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를 돌보는 게 극과 극으로 나뉘고, 이제는 말대꾸를 하는 아이를 보면서 많이 컸다 싶으면서도 아침부터 괜스레 짜증으로 시작하고 자기 뜻대로 안 될 경우 소리 지르고 우는 아이를 보면서... 그게 매일매일 반복되면서 나는 지친다. 전쟁 같은 등원 준비를 하고 돌아오면 초토화되어 있는 우리 집을 보면 또 한숨이 나오며 매일 치우고 치워도 똑같고 설거지도 매일 해도 해도 쌓이고... 쓰레기통은 내가 비워야만 비워지는 이런... 걸 보면 나는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내가 하는 일이 수월해지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장을 다닐 때 직장 스트레스가 가장 힘든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스트레스 축에도 못 끼는 것이었다. 왜... 일하는 워킹맘들이 육아와 집안일보다 일하는 게 낫다고 하는지도 알겠다. 일은 끝나는 시점이라도 있지, 성취감이라도 있지, 월급이라도 들어오지.
식비 50만 원에 맞춰 아등바등 맨날 반찬하고 밥하고 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서 한다지만 어느 날은 우리 집에서 내가 쉬지 않고 굴러가는 공장 같은 느낌이 든다. 남편은 쉬면서 하라고 하지만 결국엔 내가 할 일이 되어 쌓여 돌아오는 것이 더 싫다.
남편이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 <식비 50만 원에 살아가는데 나는 그렇게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어 먹고 싶은 건 다 먹고 있으니까>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속에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남편은 알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원 후 아이랑 놀이터에서 놀아주는 것도 이제는 힘겹다. 그냥 노는 게 아니라 뜻대로 안 되면 짜증 내고 괜스레 고집을 부리면 설명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나도 화가 치솟는다. 어린이집에 물어보니 어린이집에서는 소리 지르고 뒤집어지는 행동은 없다고 하는데... 얘는 내 앞에서는 이러는 것이다.
지친다.
어제 아이 하원 후 영유아 검진을 다녀와서, 놀이터에서 놀고 집으로 와서 밥을 했다. 씻고 양치하고 아이를 재워야 할 시간 또 아이는 괜한 걸로 뒤집어진다. 어제는 그 울음소리가 듣기조차 싫었다. 또 이러네.... 싶은 마음. 어쩌면 아이에게는 괜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육아와 살림에 지친 나에게는 그걸 받아줄 힘이 없었다.
벗어나고 싶은 굴레 같다... 지치고 힘들어지니 벗어나고 싶어지고 그냥 혼자 며칠만이라도 여행 다녀오고 싶다. 하루로도 안 될 것 같다. 3일 이상 다 벗어나서 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어제오늘 내 감정은 한마디로 표현된다. 거지 같다.
이런 상황에서 농담으로라도 <둘째 낳으면 참 예쁠 텐데>라는 말을 들으면, 나한테 죽으라고 하는 거구나 하는 말로 들린다.
남편도 예민, 나도 예민 그런 부모 속에서 나온 아이도 순할 리가 없다. 그래서 예민한데... 얼마 전 남편이 <오은영의 예민하고 싫은 게 확실한 아이를 대하는 법>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냈는데... 보면서 우리 애다.. 싶었다.
근데 댓글이 더 공감이 되었다
<엄마부터 진정을 못하니... 애한테 차분하게 대해주기가 힘들다>는 말이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세 돌 아이 통잠 자는 것은 포기했다. 근데 별거 아닌 걸로 성질내고 짜증 내고 울고... 작은 변화도 금방 알아차리는 그런 아이를 대해줄 때 내가 진정이 안 된다...
<육아할 바엔 차라리 일하는 게 낫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도... 알겠다.
나의 육아 감당 지수가 한 명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이리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를 보내주신 듯하다.
그리하여 절대 둘째 생각은 못 하도록 말이다.