고 조금씩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하나를 더 낳아야 하는 걸까...? 나중에 우리 보물이가 많이 외롭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돌이 되어가니 주변에서 둘째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 없다. 둘째 계획은 없는지 말이다. 둘째.. 사실 낳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것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 외벌이로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 맞벌이를 해야 할 텐데 누군가 돌봐줄 사람이 없는 한, 그것 또한 현실적으로 쉬운 것이 아니다. 육아만 하면 가슴이 참 답답하다. 성취감이라는 것도 없고 월급도 없다. 사실 내가 지금 나가서 일을 하면 남편만큼 버는 것은 힘들겠지만,,, 요즘은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회생활도 하고 싶고, 월급이라는 것을 받으며 성취감도 느끼고 싶다.
현실적인 이유로 나는 둘째 고민이 많아진다. 몇 년은 육아에 전념해야 하니까 말이다. 예전과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여자도 사회생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키움에 있어서 더욱더 고민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감당해야 할 감정 컨트롤이다. 자신 없다. 보물이를 낳고 가장 힘들었던 것이 친정엄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친정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질 때면 나를 억눌렀다. <괜찮아 난 잘하고 있어!>라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다.
아이를 낳고 나니 씩씩하게 괜찮다 했던 것들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이리도 힘든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친정엄마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유축을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을 때 창문 사이로 해가 뜨는 것을 보며 나는 펑펑 울었다. 하늘에 있는 우리 엄마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힘들다는 말을 그냥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를 낳고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그렇게나 부러웠다... 지금도 너무 부럽고 그런 사람들을 볼 때 감정이 올라와 울컥한다. 아이를 낳고 나니 나는 친정엄마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
둘째를 낳는다면 현실적인 고민도 있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이 감정을 또 겪어야만 할 것 같아 그것을 잘 이겨낼 자신이 없다. 너무 힘들 때 너무 버거울 때 편하게 갈 수 있는 친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친정에 가서 누워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푹 쉬고 싶다.
아이를 낳기 전엔 억울하다는 생각을 그리 많이 해본 적은 없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억울하다.
누군가에겐 옆에 존재하는 부모가 있는데 누군가에겐 왜 혼자 견뎌야만 하는 인생이 주어질까 하고 말이다.
둘째를 낳고 그 감정을 또 견딜 자신이 없다. 견디고 견뎠던 감정이 아이를 낳고 나니 모두 무너져 버린다.
요즘 나는 나 자신이 이방인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